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입국 52년, 韓 노벨과학상 진입 멀지 않았다

연구재단, 78명 수상자 특성 분석 발표 근접 한국 과학자 13인 선정
"마태효과 선순환 고리 진입 긍정적 조건 마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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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애경 기자 - 2018.09.26

노벨상의 계절이다. 10월초 발표를 앞두고 해외 정보분석 기업에서 노벨상 수상이 예상되는 연구자 17명을 선정했다. 우리나라 연구자는 포함되지 않았다. 국내에서 연구 중인 로드니 루오프 IBS 연구단장의 이름이 올랐다.

우리나라는 1966년 KIST(한국과학기술연구원) 설립으로 과학입국이 시작됐다. 52년의 시간이 지났지만 노벨과학상 수상은 아직 없다. 일본(22명)의 연달은 수상과 중국(3명) 토종과학자의 노벨상 수상으로 국내에서도 관심이 높아졌다.

2000년대 들어 한국 과학계의 수준이 높아지며 정부에서도 노벨상 수상 지원안 마련 등 다각적인 노력을 펼치고 있다. 우리나라 과학계는 노벨과학상 '제로'의 불편한 시선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한국연구재단(이하 연구재단)의 분석결과 한국의 노벨과학상 순환 고리 진입이 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과학계가 노벨위원회의 지속적인 관심을 끌어오며 긍정적 조건이 마련된 것으로 분석됐다.

◆노벨과학상  수상자들의 논문 성과 보니

연구재단은 10년간(2008~2017년) 노벨과학상 수상자 78명을 대상으로 수상까지 기간, 논문을 분석해 발표했다. 노벨상 수상까지 걸린 시간은 물리학 분야는 핵심연구시작부터 30.1년, 화학은 32년, 생리의학은 31.5년으로 평균 31년 이상 걸린 것으로 나타났다.

수상자의 연령은 전체 평균 67.7세. 화학은 69.4세, 생리의학은 66.8세, 물리학은 66.7세지만 30대에서 80대까지 다양하다. 이론 연구는 젊은 나이에, 실험연구는 특성상 늦은 나이에 노벨상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10년간 수상분야 경향도 확인됐다. 물리학은 입자물리, 원자물리, 응집물리 분야, 화학은 생화학, 유기화학, 물리화학 분야 수상이 많았다. 생리의학상은 유전학 분야가 가장 많았으며 생화학,  신경생리학 순으로 나타났다. 

연구시작 평균 연령은 물리학 38.4세, 화학 37.4세, 생리의학 36.3세지만 핵심연구 시작 연령은 다양하다. 한국의 신진연구자와 비슷한 시기로 볼 수 있다.

노벨과학상 수상자들의 공통점은 높은 피인용률이다. 또 장기간에 걸쳐 인용되며 노벨 심포지엄 등에 초청돼 참여하거나 과학계의 권위있는 상(울프상, 래스커상 등)을 받기도 했다.

노벨과학상 수상자들은 40~50대 시기 생애 전체 논문의 50%를 창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재단이 공개한 노벨과학상 수상자 생애별 논문 실적 평균은 40대 70.6%, 50대 81.3%로 이 시기에 논문 산출이 집중된다. 피인용실적도 40대 9303.3회, 50대 8619.4회, 30대 6592.7회 순으로 40대 연구자의 논문 인용수가 가장 높다.

하지만 피인용 비율은 30대 시기 논문에서도 35.6%를 기록하며 신진연구자 시기부터 두각을 나타낸는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자간 연구협력도 활발하다. 물리학상 수상자들은 미국, 일본, 독일 프랑스, 캐나다, 이탈리아, 러시아 등 연구자를 중심으로 협력이 일어난다. 한국은 협력 중심부에서 거리가 있다.

화학 역시 미국, 프랑스, 영국, 일본, 네덜란드 연구자의 협력이 활발하고 한국은 협력이 많지 않은 편이다. 생리의학상 수상자의 전체 논문 연구협력은 미국, 프랑스, 일본 중심이며 한국은 역시 주변부에 위치하며 협력이 많지 않다.

공동수상자 간 협력도 활발하다. 2008년부터 2017년까지 30회 중 2인 이상 공동 수상이 27회에 이른다. 3인 이상 공동 수상도 70%로 확인되며 수상자간 협력이 공동연구와 연관 기여가 많은 것으로 분석된다.
한눈에 보는 노벨과학상 수상자료.<사진=한국연구재단 제공>한눈에 보는 노벨과학상 수상자료.<사진=한국연구재단 제공>

◆연구만 한다고? 노벨과학상 수상자, 특허도 활발

일반적으로 노벨과학상은 기초과학 연구가 대상이다. 응용연구보다 과학현상의 근본 원리를 탐구하는 성과에 주로 수여된다.

