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 스페이스-일본③]올드 플레이어 '우주 서막' 성과들
"태양계 밖으로 간다" 뉴 플레이어 개척정신 마중물
그들의 개척정신 유전자가 우주 뉴 플레이어에게도 전이된 모양새다.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표정과 상상 그 이상인 곳에서 비즈니스를 만들어 보겠다는 포부까지도. 평균나이 30대 중·후반인 일본 우주 벤처 주역들은 말한다. "태양계 넘어 은하계로 간다"라고.
◆ '우주 서막 열다' 올드 플레이어 세계 최초 성과
일본의 대표적인 세계 최초 우주 성과로 '큐브샛 위성(XI-IV)'이 꼽힌다. 일본 도쿄대 나카스카 신이치 교수팀이 2000년 개발에 착수해 2002년 개발을 완료했으며 2003년 7월 발사에 성공했다. 크기는 가로·세로·높이 각 10cm, 무게는 1kg 수준.
큐브샛 위성 궤도 운용이 주된 목적이며 우주 공학 교육과 소형 위성용 통신 시험을 병행하기 위해 제작됐다.
큐브샛 위성 소비전력은 0.8W(와트)다.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컴퓨터 전력 20W에 비해 낮은 수치다.
2000년대 초께 각국에서 만들어낸 큐브샛 위성 대부분은 기술적·환경적 원인으로 기능이 고장 나거나 조기에 수명을 다해 임무가 끝났다.
2003년 발사된 덴마크 알보르그대학의 큐브샛 위성(AAU)도 교육용으로 한 달간 덴마크 상공을 도는 데 그쳤다.
반면 나카스카 교수팀이 제작한 큐브샛 위성은 지구를 500번 이상 촬영해 사진을 보내왔고, 지금까지도 지구 상공을 돌고 있다.
이후 나카스카 교수팀은 2008년 4월 큐브샛 위성 2호기(Cute-1.7 APD 2)를 발사했다. 9개월 동안 운용된 큐브샛은 방사선 환경을 견디며 위성의 자세 제어, 저에너지 영역의 대전입자 관측 등의 임무를 수행했다.
JAXA(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가 독자적으로 개발한 소행성 탐사 우주선 하야부사(MUSES-C)의 임무완수도 일본의 우주 서막이 되는 성과로 꼽힌다.
2003년 5월 가고시마 우주센터에서 발사된 하야부사는 일본어로 '송골매'라는 의미다. 크기가 가로 1m, 세로 1.6m, 높이 2m로 본체 무게는 360kg이다. 지구와 화성 사이에서 타원형 궤도를 그리며 태양 주위를 공전하는 소행성 '이토카와'를 탐사하고 태양계 생성 초기의 모습을 해독하는 임무를 맡았다.
사토 이치 JAXA-ISAS 우주과학연구소 박사는 "일본의 소행성 탐사 우주선과 큐브샛 위성 발사를 계기로 국민이 우주에 큰 관심을 끌게 됐다"라며 "우주로 나가야 한다는 개척정신이 2003년 시점에서 시작됐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나카스카 교수는 "위성을 올리는데 발사 비용까지 수천억원이 소요됐지만 큐브샛 위성은 0.1% 수준인 1억원이면 충분하다"라며 "우주를 위한 도전 장벽이 낮아졌다"고 말했다.
◆ '세계 최초' 도전 유전자 '뉴 플레이어'에 전이
액셀스페이스(대표 나카무라 유야)는 지난 2013년 웨더뉴스의 민간 최초 상업용 초소형 위성 'WNISAT-1'을 발사하는 데 성공했다. 무게는 10kg. 웨더뉴스란 미국과 일본에서 글로벌 센터를 운영하는 세계 최대 기상 정보 업체다.
WNISAT-1은 고성능 광학카메라를 탑재하고 있으며 지구 상공을 돌면서 북극해 관측 임무를 맡고 있다. 광학카메라로 구름과 얼음도 정확히 구분할 수 있다.
이뿐만 아니라 액셀스페이스는 지구 관측 인프라 '액셀글로브(AxelGlobe)'를 개발하고 있다. 600km 상공에 초소형 위성 50개를 띄워 실시간 지구 관측 시스템을 만든다는 것.
2017년까지 위성 3개가 올라가며 2020년까지 10개 이상의 위성을 궤도에 진입시킬 계획이다. 오는 2022년까지 50개의 위성을 띄운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초소형 위성 이름은 '그루스(GRUS)'다. 중량은 100kg미만으로 세계 대부분 지역을 매일 2.5m 해상도로 관측할 수 있다.
액셀스페이스는 지상의 자동차, 항구, 컨테이너, 농작물 성장 등의 데이터를 모아 기업에 제공하는 서비스에 나설 예정이다. 경제 동향 파악과 경영 판단에 도움이 될 전망이다.
