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걸 어떻게?' 불가능을 현실로 '인공태양' 현장을 가다

[르포]프랑스 카다라슈 ITER 건설 현장
비고 총장 "ITER는 핵융합 실험로 2050년께 상용화 가능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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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카다라슈=길애경 기자 - 2018.10.14

프랑스 카다라슈국제핵융합실험로(ITER) 현장 전경. 지난 8월 2025년 첫 플라즈마 생성 기준 54.7%의 공정을 기록했다.<사진=ITER> 프랑스 카다라슈국제핵융합실험로(ITER) 현장 전경. 지난 8월 2025년 첫 플라즈마 생성 기준 54.7%의 공정을 기록했다.<사진=ITER>

"이걸 어떻게?" 현장에 처음 도착한 연구자들도 축구장 60개 넓이(전체부지 180만m², 건설부지 42만m²)의 광활한 대지, 나무가 우거진 숲을 바라보며 적잖이 당황스러웠다고 고백한다.

프랑스 남부 휴양 도시 엑상프로방스에서 한시간 정도 차량으로 이동하다 보면 낮은 산과 들판 풍경이 한동안 이어지다 작은 마을 카다라슈에 다다른다. 평화로운 농촌 풍경과 달리 정문부터 삼엄한 감시초소와 철제 담장이 끝없이 이어지며 예사롭지 않은 분위기가 감지되는 곳이 있다.

미래에너지로 주목되는 인공태양을 만들기 위한 ITER(International Thermonuclear Experimental Reactor·국제핵융합실험로) 건설현장. 

출입절차를 마치고 안으로 들어서자 ITER 사업에 참여하는 국가의 국기게양대 너머로 대형 크레인 여러대가 눈에 들어온다. 제법 내리는 가을비에도 곳곳에서 인공태양을 띄우기 위한 작업이 분주하다. 현장을 둘러보기 전 안전을 위해 안전화, 안전모, 고글을 챙기고 버스에 올랐다.

비고 ITER 총장은 2025년 첫 플라즈마 생성을 목표로 한다고 밝혔다.<사진=길애경 기자>비고 ITER 총장은 2025년 첫 플라즈마 생성을 목표로 한다고 밝혔다.<사진=길애경 기자>
ITER는 핵융합 실험로. 2025년 첫 플라즈마 생성을 목표로 핵심 시설인 토카막 건설을 비롯해 각종 시험 장비 건립이 진행 중이다. 유럽연합(EU)과 러시아, 미국, 일본, 인도, 중국, 한국이 참여하며 예산 17조원 규모의 글로벌 사업이다. EU가 45.6%를 나머지 6개 회원국이 9.09%의 현물과 현금을 분담한다.

버나드 비고(Bernard Bigot) 총장은 10일 열린 미디어 데이를 통해 "ITER 사업은 매달 2만5000개의 일정이 있는 중요한 과제로 각각의 일정이 잘 지켜져야 한다"면서 "공정은 시설, 설계 디자인 제작 설치 등 지난해 11월 50%에 이어 매월 0.7%씩 진행되며 지난 8월 57.4%를 달성했다. 2025년 첫번째 플라스마 생성을 목표로 한다. 상용로는 2050년께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 인공태양 생성 위한 토카막, 콜로세움과 닮아

핵융합은 플라즈마 상태에서 가능하다. 중수소(D)와 중수소, 중수소와 삼중수소(T)의 결합을 초고온으로 가열하면 서로 충돌해 일어난다. 그중 중수소는 바닷물 35리터에 1g을 얻을 수 있어 무한한 자원으로 손꼽는다.

중수소끼리 결합은 핵융합 반응이 적게 일어나지만 안전성이 장점으로 한국의 KSTAR(한국형핵융합실험로)는 중수소만을 이용한다. ITER는 최종 중수소와 삼중수소를 이용할 예정이다. 삼중수소는 핵융합이 잘 일어나는 장점이 있지만 반감기 12.3년의 방사성 물질이다.

태양은 내부의 강한 중력으로 핵반응이 지속적으로 일어나며 플라즈마  상태가 유지된다. 하지만 인공 상태는 태양과 같은 중력이 없어 핵융합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초고진공의 시설이 필요하다.

