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박용기/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초빙연구원

2013년 1월 10일 대덕넷의 <감성 노트>라는 칼럼난에는 다음과 같은 편집자의 짧은 안내와 함께 <자연이 만든 아름다운 선물>이라는 나의 첫번째 사진공감 포토에세이가 실렸다. 
 
지난 20여 년 간 극미세 자기신호를 측정할 수 있는 스퀴드(SQUID)센서 및 자기심장검사장치 등 정밀측정기술을 활용한 의료진단기술을 개발해 국민의 삶의 질 향상에 기여했던 박용기 전 한국표준과학연구원 박사가 사진을 통해 깨달은 자신의 이야기를 글로 전한다. 그에게 있어 사진은 자연에 대한 경외감과 사랑이다. 사진을 잘 찍기 위해 피사체를 사랑해야 한다는 그의 사진에 대한 철학이 작품 곳곳에 묻어난다. 박용기 박사의 사진 이야기는 격주로 진행된다.[편집자주]

연구소를 막 정년퇴직한 나에게 대덕넷이 제안한 포토에세이 집필은 망설임과 떨림   그리고 설렘이 뒤섞인 새로운 삶의 시작이었다. 이렇게 떨림으로 시작한 사진공감이 6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119편의 포토에세이로 이어지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대덕넷의 사이버 공간과 6년이라는 시간은 과학자로서의 오랜 삶을 마치고 이제 새롭게 초보 사진작가와 칼럼니스트로서의 삶을 시작한 나에게 주어진 너무도 소중한 배움의 기회였으며 힐링의 시간이었다. 그동안 부족함을 참아주고 격려해주었던 대덕넷과 독자들에게 무한한 감사를 드리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이제 긴 사진공감의 여정을 마감할 때가 됐다. 보다 젊고 새로운 시각을 가진 후배들에게 공간과 시간을 내주어야 할 것 같기 때문이다. 연재를 마치면서 느껴지는 아쉬움보다는 후련함과 감사함이 훨씬 크게 느껴지는 걸 보면 정말 너무 오랜 시간을 여기에 머물러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이제 지난 6년의 이야기들을 돌아보면서 생각나는 몇 대목들을 반추해보며 <박용기의 사진공감>을 마감하려 한다. 

추운 겨울 아침 숲 속에도 자연은 아름다운 작품을 만들고 그것을 볼 수 있는 사람들에게 큰 기쁨을 주는 능력과 넉넉함을 지니고 있다. 그러한 자연현상을 보면서 인간은 자연의 능력을 흉내 내고 그 원리를 탐구하면서 과학을 발전시켜 왔다. 

창의적이고 융합적이며 아름다운 인류의 미래를 위한 과학 탐구를 하기 원하는 사람들에게 때로는 이른 아침의 숲 속을 거닐어 보는 마음의 여유를 가지기를 권하고 싶다. 이 아침에도 자연은 우리가 상상할 수 없는 방식으로 우리에게 아름다운 선물들을 준비하고 우리가 그것들을 발견하기를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자연이 만든 아름다운 선물> 중, 2013. 1. 10.

나이가 들면서 몸과 마음이 조금씩 움츠려 들지만 마음의 눈으로 주변을 다시 보면 나에겐 언제나 함께해온 가족이 있고, 나를 이끌어 주었던 고마운 선배들과, 함께 나이 들어가는 친구와 동료들, 그리고 마음을 나누고 함께 일할 수 있었던 후배들이 있었음을 알게 되어 감사하게 된다. 이들은 모두 지금껏 나를 지탱해온 고마운 나의 든든한 기반이었다.

나이 듦이란 또 다른 봄을 맞이하는 이 계절처럼 인생의 또 다른 봄을 준비하는 시간이 되어야만 아름다울 수 있음을 깨닫는다.