나카무라 대표는 "미국의 오비탈 인사이트 기업처럼 위성 영상을 활용해 비즈니스를 창출하겠다"라며 "독자적 위성 확보라는 차별성을 무기로 장기적 빅데이터 확보가 가능하다"라고 말했다.
우주에 인공 별똥별을 만들겠다는 벤처 ALE(대표 오카지마 리나)의 세계 최초 도전도 주목된다.ALE은 특수 설계한 마이크로 위성을 사용해 인공 별똥별을 만든다는 도전을 내걸었다.
지구로부터 500km 떨어진 곳에서 블루베리 크기의 금속 구체를 대기층으로 방출한다.
금속 구체는 지구 주위 약 3분의 1정도 거리에서 대기권으로 진입하며 빛을 낸다. 별똥별 효과다. 금속 구체가 인공 별똥별이 되는 것이다.
인공 별똥별은 지구로부터 180km 떨어진 곳에서 보이기 시작한다. 음악회를 비롯해 불꽃놀이 등의 이벤트 현장에서 연출할 수 있다.
한 개의 별똥별은 2~3초 정도 반짝이며 한 번에 10~20개 정도의 별똥별을 방출할 수 있다.
ALE은 버튼을 누르면 20분 뒤 인공 별똥별이 발사되는 기술을 연구하고 있으며 최대 100개의 인공 별똥별 발사를 목표로 두고 있다.
마이크로 위성에는 금속 구체 300~400개가 탑재되며 금속 구체를 모두 사용하면 위성의 역할은 끝나게 된다.
오카지마 대표는 "우주를 엔터테인먼트로 생각하고 있다. 상상 속으로 보는 우주가 아니라 맨눈으로 보는 우주를 보여주고 싶다"라며 "지금까지 우주 비즈니스 영역을 태양계 내부로만 봐왔다. 태양계를 넘어 은하계로 진출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 우주와 IT 결합 "인류의 새로운 문제 해결"
구글이 후원하는 민간 최초 달 탐사 레이스인 '루나 X프라이즈'에 참가하는 하쿠토. 하쿠토 팀원은 일본 우주 벤처 ISPACE(대표 하카마다 타케시)를 중심으로 구성됐다.
루나 X프라이즈는 국가 차원이 아닌 민간에서 우주 개발을 시도한다는 것에 의의가 있다. 레이스 방식은 로봇을 달 표면에 착륙시켜 500m 이상 이동시키면 된다. 이동 중 영상을 촬영해 이를 지구로 가장 먼저 전송한 팀이 우승하게 된다. 우승팀 상금은 약 200억원.
하쿠토가 개발하는 로버의 총 중량은 4kg이다. 2012년 화성에 착륙한 NASA의 '큐리어시티'가 900kg이고, 중국의 달탐사 로버 '옥토호'가 120kg이다. 하쿠토 로버는 이들에 비해 솜털처럼 가벼운 셈이다.
ISPACE에서 사업개발을 담당하는 이치카와 류타로는 "로버 경량화는 우주 비즈니스에 비용 경쟁력의 중요한 요소가 된다"라며 "우주를 향한 치열한 경쟁에서 데이터화 경험을 쌓아나가겠다"고 말했다.
대학교 졸업 이후 미쓰비시에 취직했던 경험이 있는 이치카와 담당자는 "과거 일본 우주산업을 4개 대기업과 정부가 맡아왔다"라며 "경직된 대기업을 벗어나 유연한 조직인 민간에서 뉴 스페이스 바람에 동참하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하카마다 대표는 "이번 달 탐사 레이스는 일본의 우주 비즈니스 출발점에 불과하다"라며 "소형 로버가 완성되면 실패를 두려워할 것 없이 우주로 향한 물자 운반이 쉬워질 것"이라고 단언했다.
또 스페이스시프트는 인공위성을 직접 쏘아올린 액셀스페이스, 캐논, ICEYE 등으로부터 위성 데이터를 공급받아 분석하고 있다. 카네모토 대표는 내각부 우주개발 전략 추진 위원회에 참여해 우주기술 활용 예측 시나리오도 구성했다.
카네모토 대표는 "위성에서 바라보는 지구는 감출 수 없다. 우주에서는 모든 것이 보인다"라며 "우주와 IT가 연결돼 인류의 새로운 문제해결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확신했다.
이뿐만 아니라 재사용 가능한 비궤도 우주선을 개발하는 PD에어로스페이스 기업을 비롯해 민간 최초로 우주로켓을 발사한다는 인터스텔라테크놀로지 기업까지 일본 벤처들이 우주를 향한 개척의 행보가 멈추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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