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깡총깡총, 우리는 이렇게 뛴다-⑫ 한국생산기술연구원 편]
나경환 원장 "1만개 중소기업 전방위 지원 위해 뛰겠다"

얼마 전 정부출연연구기관 중에서 한국생산기술연구원(이하 생기원)이 이례적으로 원장 연임에 성공했다. 23년 생기원 역사를 놓고 볼 때 원장 연임은 전례가 없는 일이었다. 그래선지 현장에서는 '생기원이 많이 좋아졌고 앞으로 더 좋아질 것'이라는 평이 나온다.

출연연 기관장 4년째인 나경환 원장이 그동안 내부적으로 끊이지 않았던 고질적 경영 문제를 거의 다 해결했고, 외부로는 기관 목적에 맞는 뚜렷한 성과를 창출했기 때문에 연임할 수 있었다는 게 중평이다. 나 원장에게 그동안 어떻게 경영해 왔는지, 올해의 중점 목표는 무엇인지를 들어보았다.

"부담이 큽니다. 남들은 연임돼서 기관 경영이 더 쉽겠다고 말하지만 연임 이후 오히려 부담감이 더 커졌습니다. 6년 이후 성과에 대한 고민이 많아지고 책임감이 무거워지게 됩니다." 나 원장의 목소리에는 기쁨보다 오히려 신중함이 배어나왔다. 말 한마디 운을 뗄때마다 기관의 실질적 변화와 발전에 대한 무게감이 느껴진다.

출연연구소마다 각자 고유의 기능이 있고, 운영 체계 속에서 고유한 기능을 잘 구현하면서 성과를 내게 마련. 이런 가운데서도 생기원의 경우는 다른 출연연과 비교해 상당히 기술 실용화 중심으로 운영되는 특징이 있다.

그럴수록 차별화되지 않으면 다른 일반 기업지원기관들, 또는 여타 출연연과 별반 다를게 없어진다. 어떻게 보면 기업지원 형태의 차별화는 기관의 생존 문제라 할 수 있다. 이에대한 고민들이 나 원장으로 하여금 가장 먼저 과거 3년간(1기 원장 경영기간) 내부의 고질적 운영시스템 문제를 해결하는 데서 출발점을 삼게 만들었는지도 모른다.

나 원장이 일반 연구원 시절(생기원 팀장 및 선임연구본부장 출신) 늘 눈에 보였던 연구소에 내재된 현안들부터 하나씩 하나씩 풀어나간 이유다. 그중에 가장 큰 걸림돌은 역시 총액 인건비 초과 집행. 인건비가 과도하게 지출되다보니 기관 경영에 적지 않은 부담이 지속됐다.

결국 내부의 희생이 필요하다는 판단 아래, 지난 2009년 전체 직원 임금 10% 삭감을 이끌어 냈다. 물론 지금도 연구원들로부터 서운한 감정을 직·간접적으로 느끼고 있지만 직원들과의 대화를 통해 상호 이해의 실마리를 풀어나가려 노력하고 있다.

덕분에 기관이 좀 더 목표지향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됐다는 인식의 공유가 가능했다. 다음으로는 바이오 산업을 위한 중요한 인프라였던 생물실용화센터를 민간에 위탁하는 방식으로 넘겼다. 보다 효율적인 운용을 위해서였다. 출연연 스스로 자기 조직을 민영화하는 작업은 그리 쉽지않은 일이다. 하지만 민간 위탁을 통해 기관 경영의 효율성은 더 높아졌다.

나 원장은 "지난 3년 임기 동안 연구소에 내재된 핵심 문제들을 해결해왔고 앞으로의 3년 임기는 출연연이 갖고 있는 본래의 기능을 강화하는 데 집중할 계획입니다"라며 "무엇보다 중소기업 지원을 위한 방법에 대한 고민과 행동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말했다.

◆ 지역 밀착 경영 승부…"기업에 다가가는 전략 강화"

생기원은 지역 밀착형이다. 생기원 연구원들은 매년 24시간 기술주도형 기업들이 위치한 지역 내에서 연구활동을 한다. 기업에 대한 기술지원은 선택이 아니라 의무다. 생기원 상근직 연구원은 모두 820여 명. 이들은 생산현장이 요구하는 실용화 기술을 개발하고, 그 성과를 해당 전문기업으로 이전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천안의 산골자락(서북구 입장면 홍천리)에 위치한 생기원 본원은 전국 기술지원의 사령탑이다. 천안을 중심으로 인천, 안산, 광주, 부산, 대구에 지역기술지원본부가 운영되고 있다. 최근 강릉에도 지역기술지원본부 설치가 결정되면서 강원권 기업들의 기술지원에도 본격 나설 계획이다.

