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통사 지식공유]프랑스에서 발견한 멋있게 사는 법

글: 이순석 ETRI 커뮤니케이션전략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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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 2018.02.25

ETRI(한국전자통신연구원·원장 이상훈)에서는 일주일에 한 번 자발적 학습 커뮤니티인 새통사(새로운 통찰을 생각하는 사람들)가 열립니다. ETRI 연구자들이 일반 국민과 선후배 연구자들을 대상으로 새로운 디지털혁명에 과감하게 도전하는 기술들을 탐색하고 고민해 주제발표하는 자리입니다. 새통사에서 나온 이야기들을 가감없이 전달드리고자 참가자들이 직접 정리한 내용을 공유합니다. 미래 우리에게 다가올 새로운 기술은 무엇이며, 이를 대비하는 연구원들의 자세와 각오는 어떠한지 글로 만나보세요. [편집자주]

이번 115차 새통사 모임은 박한표 대전문화연대 대표를 모셨다. 박한표 대표는 새통사와 만나면서 자신이 해야만 하는 일이 '인문운동'임을 깨닫고 본격적인 '인문 운동가'의 삶을 살고 있다. 이런 이유로 새통사를 이끄는 세 명의 정신적 지주와 더불어 새통사의 정신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문학도로서 오랜 시간 프랑스 유학 생활을 통하여 체득한 프랑스의 생활문화에 대해 깊고 넓은 이해도는 새통사 멤버들에게 프랑스 이해의 폭을 넓혀주고 있다. 특히, 물과 불의 만남에 대한 그 특유의 내공 있는 철학과 넓은 경험은 프랑스 문화를 속살까지 들춰볼 수 있게 하는 마력을 지니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

이런 분위기 때문인지 이번 네트워킹 시간에는 프랑스에 가서 뒷골목을 순회하며 프랑스 문화를 제대로 체험해보는 프로그램을 구체화해보기로 의견들을 모았다. 계획이 구체화되면 많은 분이 함께 경험을 공유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으면 참 좋겠다는 생각했다.

박 대표는 최근 인문운동의 가장 큰 주안점을 '위대한 개인되기'에 두는 듯하다. 작자 한 사람 한 사람이 깨어 있지 못하고 작자의 매력으로 다르게 살지 못한다면 그것은 인간이 그리는 무늬, 즉 문화에 아무런 기여를 하지 못하는 죽은 사람임을 강조한다.

박 대표가 말하는 오늘의 주제인 '멋있게 사는 법'의 첫 출발점도 '위대한 개인되기'임을 자각하게 되는 115차 모임시간이었다.
        
1. 멋지게 법의 기본 : 인문정신
 
파리에서는 전동차가 멈추기도 전에 문이 열린다고 한다. 그 의미가 재미있다. 이 도시가 시민들을 어른으로 대한다는 뜻이란다. 우리의 지하철과 사뭇 다른 모습이다. 또 하나의 예를 말해준다.

프랑스에서는 아이들에게 "착하게 굴라!"고 말하지 않는다. 대신 "현명해라!(Sois sage!)"라고 말한다. "침착하고 분별력을 발휘해라!"는 뜻이다. 이렇게 파리 시민들은 어려서부터 교육받아 어른이 되기 때문에 도시도 시민들을 어른으로 대하는 것이란다.

사람들이 자신을 스스로 책임지는 현명한 어른이라면 굳이 도시와 사회가 성인을 케어하려는 과도한 비용이 필요 없겠다 싶다. 비용도 비용이려니와 정책을 펼치는 관점 자체에 커다란 차이를 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정책이 생존과 안전이라는 굴레에서 벗어나 인간의 자아와 이상 실현이라는 한 차원 높은 대상에 관심을 갖게 해줄 수 있을 것 같다.

이 간단한 예를 통해서 프랑스 사람들의 축적 방식 하나를 읽어 낼 수 있다. 생존과 안전이라는 인간의 기본욕구를 해결하기 위하여 물질문명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현명하라!'는 추상적 가치 교육으로 대체할 수 있다는 깨달음의 산물이 아닐까 싶다.
 