ITER의 핵심 시설인 토카막의 진공용기는 도너츠형 자기장을 이용해 핵융합 플라즈마를 가둔다. 진공용기의 높이는 13.7m 무게 5000t 규모. 진공용기 속 플라즈마의 중심온도는 1억5000도(C˚)로 초고온으로부터 내부를 보호하기 위해 강력한 자기장을 만들어 플라즈마를 공중에 띄운다.

토카막은 에펠탑 3개와 비슷한 2만3000톤(t)의 무게, 높이 30m, 지름 30m 규모로 완성될 예정이다. 2035년 투입량 대비 10배의 에너지를 생산하는 단계인 Q10 도달을 목표로 한다.

한창 공사가 진행중인 ITER 현장은 무거운 토카막을 지탱하고 방사선 차폐, 규모 7.0이상의 지진을 견딜 수 있도록 1.5m 두께의 콘크리트로 타설을 마쳤다. 현장에서 본 토카막의 현재 내부 모양은 로마의 원형 경기장 콜로세움을 닮았다.

이후 과정은 저온유지장치(Cryostat) 베이스(base)가 우선 설치된다(진공용기 진행 과정에 따라 하부, 상부로 구분해 설치). 자기장을 위한 PF(Poloidal Field) coil 6개중 아래쪽 부분 3개도 들어간다.  ITER의 장치들은 크고 작은 블록 형태의 부품으로 완성해 정교하게 조립하게 된다.

KSTAR의 장시간 운전 목표는 300초, ITER는 1000초를 목표로 한다. 상용화 실증로는 연속 운전이 가능한 상태를 말한다. 상용화를 위한 별도의 발전 장치 연구는 필요없다. 현재 사용되는 발전소 설비로 이미 확보돼 있기 때문이다.

양형렬 ITER 토카막조립팀장은 "진공용기가 볼록해 아랫부분을 먼저 설치하고 저온용기안에 열차폐 후 섹터 9개가 조립된다"면서 "섹터 가운데는 기둥 코일이 마지막으로 들어가게 되고 외부에 각종 장치가 붙게된다"고 설명했다.

인공태양은 초고온 플라즈마의 핵융합 반응으로 중성자의 열에너지가 증기를 발생시키고 증기가 발전기를 돌려 전기를 생산하는 원리다.<사진=국가핵융합연구소 제공>인공태양은 초고온 플라즈마의 핵융합 반응으로 중성자의 열에너지가 증기를 발생시키고 증기가 발전기를 돌려 전기를 생산하는 원리다.<사진=국가핵융합연구소 제공>

◆ ITER의 핵심 조립동 장비, 섹터 4개 한국에서 만들어져

토카막 옆 조립동의 조립 장비(SSAT). 한국기업에서 만들어 설치됐으며 높이 23m 무게 900t에 이른다. 대규모 장비지만 오차범위 1mm이내로 기술 완성도 100%를 이뤄내야 한다.<사진=길애경 기자>토카막 옆 조립동의 조립 장비(SSAT). 한국기업에서 만들어 설치됐으며 높이 23m 무게 900t에 이른다. 대규모 장비지만 오차범위 1mm이내로 기술 완성도 100%를 이뤄내야 한다.<사진=길애경 기자>

핵융합로 토카막 바로 옆은 60m 높이의 메인 조립동. 섹터 부조립장비(SSAT)는 한국 기업에서 만들어 ITER에 설치됐다. 높이는 9층과 맞먹는 23m, 장비 무게만 무게 900t에 달한다. 대규모의 장비지만 오차 범위는 1mm 이내로 기술 완성도 100%를 의미한다.

도넛 모양의 진공용기는 9개의 섹터로 완성된다. 한개의 섹터는 4개의 세그먼트(조각)로 구성되는데 한국은 지난 1월 첫번째 세그먼트를 완성했다. 이를 통해 ITER 참여국 중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나머지 3개 세그먼트는 84% 완성된 상태다. 세그먼트 2, 4번은 곡선부분이라 어려움이 있지만 올해안에 국내에서 섹터 1개가 완성되고 내년 유럽에서 하나를 완성할 예정이다. 한국에서 만든 6번 섹터를 중심으로 나머지가 조립된다.

