[금주 인물]파이오닉스 이상환 사장...대덕 벤처 '현실과 도전'

"4년 전 대덕밸리가 선포식을 가졌을 때는 목표도 많았는데 지금은 생존 자체가 절실합니다. 이것이 대덕밸리 벤처기업의 현실이죠." 지난 2000년 9월 27일. 대덕밸리 선포식 바로 하루 전날 창업한 파이오닉스 이상환 사장이 그간 4년간의 세월을 회상하며 이같이 말했다.

이 사장은 14년간 ETRI(한국전자통신연구원) 연구원으로 근무하다가 벤처 신화의 꿈을 이루기 위해 4년 전 회사를 창업한 대덕밸리 벤처기업의 전형적인 CEO. '창업이후 각종 비즈니스 활동으로 산전수전(山戰水戰) 다 겪었다'는 이 사장은 "지난 4년간을 돌아보니 창업당시 세웠던 목표보다는 아직까지 생존이 우선인 것이 현실이 돼버렸다"고 속마음을 털어놓았다.

이어 이 사장은 최근 회사창업 4주년과 함께 대덕밸리 4주년을 지내며 그동안 지역 동료 기업들이 어떻게 변하고, 성장했는지 자사의 사례를 설명하며 곰곰히 되짚어 봤다. 우선 그는 "연구소에만 있었으면 알 수 없었던 것들을 지난 4년간 배웠다"고 말한다.

그것은 시장에 대한 무서움이었다. 그는 연구소에서 기술적인 면만을 몰입해 개발한 반면 벤처기업에서는 시장 수요를 비롯해 복합적인 것을 생각해야 하는 깨달음을 얻었다.

파이오닉스는 2000년 설립 이후 반도체 실리콘 광학벤치 개발을 시작했다. 여느 벤처 회사와 마찬가지로 연구개발에 시간을 투입해 상용화를 준비하고 있을 2001년 무렵, 벤처의 열기가 꺽이기 시작했다.

이 사장은 벤처 거품이 수그러지는 동시에 개발 투입자본금이 바닥나 2002년 직원들에게 월급을 주지 못한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 사장에게는 절대절명의 위기이자 시련의 시기였다. 내부의 어려운 사정을 하나씩 하나씩 극복하는 동시에 이 사장은 외부 동료 기업들의 소식들도 항상 접해 왔다.

연구소 출신 동료들중 어려움을 겪다가 도산한 기업들과 대덕밸리에서 손꼽히는 우수 기업으로 성장한 실패·성공사례들을 직접 목격해 온 것이다.

그는 "성공한 기업의 CEO가 된 동료들을 보면 기분이 좋지만, 기술력은 있지만 시장이 열리지 않아 쓰러지는 벤처의 CEO들을 보면 마음이 착잡하다"면서도 "현재 생존 자체가 문제인 기업들의 기술력이 사장되는 상황이 많아지는 것 같다"고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이러한 연장선상에서 이 사장은 "기술력을 가지고 창업한 벤처들이 연구 개발과정에서 자금, 인력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3중고를 지고 가다가 우수한 기술력에도 불구하고 문을 닫는 것을 보면 좀 더 기업 지원기관들의 실질적인 지원이 절실함을 느낀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자금면에서 벤처들은 담보력이 없으므로 기술을 담보로 자금을 대출을 해주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대덕밸리 기업들에 있어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새로운 희망'과 '도전'.

이 사장은 "대덕에도 세계적 기술을 가진 업체들이 적지 않다"며 "세계적인 기업과 함께 경쟁해야 한다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많지만, 대덕 벤처인들은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무엇보다 그는 "대덕밸리는 연구개발 인프라가 강점인 것은 분명하다"며 "대덕R&D특구 지정을 대덕의 특성을 살리는 기회로 삼아 산·학·연 협력을 통한 연구개발이 실질적으로 벤처기업을 도와주는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그는 앞으로 창업을 준비하는 예비 벤처기업인들에게 "짧은시간 기업을 경영해 보면서 현실을 만나게 되었다"며 "기업을 위해서는 남들과 차별화된 전략을 사용해야 한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한편, 반도체 및 광통신 전문 벤처기업 파이오닉스는 ICU(한국정보통신대학교) 창업보육센터에 입주해 있으며, 주력은 반도체 가공서비스 분야다. 지난해 6억, 올해는 7억 5천의 매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042-866-6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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