프랑스 전동차의 이야기를 들으며 우리 생활 문화 속의 숟가락과 젓가락 속에 들어 있는 한국 사람들의 축적을 생각한다. 많은사람이 서양의 식사문화 속의 다양한 포크와 나이프를 풍부함, 섬세함, 까다로우므로 이해를 하고 있겠지만 사실은 한국의 더 오래된 삶의 경험 속에서 숟가락과 젓가락만으로 불필요한 물질세계의 소비를 줄일 수 있다는 문화적 축적의 산물이 아닐까하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이뿐만이 아니다. 우리나라의 건축양식 또한 우리 선조들의 높은 안목이 축적된 산물이 아닐까. 우리의 건축 양식만큼 자연친화적인 양식을 찾기 힘들다는 생각에서다. 누군가 이 부분에 대해서 깊이 연구를 한번 해보면 좋겠다.
 
박 대표는 이러한 프랑스식 교육을 인문정신으로 풀어준다. 인문정신의 기본을 자유 주의 정신과 과학적 합리주의 정신과 통합적 사고라고 한다. 자유 정신은 모든 관습이나 권위로부터의 해방을 말한다. 그러한 자유 정신을 위해 가져야 할 것은 비판적 태도와 저항이다.

과학적 합리주의 정신은 사유의 방식을 말한다. 과학적 사실을 바탕으로 한 합리적 사고는 특정한 이념의 강요나 편견을 극복할 힘이다. 통합적 사고는 통섭 또는 융합의 기술을 익히는 것이다. 이 정신으로 질문하는 능력을 키운다. 질문을 통해 나를 발견하고 타자를 발견하고 일상과 일상적 언어에 대해 새로운 발견을 한다. 즉 다르게 보기를 해 볼 수 있게 한다.

이 3가지 인문정신을 키우면 매너리즘에 빠진 일상, 부정적인 사고, 열정 없는 꿈들을 막아주는 방패를 가질 수 있다고 한다. 인문학은 인문정신을 익히고 일상에서 실천하는 것이라고 한다.
 
다시 한번 프랑스 사람들 이야기를 이어준다. 프랑스인들은 칭찬하기를 좋아하지 않는단다. 잘한 일은 누군가의 인정 없이도 스스로 기분 좋아질 일이기 때문이란다.

타인의 욕망을 욕망하는 인간이 아니라 온전히 자기 자신의 내면의 기쁨을 찾아 그것을 삶의 목표로 삼는 독립적이고 자유로운 '위대한 개인'이 되도록 교육받았기 때문이란다. 멋지게 사는 법의 그 처음은 바로 ‘위대한 개인되기’임을 말씀하시는 것이리라.
 
2. 멋지게 사는 법 : 매너
 
프랑스 사람들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르 사보아 비브레(Le Savoir-vivre)' 교육을 받는다고 한다. '잘 살 방법'을 배운다. 잘 살 방법은 단순히 에티켓을 기억하고 실천하는 것이 아니다. 에티켓은 형식이다. '화장실에서는 노크해야 한다'라는 것은 하나의 형식이다.

그러나 화장실 변기를 사용하고 있는 사람이 있으면 그냥 슬그머니 손을 씻는 것은 배려다. 볼일 보는 사람이 느긋하게 볼일을 볼 수 있게 하는 배려다. 이러한 배려를 위하여 에티켓을 구현하는 방법을 우리는 매너라고 한다.

프랑스의 대중버스를 멀지 않은 거리에서 버스를 타려고 쫓아오는 사람을 절대로 기다려 주지 않는다고 한다. 대신 누군가 버스에 한 발만 올리고 다른 발을 땅을 딛고 있으면 버스가 절대 떠나지 않는단다.

그래서 매너 있는 사람이라면 누군가 멀리서 버스를 타려고 한다면 한 발만 버스에 올리고 기다리는 모습을 일상으로 볼 수 있다고 한다. 그렇게 해서 버스를 탈 수 있게 된 사람은 '고맙다'는 표현이 아니라 '미안하다'라는 답례를 한단다. 불편하게 해서 미안하다는 표현이란다. 그래서 박 대표는 '사랑은 내가 힘들어지는 것'이라고 한다.

에티켓은 있다/없다로 말할 수 있지만 매너는 좋다/나쁘다고 표현하는 것이 정확한 표현이라고 한다. 매너는 곧 사람을 끄는 매력이다. 매너는 그 사람의 향기다. 그 향기 때문에 타자가 자신을 자연스럽게 좋아하게 만드는 것이다.

자발적으로 좋아하게 하는 것이 매력이라는 말이 나와서 요즘 핫이슈인 #MeToo 운동과 현상에 대하여 자연스럽게 화두가 매력으로 연결되었다. 이야기에 취해있다 말을 다 놓쳐버린 탓에 박 대표의 페북 담벼락에 있는 글을 잠시 옮겨 본다.
 
