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④]KAIST 어디로 가야 하나?
"모든 일정 취소하고 교수·학생과 소통하겠다"

KAIST가 새국면을 맞고 있다. 최근 일련의 자살 사태로 새로운 리더십을 요구받고 있는 서남표 KAIST 총장이 기존 개혁 행보를 일시 중단하고, 모든 역량과 일정을 KAIST 구성원들과의 소통에 올인하겠다고 말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서남표 총장은 13일 오후 4시 KAIST 본관 1층 대회의실에서 기자간담회을 갖고 오늘부터 계획된 모든 일정을 취소하고 학생·교수들과의 소통에 올인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일방적 개혁 추진 과정에서 구성원들의 의견수렴을 쉽게 받아들이지 않았던 종전 입장에서 한 발 물러섬에 따라 KAIST의 '불통(不通) 양상'이 내부적으로 자연스럽게 해결될 가능성이 열린 것이다.

특히 서 총장은 KAIST 교수협의회(회장 경종민 전산학과 교수)가 이날 요구한 'KAIST 혁신비상위원회' 구성을 전격 수용했으며, 학교가 잘 돼야 한다는 점에 뜻이 같이하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받아들인다는 의사를 피력했다.

서 총장은 앞으로 학생들과 교수들과의 대화를 통해 총장 권한 내에 있는 사안은 즉시 시행하고, 담당 소관부처 및 이사회 등과 논의가 필요한 사안은 충분한 논의를 통해 시행에 옮길 계획이라고 약속했다.

교수협은 애초 혁신비상위원회 구성에 대해 당초 14일 정오까지 서 총장에게 가부(可否) 확답을 기다리기로 했었다. 하지만 서 총장이 이날 오후 2시 경종민 회장을 만난 자리에서 교수협 제안을 전격 수용하자 KAIST 혁신위 구성도 급물살을 타게 됐다.

이에앞서 교수협은 서 총장이 교수협의 촉구안을 거부할 경우 14일로 예정된 총회를 통해 총장 사퇴를 촉구하고 후속조치에 들어갈 방침이었다. 교수협은 12일부터 전체 교수를 대상으로 온라인 투표를 실시한 결과, 580명 교수 중 355명이 투표에 참여해 84.7%(찬성 301명, 반대 54명) 찬성으로 혁신비상위 구성 촉구안을 가결한 바 있다.

◆KAIST 혁신위, 어떻게 추진되나?
 

▲경종민 교수협의회 회장은 이날 'KAIST 혁신비상위원회'  구성공식화를 요구했다.  이에
서총장은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받아들인다는 의사를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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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협이 제안한 혁신위는 15일까지 총장이 지명하는 5인과 교수협 지명 5인, 학생대표 지명 3인 등 모두 13인으로 구성된다. 위원회 활동은 구성 후 3개월 동안이며, 필요한 경우 1개월 연장이 가능하다.

위원장은 평교수 대표가 맡게 된다. 위원회에서는 학교 전반에 걸쳐 모든 사항에 대해 논의할 수 있으며, 토론을 통해 결론을 도출키로 했다. 필요한 경우 투표 방법도 동원될 예정이다. 위원회 활동이 종료되면 최종 보고서를 학교 전체 구성원과 이사회에 즉시 보고할 예정이다.

도출된 결정에 대해서 서 총장은 반드시 시행에 옮겨야 한다는 조건을 내걸고 있다. 서 총장은 혁신위에서 내린 결정을 100% 따라야 한다는 교수협의 제안에 "그렇게 하겠다"고 전제한 뒤 "앞으로 어떤 결론이 나올지 모르지만 학교 발전이라는 큰 뜻은 동일하기 때문에 전체 방향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이고, 의견 차도 많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종민 회장은 "서 총장이 지난 5년간 굉장히 잘한 일이 많다고 생각한다"며 "구성원의 다양한 의견을 허심탄회하게 공유하면서 학교의 미래 방향을 찾고 좋은 것은 발전시키고 하는 과정에 총장이 동의했다"고 수락 배경을 설명했다.

◆사퇴 압박 받는 서 총장 "정리해 놓고 떠나는게 낫다"

"지금 떠나는게 나은가. 정리하고 가는게 나은가. 내 생각은 정리해 놓고 떠나는게 낫다고 생각합니다." 서 총장은 정치권 등 일각에서의 사퇴 압박에 대해 물러나더라도 현재 학교의 상황을 정리하고 떠날 것이라는 뜻을 밝혔다.

서 총장은 "개인적인 이유로 KAIST에 있는 것이 아니다"라면서 "KAIST를 잘 이끌어 달라 해서 밤낮으로 일했으며, 그러다보니 무리한 것도 있었던게 사실"이라고 그동안 개혁추진 과정에서의 부작용을 인정했다.

그러면서 서 총장은 "내 공관에서 지난 5년 동안 의자없이 서서 먹을 정도로(언제든 떠날 수 있게) 간단히 산다"며 "개인의 문제가 아니고 KAIST가 잘되고 있는데 어떻게 마무리 하느냐가 이슈다. KAIST가 잘돼야 하고 적당히 해놓고 떠나는 것이 내가 할일이 아니다, 잘 마치려고 한다"고 사퇴 압박에 대한 소신을 이야기 했다.

◆ 학사·복지제도 개선안 마련…15일 이사회 보고

KAIST는 현행 성적별 차등 등록금 부과제를 폐지하고 기초 필수과목을 한국어로 강의하는 등의 '학사 및 교육, 복지제도 개선안'을 마련해 발표했다. 이 개선안은 오는 15일 KAIST 이사회에 보고될 전망이다. KAIST는 이번 개선안에서 그동안 최대의 논란을 빚었던 성적별 차등 수업료 부과제는 약속한 대로 폐지한다고 밝혔다.

또 이번 개선안에는 연차초과자에 대한 국립대 수준의 등록금을 부과키로 했으며, 강의 부담은 학생참여위원회(가칭)를 통해 결정한다는 원칙을 세웠다. 학생상벌·등록금 등 각종 학생관련 위원회 의사결정 과정의 학생 참여도 앞으로 추가 확대 실시할 예정이다.

재수강과 계절학기같은 학사제도 역시 학생이 참여해 개선안을 마련하는 방향으로 운영될 전망이다. KAIST는 또 입학 후 학사경고면제나 학사과정 학업 부담 20%를 줄이는 문제 등 일부 사안은 곧바로 결정하기 보다 교수들과의 충분한 논의를 거쳐 시행해 보기로 하고 일단 보류했다.
 

▲서남표 총장은 13일 오후 4시 KAIST 본관 1층 대회의실에서 기자간담회을 가졌다. ⓒ2011 HelloD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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