꽃이 지고도 또 다른 아름다움으로 남아 꽃이 없는 겨울을 지키는 산수국이나, 겨우내 씨를 달고 아직 줄기에 남아있다 봄 바람에 날아가 어딘가에서 새 생명을 틔울 사위질빵의 하얀 갓털, 그리고 눈 속에서도 아름다운 노박덩굴 열매를 보면서 어쩌면 아름다운 노년의 모습은 이런 모습이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나이 듦에 대하여> 중, 2016. 2. 11.

세상에는 작지만 소중하거나 잔잔한 기쁨을 주는 것들이 참 많다. 주변에서 만나는 흔하고 작은 꽃들을 가만히 들여다 보며 새로운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일, 파도가 해변의 작은 돌들을 어루만지며 소곤거리는 소리에 귀 기울여 보는 일, 나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나의 시간과 재능과 마음을 나누어 주는 일, 그리고 나를 가장 아끼고 사랑하는 가족들과 즐거운 시간을 나누는 일 등. 이번 여행에서는 멋진 꽃 사진이나 장관의 풍경 사진을 찍어 오지는 못하였지만 내 삶을 지탱해 주는 작은 기쁨들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보는 소중한 기회를 만날 수 있었다.  
<작은 기쁨> 중, 2016. 8. 2. 

나무의 겨울눈은 겨울 동안 추운 날을 최소한 얼마 이상 겪어야 하며, 그후 적당한 온도에 도달하도록 따뜻한 봄 햇볕의 입맞춤이 있어야만 잠에서 깨어나게 된다. 마치 잠자는 숲 속의 공주가 100년이라는 시간을 채운 후 어려움을 극복하고 성에 들어온 용감한 왕자의 사랑이 담긴 입맞춤이 있어야 깨어나 듯….

겨울은 나무들에게 침잠의 시간을 갖도록 하고 나무는 그 시간을 헛되이 버리는 일 없이 고통 가운데 내면의 꿈을 키워 봄을 맞는다. 살면서 우리에게 이러한 겨울이 찾아올 때, 겨울 나무를 생각하면서 새롭게 태어날 꿈과 희망을 보듬는 겨울눈을 만드는 지혜가 필요하리라.  
<나무들의 겨울이야기> 중, 2017. 2. 14.

우연하게도 <사진공감> 칼럼을 끝맺는 시점인 1월 마지막 주에 나는 생애 처음으로 제대로 된 개인 사진전을 열게 됐다. 

사진전의 이름 또한 박용기의 <사진공감>. 부제는 '가까이 다가가면 말을 거는 자연'이다. 그런데 전시를 하게 된 장소가 서울 왕십리역사에 있는 갤러리인데, 왕십리는 내가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의 시간을 보냈던 고향같은 곳이어서 이 또한 신기한 우연이라는 생각이 든다. 사진전에 붙여 작성해 본 '작가 노트'는 지금껏 포토에세이 <사진공감>을 써왔던 나의 생각이기도 하다. 

우리는 늘 자연과 함께 살아간다.
조금만 주변을 둘러보면, 
언제나 풀과 나무 그리고 크고 작은 꽃들은 우리를 반긴다.
우리가 마음을 열고 가까이 다가가기만 하면 
그들은 우리에게 다정하고 아름다운 미소를 보내주며 말을 건다. 

사진을 찍으러 꼭 멀리 다니지 않아도 좋다.
내가 살아가는 곳 가까이에 있는 자연을 관찰하고 들여다보면서 그들의 가장 아름다운 순간, 그들이 말을 걸고 이야기를 들려주는 순간을 카메라에 담으려 하였다. 
그들과의 만남의 시간이 나에게는 공감과 힐링의 시간이며, 
미처 그들과 만나지 못한 이웃들과
그들의 미소와 이야기를 함께 나누는 일이 
내가 이웃들에게 나누어 줄 수 있는 작은 행복이라는 생각으로 
사진을 찍는다.

이 아침에도 자연은 우리가 상상할 수 없는 방식으로 우리에게 아름다운 선물들을 준비하고 우리가 그것들을 발견하기를 기다리고 있다.<자연이 만든 아름다운 선물> 중, 2013. 1. 10.
이 아침에도 자연은 우리가 상상할 수 없는 방식으로 우리에게 아름다운 선물들을 준비하고 우리가 그것들을 발견하기를 기다리고 있다.<자연이 만든 아름다운 선물> 중, 2013. 1. 10.

