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R&D 혁신전략' 발표…연구현장 변화 가속화될 듯
전략기획단 신설…권한, 민간에 대폭 이양

국가 연구개발 체제가 대폭 개편된다. 지식경제부(장관 최경환)가 R&D체제 대수술을 선언했다.

지경부가 주도적으로 국가 R&D체제를 전면 쇄신한다고 밝혔지만, 단순히 부처 내 혁신체제를 넘어 기획재정부와 교육과학기술부 등 관계 부처 협의와 위기관리대책회의 논의를 거쳤기 때문에 범 정부 차원에서 추진될 전망이다.

혁신전략안의 골자는 R&D 체제에 민간 수준의 경쟁 체제를 도입하는 것. 앞으로 국제 경쟁력을 갖춘 신산업을 창출할 수 있는 방향의 R&D 체제로 탈바꿈하겠다는 복안이다.

지경부는 전략기획단 설치, R&D 프로그램 재설계 및 프로세스 전면 개편, 지원 인프라 효율화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지식경제 R&D 혁신전략'을 수립, 이날 혁신안을 발표했다.

과학기술계 출연연 발전 민간위원회(위원장 윤종용) 역시 출연연 지배구조 개편과 연구환경 개선 방안을 오는 5월경 내놓을 예정이어서 당분간 과학기술 연구현장의 활발한 시스템 변화가 예상된다.

◆ R&D시스템 '대수술', 왜?…"논문 중심 평가 뜯어고친다"

정부는 현재 R&D 시스템의 근본적인 문제점을 R&D 시스템의 비효율성에서 찾고 있다. 국가 전체 R&D 투자의 지속적 증가로 우리나라 과학기술 인프라의 글로벌 위상 역시 높아졌지만, 파급효과가 큰 대형 성장동력 창출에서는 골머리를 앓아왔다.

실제 국가 R&D규모는 2000년 13조8000억 원에서 2008년 34조5000억 원으로, 정부 R&D는 지난 99년 3조7000억 원에서 2009년 13조7000억 원으로 연평균 10.6% 증가했다.

논문 수는 세계 12위, 특허는 4위를 기록 중이며 연구인력은 지난 99년 13만5000명에서 2008년 30.0만 명으로 10년새 2배 이상 증가했다. 반면 세계 수출시장 점유율 1위 품목수는 2000년 87개에서 2007년 53개로 감소했다.

지경부는 이러한 성장동력 창출 부재의 원인으로 정부 R&D 투자에 대한 평가가 논문과 특허 등으로 측정되는 등 R&D 투자의 목표가 불분명하고, 시장과 연계되지 못하는 R&D 지원 시스템 운영 때문인 것으로 분석했다.

기업 역시 현재 수행 중인 사업에 대한 경쟁력 강화에 주력한 R&D를 하고, 리스크 부담이 큰 신성장 동력 창출에는 한계를 나타냈다.

실제로 지경부가 비즈니스전략 컨설팅 전문업체인 베인앤드컴퍼니((Bain&Company)를 통해 R&D 시스템에 대한 진단을 의뢰한 결과, 그동안 지경부가 시행해온 R&D 체계는 신성장동력 창출에는 한계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R&D 전략 수립 등의 의사결정에 민간 핵심전문가 참여가 부족하고, 비상설 위원회 위주의 R&D 사업 관리로 책임이 분산되고 있었다. 또한 과제 기획시 전략기획이 미흡하고, 개발자 선정시 경쟁 부재, 평가시 온정주의 만연 등으로 R&D 질이 저하되고 있었다고 분석했다.

뿐만 아니라 실패 불인정 문화와 인센티브 부재, 감사에 대비한 지나친 자료 요구 등이 창의·도전적인 연구 몰입을 방해하고 있었으며, 고급 연구인력의 중소·중견기업 취업 기피와 개발 기술의 사업화를 뒷받침할 기술금융 인프라가 부족하다는 의견 역시 지적됐다.

◆ 민간 인력 영입해 전략기획단 신설…7년간 3조원 투입

지경부는 앞으로 R&D 추진체계, 프로그램, 지원 프로세스, 지원 인프라 등 R&D 전반에 걸친 혁신을 추진하게 된다. R&D 추진체계 혁신은 전략기획단 설치와 민간주도 책임관리에 의해 추진된다.

지경부는 지식경제 R&D 전략기획단을 신설해 기존 정부주도형 관리 방식을 기업의 글로벌 성공 경험을 가진 핵심인재를 적극 활용하는 민간 주도형 책임관리 체계로 전환할 계획이다.