▲박한표 - 인문 운동가의 시대정신 (2018.2.24.)
 
사람이란 단어를 인수분해하면 삶이 된다. '람'자에서 공통분모 ㅏ를 빼면, ㄹ과 ㅁ만 남는다. 삶을 풀면 사람이 된다. 삶은 사람과 사람의 만남이니까. 그 만남의 삶은 유혹이 기초가 되어야 한다. 그럼 물고 물리는 성폭력의 아픔이 없었을 텐데…
 
유혹이란 상대가 나와 다름을 깨닫고 적극적으로 상대의 욕망을 탐험하고 고민하여 그가 내게 자발적으로 다가오도록 하는 행위이다. 그러니까 유혹에 전제가 되어야 할 것 역시 타자성의 발견이다. 나의 즐거움과 너의 즐거움이 만나는 자리를 고민하고 어느 순간 우리의 즐거움이 부쩍 가까워진 것을 발견하는 경이로움을 만나는 곳에 유혹이 있고 그것이 유혹의 가장 큰 보상이다.
 
물론, 타자성을 받아들이고 인정하는 일은 두렵고도 힘든 과정이 요구될 수도 있다. 거부당할까 두려워 도망가기도 하고 어떤 때는 공격적 태도로 미리 무장하기도 한다. 유혹은 이와 같은 두려움을 해소하는 방식이다.

유혹은 우리가 서로에게 위험한 상대가 아니라 즐거움을 줄 수 있는 상대임을 설득하며 다가가고 또 상대를 자발적으로 다가오게 하는 일이다. 물론 그 설득은 상대뿐만 아니라 나 자신에게 하는 것이기도 하다. 내가 먼저 상대에게 즐거움 주는 존재인가 묻는 것이다.
 
'유혹하다'라는 의미의 seduce라는 단어는 라틴어 seducere에 연원을 두고 있다. se는 away, 즉 떨어져 있음을 의미하고 ducere는 lead, 즉 이끈다는 의미다. 연결해보면, "떨어져서 이끄는 것"을 말한다. 함부로 침범하고 윽박질러 끌어오는 것이 아닌 거리를 두고 다가오게 하는 일이 유혹이다. 나는 여기에서 등장하는 거리를 두려움을 넘어선 상대에 대한 존중의 공간이라고 받아들인다.
 
이 유혹의 아름다운 정의와 기술을 모르니 성폭력이 나온다고 본다. 그냥 '갑'의 알량한 권위만을 갖고 여성의 성적 자기 결정권을 짓밟는 것이다. 그래서 폭력이다.
 
유혹이야기를 다시 해보자. 유혹은 모든 관계의 기초이다. 유혹 행위는 유혹함으로써 자신을 증명해 보이는 것이다. 다시 말하지만, 유혹은 자신의 매력을 드러내고 그것을 통해 관계를 다른 이들과 형성해 나가는 존재 방식이다.
 
삶은 사람과 사람의 관계이다. 이 삶을 잘 이끄는 길은 유혹의 기술을 익히는 것이다. 폭력은 한 존재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주는 무서운 것이다.

출처: https://www.facebook.com/phanpyo
 
이런 매너도 결국은 인간의 축적 힘이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삶의 기본을 이끌어주는 매너는 우리는 배우지 않는다. 특별히 배우지 않는다면 내가 사랑하는 사람, 내가 좋아하는 사람, 내가 익숙한 사람을 뛰어넘어 낯선 사람을 만나는 훈련이 필요하다.

내가 좋아하지 않는 사람의 이야기를 듣는 노력이 필요하다. 타자를 알아야 내가 무슨 불편을 감수해야 할지를 알 수 있다. 그래야 타자를 사랑할 수 있다. 사랑할 수 있을 때 타자가 자발적으로 나에게 다가올 수 있게 하는 유혹을 만들 수 있다. 그렇게 축적된 유혹의 흔적들이 매너다.
 
매너의 기본은 ①밝은 표정 ②정감있는 인사 ③부드럽고 상황에 맞는 말씨와 남의 말을 잘 듣는 대화 ④단정한 복장과 용모 ⑤바르고 절도 있는 자세와 동작 등이라고 한다. 하나같이 쉬운 듯 쉽지 않다. 모두 훈련이 필요하다. 박 대표는 이렇게 정리한다.

친절은 누군가에게 하는 '서비스'가 아니라 사회적 인격체로서 자신의 존엄성을 위해 손해와 불편을 감수하는 것이다. 이걸 다른 이름으로 '매너'라고 한다. '위대한 개인'은 매너로 경쟁한다.
  