연구재단의 노벨과학상 수상자 논문 과 특허 현황에 의하면 수상자들의 논문이 학술뿐만 아니라 산업활동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1단계는 논문을 직접 인용한 특허, 2단계는 1단계 인용특허를 인용한 특허로 구분했을 경우 78명의 수상자가 참여한 논문은 1만2973건. 1단계 인용 1만3244회, 2단계는 4만3898회로 상용화까지 단계가 필요하지만 활발한 인용이 이뤄지는 추세다. 기초연구지만 산업에서도 활발하게 이용되는 것으로 해석된다.

가장 많이 인용된 사례는 2008년 세포의 활동을 육안으로 볼 수 있는 도구로 사용되는 녹색형광 단백질(GFP)를 발견해 화학분야 노벨상을 받은 Tsien. 226건 논문을 인용한 특허가 7717건으로 가장 많았으며, 산업에 기여한 정도도 높게 평가된다.

2014년 청색 LED를 개발해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Nakamura, 2011년 후천성 면역체계 활성화를 위한 핵심 원칙 발견한 생리의학 분야 수상자 Steinman, 2009년 염색체가 말단소립(텔로미어, Telomere) 및 말단소립 복제효소 (Telomerase)에 의해 보호되는 원리를 발견, 생리의학분야 노벨상을 수상한 Szostak 등이 1단계, 2단계 인용 특허 수가 많다. 산업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피인용률 기준 노벨과학상 근접 韓 과학자 13명, 마태효과 기대

그럼 한국의 과학자는 노벨과학상에 얼마나 근접했을까. 연구재단이 논문 피인용 측면에서 논문 게재지와 상위 1% 논문수, 총 피인용 수를 기준으로 물리학, 화학, 생리의학 분야 한국 연구자를 분석해 발표했다.

노벨과학상 수상자 78명의 10년간 업적과 비교한 결과 국내 연구자는 물리학 분야 3명, 화학 8명, 생리의학 2명 등 13명이다.

물리학 분야는 김필립(현 서울대 초빙교수, Harvard University), 정상욱(POSTECH 석학교수, Rutgers University),  이영희 (성균관대) 교수. 화학은 현택환(서울대), 김광수(UNIST), 유룡(KAIST), 선양국(한양대), 윤주영(이화여대), 조재필(UNIST), 석상일(UNIST) 교수, 생리의학은 이서구(연세대), 김빛내리(서울대) 교수가 포함됐다.

피인용 수를 기준으로 물리학 분야 국내 연구자의 성과는 노벨상 수상자와 비슷한 수준이다. 총 논문수는 평균 이상이고 피인용수도 평균 이상으로 확인된다.

국내 과학계 역사는 미국(물리학상 93명, 화학상 67명, 생리의학상 103명), 영국(26명, 30명, 31명), 독일(24명, 29명, 17명) 등 노벨상 수상자를 다수 배출한 나라에 비해 길지 않다. 역사가 길지 않다고 노벨상을 받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연구개발(R&D)은 노벨상을 위해 하지 않는다. 앞다퉈 경쟁한다고 노벨상을 받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노벨상 수상자들은 소감으로 "실패에도 연구를 즐기며 새로움을 향해 도전했다"는 말을 많이 남겼다. 실패 속에서 자신의 연구를 즐기며 도전을 멈추지 않았고 노벨상은 목표로 하지 않았지만 덤으로 따라왔다.

국내외에서 한국의 노벨상 '희망고문'을 두고 성과 중심의 한국 과학계의 민낯이라고 지적한다. 연구재단은 '과학사를 통한 노벨과학상' 분석을 통해 한국 과학계의 노벨 과학상 순환 고리 진입이 멀지 않았다고 전망했다.

연구재단 관계자는 "이번 분석 결과 노벨상은 미, 영, 독 3개국에 집중됐다. 이는 선정과정이 공평한 것만은 아니라는 점을 암시한다"면서 "한국과학계는 그동안 노벨위원회의 지속적인 관심을 끌어오며 마태효과의 선순환 고리 진입에 필요한 긍정적 조건을 마련했다. 한국의 노벨상 수상이 가까워졌다는 의미"라고 밝혔다.

마태효과는 과학사회학자 로버트 머튼이 주장한 현상. 한두 차례 수상으로 주목받기 시작한 과학자, 저널, 국가가 더 많이 인용되며 명성과 보상을 얻게 된다는 내용이다.

한편 올해 노벨과학상은 현지시간 기준 10월 1일 생리의학상 발표와 2일 물리학상, 3일 화학상이 발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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