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추병길 한국한의학연구원 선임연구원

'해마다 봄이면 찔레꽃을 피웠으니 얘야, 불온한 막내야 혁명은 분노의 가시가 아니라 용서의 하얀 꽃이더라' 이원규 시인의 '찔레꽃'이라는 시이다.

찔레꽃은 책속에서든, 말속에서든, 노래속에서든 고개만 돌리면 여기저기 피어있다. 소리꾼 장사익은 장미꽃 속에 수줍게 피어있던 찔레꽃이 너무나 슬퍼서 찔레꽃이라는 노래에 모든 슬픔과 눈물을 담아 불렀다고 한다. 또 김말봉님의 소설 찔레꽃에서는 여린 듯 강한 여성상을 비유하였다.

이렇듯 찔레꽃은 보는 사람의 마음에 따라, 시대에 따라, 계절에 따라 각각 다른 의미를 담고 있다. 다른 사람에게 찔레꽃이 어떤 의미로 기억되고 있을지 모르겠지만, 나에게 있어 찔레꽃은 산행에서 안내자로 기억된다.

산에 올라 약초를 찾아 헤매다 보면 어느 때는 시간감각을 잊어 하산해야 할 시간을 놓칠 때가 있으며, 조급한 마음에 빠른 발걸음으로 산을 내려오다가 하얗고 환한 찔레꽃을 만나면 어쩜 그리도 반가운지, 다 내려온 것 같은 안도감에 마음이 한결 편해지고, 발걸음도 다시 여유로워진다.

찔레꽃(Rosa multiflora)은 학명 그대로 'Rosa' 즉, 장미꽃과 비슷한 모양의 꽃을 피우며, '많이'를 뜻하는 'multi'와 꽃을 뜻하는 'flora'의 합성어인 종명에서 알 수 있듯, 한 가지에 많은 꽃을 달고 있다. 꽃은 초여름인 5월 말경부터 6월 하지 경에 피는데, 이 때문에 옛 조상들은 초여름이라는 말 대신에 '찔레꽃머리'라는 말을 사용하기도 했다.

또 찔레꽃이 피는 시기에 공교롭게도 가뭄이 자주 들어, 이 시기에 오는 가뭄을 '찔레꽃가뭄'이라 불렀다고 한다. 꽃은 흰색으로 피는데, 유행가 가사에 나오는 붉게 피는 찔레꽃은 바닷가에 붉은색의 꽃을 피우는 '해당화'를 찔레꽃으로 잘못 불렀기 때문이라는 추측도 있지만, 남쪽의 바닷가에서는 찔레꽃이 연분홍색으로 피었다가 흰빛으로 바뀌는데 이를 보고 그렇게 불렀을 것이라고 추측 된다.

잎은 깃꼴겹잎으로 여러 작은 잎들이 모여 하나의 잎을 만들고, 가을이 되면 동글동글한 붉은 열매를 만든다. 시골에서는 찔레꽃의 열매를 까치밥이라 하는데 동네 어르신들은 '찔레꽃' 대신 '까치밥나무'라고 부르기도 한다.

한방에서 찔레꽃은 부위에 따라 꽃은 장미화(薔薇花), 꽃을 증류한 액체를 장미로(薔薇露), 잎은 장미엽(薔薇葉), 가지는 장미지(薔薇枝), 뿌리를 장미근(薔薇根) 그리고 붉게 읽는 열매를 영실(營實)이라 부르는데, 각각 맛과 성질이 조금씩 다르며, 각기 다른 약재로 사용하고 있다. 문헌에 따르면, 찔레꽃의 열매인 영실은 오줌을 잘 나오게 하며 설사를 나게 한다.

또 독을 풀어주며, 혈액순환을 원활하게 하는 효능이 있고, 신장염과 부스럼 등의 염증을 치료한다. 영실은 가을철에 채취하는데 덜 익었을 때가 좋으며 신선한 채로 쓰거나 햇볕에 말려 사용한다. 내복할 때에는 13~30g 씩 달여서 먹는데, 신선한 것일 때는 용량을 배로 늘린다. 염증에 외용할 때에는 적당량을 찧어 상처가 난 곳에 붙인다.

또 찔레꽃의 뿌리는 혈소판 활성, 응집성, 혈전 형성을 모두 억제하는 작용과 혈중 지질을 낮추고 죽상동맥경화를 억제하는 작용이 있다. 약용 할 때에는 찔레꽃의 뿌리를 가을철에 채취하여 햇볕에 말려서 사용하며, 10~15g을 달여서 먹거나, 가루 낸 것을 1.5~3g 씩 복용한다. 또 신선한 것은 즙을 내어 먹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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