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의학을 지금 즐겁게 꿈꾸어보자. 한의학적 진단학인 '변증'이란 한마디로 '인체의 개체 특성을 고려하여 질병을 치료한다'는 것이다. 사상의학은 그러한 개체 특성을 크게 4가지의 선천적인 타입으로 나누어 보는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개체 특성을 고려하는 맞춤의학은 이미 세계 의학의 주된 지향점이 되고 있다. 그렇다면 수천년의 맞춤임상자료를 갖고 있는 한의학과 현대 과학기술을 조합하면 미래 의학의 모습이 보이지 않을까? 최근 세계 의학계는 한의학적 진단법인 '변증'에 본격적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이 분야에서 앞서 있는 한국에서는 특히 진단 과학화 기술을 빠르게 발전시키고 있다. 그동안 한의사의 오감을 이용해 주관적으로 해오던 한의학 진단을 첨단 센서들을 이용하여 객관화하는 것이다. 가장 먼저 맥진기가 등장했다.

압전 센서를 이용해 한의사의 손가락을 대신하는 맥진기는 이미 몇 년전부터 '대요메디'라는 벤처기업이 제작·시판을 시작했다. 아직은 시장의 반응이 약하지만 앞으로 한의학적 콘텐츠가 충분히 탑재되면 세계적 명품이 될 가능성이 크다. 올해는 한의학연구원의 '체질진단툴'이 주목을 받고 있다.

한의사에 따라 체질진단이 달라지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진과 음성 등을 분석하여 체질성분값을 계산해주는 것으로 그 성능에 대해서는 아직 이런 저런 말들이 있지만 그 필요성과 가능성에 대해서는 모두가 공감하고 있다.

그 외에도 혀의 상태를 진단하는 설진기와 표준연구원에서 연구해온 피부 진단기 등도 있다. 이렇게 한의학 진단에 사용되는 시각, 청각, 촉각 센서들은 모두 생활환경 속에 쉽게 설치할 수 있는 것들이다.

조금만 더 기술이 발전하면 스마트폰으로도 일정 수준 가능해질 것이다. 게다가 이런 진단 도구들이 모두 비침습적이라는 것이 큰 장점이다. 아직 의료법상 논란이 일고 있지만 유헬스 환경이 결국 구축되고 나면, 가장 쉽게 응용할 수 있는 도구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유헬스케어는 전문가가 나의 건강을 모니터링 해주면 좋겠다는 욕구에서 시작된 개념이다. 그런데 서양의학으로는 모니터링 결과 위험하면 병원으로 부르는 방법 밖에는 딱히 멋진 서비스가 없다.

하지만 사상의학 같은 경우 건강 상태에 따라 그 날의 체질별 음식, 체질 특성에 맞는 운동, 목욕이나 온열 요법 등등 체질 특성에 따른 생활 관리를 도와줄 방법이 얼마든지 있다. 이러한 생활관리를 의학에서 매우 보조적이고 제한적인 문제로 치부하는 경우가 있다면 이는 의학에 대한 무지이다.

오히려 약이나 수술이 매우 제한적인 치료도구라 해야 옳을 것이다. 의사란 어디까지나 스스로 회복능력을 갖고 있는 우리 몸의 치료작용을 도와주는 사람일 뿐이며, 그래서 반드시 생활관리를 잘 지도하면서 약을 보조적으로 쓰도록 예로부터 명의들은 가르쳐왔다.

우리는 이 영역의 진단기기들을 '오감형 진단기기'라 이름 붙였다. 인체 오감을 모방한 센서들을 이용해 한의사의 진단을 대신하는 기기라는 뜻이다. 오감형 진단은 체질 맞춤 의료서비스를 전 생활영역에 걸쳐 실현해줄 것이다.

물론 이 결합이 기술적으로 쉽지만은 않아서 앞으로 우여곡절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세계 의학의 흐름과 현대 기술수준을 볼 때 결국 가능할 것으로 보이지 않는가?
 

▲ⓒ2011 HelloDD.com

▲김종열 본부장 ⓒ2011 HelloDD.com 김종열 한국한의학연구원 체질의학연구본부장은 공학을 공부하고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서 연구하던 중 사상의학에 매료돼, 다시 한의학을 공부했습니다. 김 본부장은 8년간 임상을 통해 연구자료를 축적한 후, 한국한의학연구원에서 이제마프로젝트를 통해 사상의학의 과학적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김 본부장은 한의학의 과거, 현재 및 미래와 우리에게 필요한 국가정책과 연구과제에 대해 알기 쉽게 설명해 주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