3. 멋지게 사는 법 - 콘텐츠
 

멋지게 사는데도 결국 콘텐츠가 필요하다. 박 대표는 이에 대해서도 인문정신의 관점에서 말한다. 인문은 인간이 관여하는 무늬이다. 인간 각자는 하나의 커다란 결(춘하추동)속에서 움직이는 '다름'을 가진 사람일 뿐이다. 이 다름은 각자의 결단이 아닌 선택에서 나온다. 이 선택에 필요한 것이 인문정신이다.

이 정신은 나만 잘 살자는 것이 아니라 함께 다 잘 살자는 것이다. 이 정신은 지식, 머리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따뜻하고 열린 마음에서 나온다. 일상에서 인문정신이 부족하면 쉽게 정치적 판단을 한다. 좋다, 나쁘다는 이분법적인 신념, 이념에 지배받는다. 세계를 있는 그대로 보지 못하고 성심(정해진 마음)에 따라 봐야하는 대로 세계를 본다.
 
다양한 선택이 다양성을 낳고 그 다양성이 풍성함을 잉태한다. 다양한 선택은 감각의 지평 확장이 그 출발이다. 넓은 감각의 지평을 지식의 양을 늘리고 늘어난 지식을 분별하려는 사유의 노력을 통하여 우리는 하늘을 나르려는 붕의 의지를 얻을 수 있다.

의지력의 획득은 자신의 아집과 편견을 깰 수 있도록 감각의 문을 열어젖히려는 의식의 힘이 생긴다. 의식의 힘은 감각의 지평을 더욱 확대할 수 있게 하고 지식의 양을 늘릴 수 있게 하고 사유의 폭을 넓히게 한다. 그런 순방향의 움직임은 인간에게 자연스러운 축적을 낳게 한다.

개인의 축적은 유니크한 '멋'을 잉태한다. '멋'은 유혹을 일어나게 하고 유혹은 사랑에 불을 지핀다. 나를 불편하게 하는 사랑에 불을 켜게 한다. 나를 떠난 너, 우리, 이웃, 나라, 사회, 인류, 환경, 우주로 우리의 사유세계를 확장하게 한다. 사유세계의 확장은 더불어 사는 삶을 이끌어낸다.

마침내 마틴 루터 킹 주니어가 말했던 가장 끔찍한 비극은 사라지게 될 것이다. '좋은 사람들의 오싹한 침묵' 말이다. 박 대표의 페이스북에서 발견한 조봉암 선생의 묘비명에서 '탁월한 사유의 시선'을 발견한다. '우리가 독립운동을 할 때 돈이 준비되어서 한 것도 아니고 가능성이 있어서 한 것도 아니다. 옳은 일이기에 또 아니하고서는 안 될 일이기에 목숨을 걸고 싸위지 아니하냐.'
 
팁으로 우리는 프랑스의 와인 구분하는 법을 몇가지 배웠다. 훌륭한 콘텐츠다. 400년~500년 된 샤토들이 품고 있는 와인 만드는 기술과 수많은 스토리의 축적은 지구상에서 아무도 흉내 낼 수 없는 멋진 콘텐츠다.

인간의 능력으로 다 표현할 수 없는 기후와 기상과 포도의 품종과 땅과 사람이 엮어내는 스토리는 무한하다. 모두 우선 와인구분법을 익힌다. 후에 와인의 기본적인 맛을 익히고 와인과 함께 하는 스토리에 취해 보시길 권한다.
 
팁으로 와인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먹어봐야 할 5대 와인은 Chateau Latour, Chateau Mouton-Rothschild, Chateau Lafite-Rothschild, Chateau Margaux, Chateau Haut-Brion라고 한다.

왜 이들이 5대 와인이 되었는지, 선물할 때에는 어떤 와인을 해야 하는지, 와인을 언제 마셔야 하는지, 얼마 동안 저장했다가 마셔야 하는지, 어떤 와인을 저장고 속 깊이 배치해야 하는지, Label에 나타난 기본적인 와인 맛은 무엇인지 등등은 무한 콘텐츠임이 분명하다.
 
끊임없는 새로운 시도와 노력으로 인문운동을 몸소 펼치고 계신 박한표 대표에게 다시 한번 진심으로 감사를 드린다. 박 대표는 꿈꾸는 위대한 개인되기를 시작해서 모두 함께 더불어 사는 멋진 세상 만들기를 위한 왕성한 활동을 함께 응원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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