전략기획단은 상설로 운영되며, 지경부 장관과 기업 CEO 출신이 공동 단장을 맡아 지경부 R&D 투자 방향, 사업구조조정 등을 결정하게 된다. 이외에도 민간기업 출신의 투자관리자를 둬 과제 선정과 평가, 조정, 사업화 등을 책임 관리하고, 기술개발 전과정 역시 상시 모니터링에 들어간다.

지경부는 이번 추진체계 개편을 통해 지경부 R&D가 기업 출신 전문가의 성공 경험과 결합해 새로운 성장동력 창출원으로서의 역할을 강화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R&D 사업구조 재설계는 융합신산업 창출형 사업화 연계 R&BD로 전환된다.

특히 10대 미래산업 선도기술개발에 향후 7년간 민관합동으로 3조원이 투자되며, 100대 융합원천기술 확보와 글로벌 중소중견기업 지원 역시 대폭 강화될 예정이다.

또한 92개 사업으로 분산된 지식경제 R&D 사업구조를 3개 분야 35개 사업 수준으로 통합·단순화해, 사업 목표를 명확히 드러내고, R&D 전략의 방향성에 따라 재원 조정이 가능한 유연한 사업구조로 재설계 할 계획이다.

R&D의 진정한 성공률 제고를 위해 프로세스 역시 전면 개편된다. 과제기획과 선정·평가, 관리 전단계에 걸쳐 창의적이고 혁신적 성과가 창출될 수 있도록 전면적으로 쇄신되며, 과제 선정은 평가위원 이력관리제 도입과 부적격 평가위원 퇴출 강화, 시장전문가 참여 확대 등 평가위원희 책임성과 전문성이 강화된다.

평가 단계에서는 과제의 중간 탈락 확대, 조기 성공시 인센티브 제공, 세계적인 연구 성과를 창출한 기술자에게 국가 유공자에 준하는 예우를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

우수 연구개발자에 대한 인센티브는 ▲최상위 5% 과제 수행자에 후속과제 우선 지원 혜택 ▲과제 조기 성공시 예산절감액의 일부를 인센티브로 제공 ▲국가기술자 선정, 국가기술자 명예전당 신설 등이다.

R&D 이후 기술이전 사업화 촉진을 위해 개발 이후 사업화 여부 등에 대한 평가를 강화하고, 우수 성과물에 대한 R&BD 지원 확대와 사업을 추진하게 된다. 또한 출연연과 대학의 지식재산권 창출 및 기술이전을 위해 민관합동의 '창의자본회사'를 올해 6월까지 설립할 계획이다.

R&D 인프라 확충 및 효율화를 위한 움직임도 진행된다. 연구장비 관리회사를 설립해 장비 관리 비효율성을 대폭 제거하고, R&D 생산 인력에 대한 기업 맞춤형 공급 대책을 마련하게 된다.

연구자가 연구에 몰입할 수 있도록 연구비 사용의 투명성과 편의성을 지원하는 연구비 실시간 관리 지원시스템 구축과 시스템 운영을 통해 행정 부담을 경감하고, 다양한 분야 기술에 대한 이해와 정보 교류를 위해서는 'Asia R&D 협의체'를 창설해 연구성과를 논의할 계획이다.

중소·중견기업의 R&D 지원을 위해서는 출연연 연구인력의 중소기업 파견제도도 신설되며 연구장비에 대한 개별적 관리도 통합관리회사 설립을 통해 이뤄지게 된다.

아울러 연구성과에 대한 교류를 확대하기 위해 'Innovate Korea Congress'를 정례화하고 연구비 사후정산기간도 최대 2주에서 온라인정산을 통해 1일내 마무리하기로 했다.

◆ 앞으로 개편 추진은?

지경부는 2020년까지 국민 소득 4만 달러 시대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정부 R&D가 신제품과 신산업 창출을 견인하고, 민간의 투자를 촉발할 수 있도록 R&D 지원 패러다임을 획기적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지경부는 이같은 전략을 범부처로 확산시킬 예정이다. 지경부가 우선해 R&D 시스템 전반의 혁신을 추진해, 그 성과를 국가 R&D 전체로 확산해 나갈 계획이다.

지경부는 R&D 사업구조 개편과 중간탈락 확대, 기획경쟁 도입 등 행정 조치사항을 올해 상반기 중에 완료하고, 예산 확보와 산업기술혁신촉진법 등 관련 법률 개정 및 관계부처 협의가 필요한 사항은 올해 말까지 완료하는 등 신속하게 차질없이 추진해 나갈 예정이다.

지경부 관계자는 "올해 중으로 경제계·학계·연구계와 공동으로 글로벌 신산업질서 형성에 대응하고, 국민소득 4만 달러 시대를 선도해 나가기 위한 산업·기술별 미래 청사진을 제시하는 '산업·기술 Vision 2020'을 수립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헬로디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