양형렬 팀장은 "토카막은 ITER의 심장으로 9개의 섹터로 완성된다. 첫번째 섹터 조립이 완공되면 가림막 뒤 토카막 현장에 자리를 잡게 된다"면서 "전체 섹터 9개가 모아지면 도넛 모양의 진공용기가 만들어진다. 섹터는 한국에서 4개, 유럽에서 5개를 만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기정 ITER 한국사업단장은 "원래 한국이 2개, 유럽이 7개를 만들기로 했었다"면서 "그들이 힘들겠다고 하면서 한국이 4개를 만들게 됐다. 세그먼트 4개를 용접해서 섹터 한개를 완성하게 되는데 스테인리스라 용접이 어렵다. 지속적으로 논의 중"이라고 현재 진행상황을 밝혔다.

토카막에는 저항이 발생하지 않는 초전도 자석이 들어간다. 일반적인 자석을 사용하면 전기저항으로 초고온의 플라즈마를 가둘수 있는 강력한 자기장을 오래 유지할 수 없기 때문이다.

초전도란 도체 온도가 절대온도 -273도에 가까워질때 도체의 전기 저항이 완전히 사라지는 현상. 초전도자석을 극저온으로 냉각하는 별도의 초저온 헬륨 냉각설비가 필요하다. ITER는 3개의 액체 헬륨 탱크를 설치해 놓고 있다. 극저온의 가장 차가운 초전도 그릇에 초고온의 플라즈마가 담기는 셈이다.

ITER 초기부터 참여한 최창호 진공용기섹션리더는 "3m내에 초고온과 초저온이 같이 있는 것으로 지구상에 거의 존재하지 않는 사례다"면서 "순간순간이 이걸 어떻게?라는 상황이다. 특히 자기장이 많아 비자석인 스테인리스를 사용하는데 용접이 어렵다. 전기는 24시간 돌아가야 하기 때문에 모든 분야가 쉽지 않지만 넘어서야 한다"고 역설했다.

양형렬 팀장는 "토카막이 심장이라면 액체 헬륨 공장은 혈관 역할을 맡는다"면서 "상온용기에서 초전도 자석은 저온 -270상태를 유지해야 한다. 때문에 열차폐 처리는 필수로 기체 헬륨이 압축기로 강하게 압력되고 액체 헬륨을 만들어 보낸다"고 말했다.

ITER의 시설은 한국을 비롯해 EU, 독일, 인도, 일본, 중국 등에서 만들어진다. 규모가 너무 커 운송이 불가능한 PF(Poloidal Field) 코일 등은 현장에서 직접 생산하며 속도를 내고 있다. PF 코일은 토카막 안에서 자기장을 발생시켜 플라즈마를 원하는 모양대로 만드는 결정적 역할을 한다. ITER에는 한국에서 자체 개발한 변압기 2대가 이미 도착해 있다. ITER 장치에는 총 32대의 변압기가 설치된다. 한국은 그중 18대의 변압기 조달을 담당하고 있다.

현장에서 만난 이경수 ITER 사무총장은 "초기에는 각국의 문화도 다르고 일하는 방식도 달라 진행이 늦어 답답했던 것도 사실이었다"면서 "문화를 바꾸고 팀을 이뤄 일하는 문화를 만들기 위해 스스로 시간을 철저히 지키고 있다. 조금씩 달라지며 지금은 일하라고 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물결이 바뀌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우리가 ITER 사업을 왜하는지 목표의식을 공유하고 리더들이 먼저 자발적으로 나서면서 가능해졌다"고 덧붙였다.

비고 총장은 "현재 인류는 화석연료를 사용하고 있지만 기존 에너지는 한계가 있다"면서 "핵융합이 대안 에너지가 될지는 아직 모른다. ITER는 전기생산이 아닌 연구개발장치로 이를 활용해 2050년께 에너지를 생산하는 나라가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ITER 사업 부지로 카다라슈가 선정된데는 프랑스 원자력청(CEA) 자기핵융합연구소(IRFM)가 이곳에 핵융합 장치 인프라를 구축하고 1988년 첫 플라즈마 생산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광활한 부지 확보도 유리하게 작용했다.

양형렬 팀장이 조립동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길애경 기자>양형렬 팀장이 조립동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길애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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