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잔치 벌이며 소통과 공감대 형성···미래 비전 공유 GEN 2016···뉴 미디어 관련 국제 언론인 대회 참관기
왜 서양이 지금도 세계를 주도할까? 아시아가 부상하고 있다지만 콘텐츠와 소프트파워 측면에서 보면 아직도 서양이 압도적이다. 서양의 지구 지배 역사는 짧게 보아도 500년이다.
그렇게 될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두 번의 국제 컨퍼런스에 참가하며 실마리를 찾은 듯하다. 사회가 유지, 발전되기 위해서는 같이 미래에 대해 공유하고 그 방향으로 힘을 쏟는 것이 중요하다.
소통과 공감대 형성이 긴요하다는 것이다. 논의 과정에서는 다양한 현상이 서술되고 이견이 제기되지만 결국 큰 방향을 찾아간다. 그 과정에서 지식이 공유, 축적되며 사회 전체의 지력도 커진다.
국제 컨퍼런스에서 이 모습을 보았다. 최근 뉴미디어 관련 대표적 국제 컨퍼런스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GEN 2016 대회를 참가했다. Global Editors Network의 약자로 뉴미디어를 포함해 신문과 방송 등 저널리스트들이 모여 현재의 주요 트렌드를 공부하고, 미래 바람직한 방향을 모색하는 자리이다.
올해가 6회째. 지난해 스페인 바르셀로나에 이어 올해는 오스트리아 빈에서 6월 중순 열렸다. 이번 모임에는 CNN, WSJ, NYT, BBC 등등 전통의 메이저뿐 아니라 유럽, 러시아, 아시아, 남미, 아프리카 등등 전 세계에서 참가했다.
그래도 주류는 미국과 유럽이다. 3일 동안의 대회 기간에 아침 8시부터 저녁 6시까지 1시간 단위로 세션이 열리며 주제 발표와 토론이 이어졌다.
최근 세계 언론의 화두가 되는 360도 VR 보도와 로봇기자, SNS와의 연계, 지역 간 협력 방안 등등의 주제가 논의됐다.
이에 앞서 올 2월 미 워싱턴 DC에서 열린 AAAS(전미과학진흥협회) 연차 총회도 비슷한 모습이었다. 일체의 요식적 행사는 생략되고 바로 주제발표로 이어지며 5일 동안 집중 공부하는 모습이었다.
두 대회를 보며 우리나라 현실을 둘러보았다. 한국에서 기자들이 매년 만나 공부하는 자리가 있는가? 과학자들이 본인들의 전문 지식도 나누고 대중과도 소통하는 그런 행사가 있는가? 학회 등은 있지만, 전체를 아우르는 행사는 존재를 찾기 힘들다.
그럼 서양은 왜 이런 문화가 있고, 그것이 전통으로 자리 잡았는데 우리는, 동양은 왜 그럴까? 서양은 기본적으로 정보와 지식에 큰 가치를 두었다. 서양은 절대 강자가 없이 늘 경쟁을 해야 했고 때문에 신무기나 신기술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
런던의 커피 하우스에서는 새로운 사람이 등장하면 기존에 있던 사람들은 그를 둘러싸고 새로운 소식이 무엇이 있느냐고 묻고 그는 자신만의 새로운 정보를 내놓아야 비로소 커피를 마실 수 있었다는 이야기도 있다.
또 영국 왕립학회 등의 활동이 주로 서한과 출판 등으로 이뤄진데서 볼 수 있듯이 지식의 확산과 공유가 전통으로 자리 잡았다.
과학혁명에 큰 역할을 한 케플러는 말한다. "진리는 세상을 더 많이 이해하고(그 세상을 만든) 신에게 더 가까이 갈 수 있다."
자연 현상의 본질과 원리는 종교적 믿음과도 연결되며 이를 합리적으로 이해하는데 서양 사람들은 많은 투자를 했다.
이에 비해 동양은 질서가 비교적 안정돼 있었다. 중국과 한국, 일본의 경우 국경이 비교적 멀고 중간에 바다도 있어 교류가 많기보다는 각기 자신들만의 생활을 해왔다. 몇백년 만에 한 번 정도의 큰 국제전이 있을 뿐 전쟁이 상시화되지 않고, 교통수단도 발달하지 않아 일상 교류가 많지 않았다.
때문에 새로운 무기와 지식을 통한 파이 키우기보다는 갖고 있는 자원의 분배에 관심이 모아졌다. 언어의 차이도 소통에 걸림돌이 됐다. 국경을 넘은 교류는 거의 없고, 내부에서도 질서 유지에 더 신경을 썼지 새로운 지식을 찾으려 애써 사람을 파견하거나 찾지는 않았다.
유럽과 미국에서는 언론과 출판 등으로 지식 교류가 활발했으나, 동양에서는 계(契)나 지역 차원의 교류는 있었으나 지역을 뛰어넘어 국가 단위의, 더 나아가 국가를 뛰어넘는 국제적인 교류는 사례를 찾기 힘들다.
과거로부터 이어진 습성에 따라 현대에 들어와서도 서양은 계속 그 범위를 넓히며 전 지구적 차원의 모임을 개최하고 있고, 동양은 아직도 정보 공유 등에 익숙하지 않은 것은 아닐까?
서양에서의 지식 중시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증거 중 하나는 도서관이다. 오스트리아 빈에서 가장 오래됐으면서도 가장 큰 사립 도서관을 이번 컨퍼런스 행사의 하나로 견학할 수 있었다.
약 900년 전에 건립된 Klosterneuberg 성(城)안에 위치한 도서관. 우리나라 역사로 치면 고려 초기이다. 27만권의 장서를 지니고 있는데 화려하기 이를 데 없다. 체코 프라하에서도 수도원 부속 도서관으로 영화 '아마데우스'가 촬영된 곳이 있는데 1000년 전부터 유럽인들은 건물의 가장 좋은 곳에 도서관을 설치했다. 지식의 가치를 인정하는 것이고, 그 지식이 결국 부를 낳은 것이 아닐까?
Klosterneuberg 성(城)에서 인상 깊은 것 중의 하나가 지하 공간. 포도주 양조를 위해 만들었다고 하는데 지하 약 40m에 달한단다. 40m면 약 10층에서 15층 공간이다. 물론 건축 초기부터 이런 큰 지하 공간이 있지는 않았겠지만 오랜 옛날부터 지하를 썼다는 것이 우리로서는 경이롭다. 우리나라가 지하를 공간으로 활용한 것은 언제부터였을까?
지하를 파고 그 위에 석조 건물을 100m 높이로 올리려 하니 수학과 물리, 건축 등등의 학문이 필요했을 것이다. 그 지식은 다시 새로운 지식을 낳아 사회의 경쟁력으로 선순환되지 않았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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