나이 듦이란 또 다른 봄을 맞이하는 이 계절처럼 인생의 또 다른 봄을 준비하는 시간이 되어야만 아름다울 수 있음을 깨닫는다. 겨우내 씨를 달고 아직 줄기에 남아있다 봄 바람에 날아가 어딘가에서 새 생명을 틔울 사위질빵의 하얀 갓털처럼.<나이 듦에 대하여> 중, 2016. 2. 11.
나이 듦이란 또 다른 봄을 맞이하는 이 계절처럼 인생의 또 다른 봄을 준비하는 시간이 되어야만 아름다울 수 있음을 깨닫는다. 겨우내 씨를 달고 아직 줄기에 남아있다 봄 바람에 날아가 어딘가에서 새 생명을 틔울 사위질빵의 하얀 갓털처럼.<나이 듦에 대하여> 중, 2016. 2. 11.

눈 속에서도 아름다운 노박덩굴 열매를 보면서 어쩌면 아름다운 노년의 모습은 이런 모습이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나이 듦에 대하여> 중, 2016. 2. 11.
눈 속에서도 아름다운 노박덩굴 열매를 보면서 어쩌면 아름다운 노년의 모습은 이런 모습이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나이 듦에 대하여> 중, 2016. 2. 11.

세상에는 작지만 소중하거나 잔잔한 기쁨을 주는 것들이 참 많다. 주변에서 만나는 흔하고 작은 꽃들을 가만히 들여다 보며 새로운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일, 파도가 해변의 작은 돌들을 어루만지며 소곤거리는 소리에 귀 기울여 보는 일 등….<작은 기쁨> 중, 2016. 8. 2.
세상에는 작지만 소중하거나 잔잔한 기쁨을 주는 것들이 참 많다. 주변에서 만나는 흔하고 작은 꽃들을 가만히 들여다 보며 새로운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일, 파도가 해변의 작은 돌들을 어루만지며 소곤거리는 소리에 귀 기울여 보는 일 등….<작은 기쁨> 중, 2016. 8. 2.

겨울은 나무들에게 침잠의 시간을 갖도록 하고 나무는 그 시간을 헛되이 버리는 일 없이 고통 가운데 내면의 꿈을 키워 봄을 맞는다.<나무들의 겨울이야기> 중, 2017. 2. 14.
겨울은 나무들에게 침잠의 시간을 갖도록 하고 나무는 그 시간을 헛되이 버리는 일 없이 고통 가운데 내면의 꿈을 키워 봄을 맞는다.<나무들의 겨울이야기> 중, 2017. 2. 14.

살면서 우리에게 이러한 겨울이 찾아올 때, 겨울 나무를 생각하면서 새롭게 태어날 꿈과 희망을 보듬는 겨울눈을 만드는 지혜가 필요하리라.<나무들의 겨울이야기> 중, 2017. 2. 14.
살면서 우리에게 이러한 겨울이 찾아올 때, 겨울 나무를 생각하면서 새롭게 태어날 꿈과 희망을 보듬는 겨울눈을 만드는 지혜가 필요하리라.<나무들의 겨울이야기> 중, 2017. 2. 14.

우연하게도 <사진공감> 칼럼을 끝맺는 시점인 1월 마지막 주에 나는 생애 처음으로 제대로 된 개인 사진전을 열게 되었다. 사진전의 이름 또한 박용기의 <사진공감>. 부제는 '가까이 다가가면 말을 거는 자연'이다.
우연하게도 <사진공감> 칼럼을 끝맺는 시점인 1월 마지막 주에 나는 생애 처음으로 제대로 된 개인 사진전을 열게 되었다. 사진전의 이름 또한 박용기의 <사진공감>. 부제는 '가까이 다가가면 말을 거는 자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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