이로써 생기원은 전국적으로 5+2경제권 체제에 맞춰 지역본부를 운영하고 있다. 생기원은 기업들이 원하기 때문에 현장으로 다가가는 전략을 강화해나갈 수밖에 없다. 그럴수록 원장에 대해 연구원들이 바라는 1순위는 자주 만나 소통하길 원한다는 점이다.

문제는 각 지역본부가 떨어져 있어 관리와 커뮤니케이션이 어렵다는 점이다. 외부에 잘 알려지진 않았지만 생기원의 각 지역본부는 그간 기업들 성장을 돕기 위해 기업인들과 실질적 관계를 맺는 데 주력해 왔다.

연구 결과의 효과적인 기업 이전과 기업의 연구 요구를 조화시키기 위해 연구와 지원의 이원화체제로 운영하고 있다. 연구자가 직접 현장에 가서 제품을 공동 연구하고 다시 연구원으로 기술 수요가 피드백되는 형태다. 산

업의 수요를 바탕으로 연구를 하기 때문에 그만큼 기업이 느끼는 지원체감 만족도는 높다. 기업 고객만족도 조사(2010년)에서 100점 만점에 87.3점 만족도를 보였다. 나 원장은 "연구와 지원의 이원화 체계를 100%는 아니지만 지난 3년간 꾸준히 정착화시켜 왔습니다"라며 "기업의 입장에서 연구와 상용화에 대한 부분이 많이 엇갈리는데 실제로 개발하는 연구원이 기업을 지원해 실질적으로 제품화 단계까지 지원하는 작업을 펼치고 있습니다"라고 설명했다.

◆ 1만개 기업 기술지원 목표…"전체 출연연 차원의 기업지원 로드맵 필요"
 

▲나경환 원장. ⓒ2011 HelloDD.com
"우리 연구소가 지금 직·간접적으로 연관을 맺고 지원하고 있는 기업이 약 3000개 됩니다. 앞으로 최소한 1년간 1만개 지원 목표를 가지고 움직일 계획입니다."

나 원장은 "우리나라에 있는 30만여 제조기업을 모두 지원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지만 플랫폼 기술개발 방식으로 지원 효과를 꾸준히 확대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나 원장이 제시한 플랫폼 기술개발 방식은 '사이버 엔지니어 U24'가 대표적인 예다. 쉽게 말해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미리 최적의 설계 방안을 도출하는 부품설계기술이다.

이 소프트웨어 기술을 생산현장에 보급하는 한편 사이버설계센터 슈퍼컴퓨터에 접속하면 동시에 1000개 기업이 서로 구애받지 않으면서 자율적으로 부품 설계가 가능하다.

현재 기업인들로부터 많은 호응을 얻고 있다. 기술 지원 방식도 단순 기술지원보다는 종합 패키지 형태의 맞춤형 기술 솔루션 방식으로 전환하고 있다.

3대 중점 연구 영역으로 나눠 생산기술 심화연구에 힘쓰고, 개발된 기술의 현장 이전은 물론 시제품 제작에서부터 시험·분석·평가, 물류, 조립, 마케팅에 이르기까지 연계 지원을 통해 실용화 성공률을 높인다는 구상이다.

아울러 상대적으로 늦게 출범한 동남권이나 대경권(2009년 5월 오픈)을 강화해 현재 30명 정도에서 150명 정도의 인력 수준으로 확장할 방침이다. 어느 정도는 지원 인력의 규모가 돼야 기업지원도 실질적인 효과를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기업의 인력문제를 지원하기 위해서는 지난해 추진된 지식경제부 '기술인재지원사업' 등을 통해 기업이 요구하는 인재를 매칭해 주고 있다. 이 사업도 기업들의 반응이 폭발적이라며 나 원장은 사업을 더 확대할 뜻을 내비쳤다.

나 원장은 중소기업에 대한 출연연의 역할에 대해 "현재 각자 출연연에서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기업들을 지원하고 있지만 여전히 기업 수요에 맞추기에는 부족한 부분이 많습니다"라며 "앞으로 기업들이 좀 더 쉽게 출연연에 접근할 수 있도록 통합적 솔루션을 마련해 보는 것도 바람직할 것입니다"라고 제언했다.

나 원장은 "기업들이 새로운 제품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생기면 언제 어디서나 생기원을 찾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기업들로부터 신뢰받는 기관으로 거듭나는 것을 목표로 임기동안 최선을 다해 뛰겠습니다"라고 포부를 밝혔다.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전경(천안). ⓒ2011 HelloD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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