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임기관장 인터뷰]"지금이 바로 KSTAR의 시작"
"핵융합, 97% 에너지 수입국에서 수출국으로 이끌 것"

 

"자원에 의한 에너지 시대에서 지식 에너지 세상으로 넘어가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할 에너지는 핵융합이 될 겁니다. 석유나 석탄과 같은 자원 에너지는 언젠가 끝이 나죠. 자원이 끝난 시간에서 인간이 영속적으로 살기 위해서는 핵융합을 개발해야 합니다."

신임 국가핵융합연구소 소장으로 취임한 이경수 소장을 만났다. 이 소장은 핵융합 연구장치 개발 전문가로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대형공동연구기기부장에서 KSTAR의 초기 연구개발 시설인 '한빛' 총괄사업 책임자, 한국 ITER 사업단장 등을 역임했다.

이 소장은 외부 인사가 아닌 내부 인사로 발탁된 만큼 핵융합에너지 개발에 대한 확신과 소신이 뚜렷했다. 그는 "에너지 기술의 패권은 신재생에너지 뿐만 아니라 핵융합에너지로 시대가 온다는 것"이라며 "상용화한다면 에너지를 97% 수입하는 나라에서 반대로 수출할 수 있는 나라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9월 16일 취임한 그는 감회가 새롭다는 말을 되풀이 했다. "18년 전 처음 입사했을 때가 기억이 나네요. 세월이 정말 빨라요. 처음 핵융합에너지 개발한다고 시작했을 때, 논밭밖에 없었거든요. 핵융합에너지에 대한 국민과 정부의 기대가 큰 만큼 실망시켜 드릴 순 없겠죠. 열심히 하겠습니다."

한국 핵융합에너지 개발을 위해 미국의 MIT 생활을 뒤로 하고 가족과 함께 한국으로 귀국한 이 소장. 18년 전, 그의 앞에 펼쳐져 있던 건 조그마한 5층짜리 건물에 4·5층을 쓰던 연구소였다. 그는 "처음에는 황당했었죠. 아무것도 없으니까. 그런데 제 장점이 상황을 긍정적으로 보는 거였어요. 그때 핵융합 개발 50년 계획을 세웠죠"라고 말했다.

"처음엔 무리라고 했던 일들이 지금은 이뤄졌잖아요. 이뤄졌다는 것은 전환점 또는 변곡점이라고 하죠. 이 변곡점이 교두보를 확보할 수 있는, 무언가를 보여줘야 할 때라는 걸 알아요. 그래서 이 자리가 무거운 책임으로 가득차 있다는 것도 압니다. 그러나 실망시켜 드리진 않을 거예요. 지켜봐 주세요."

◆ "핵융합에너지, 우리나라 미래 에너지의 핵심 될 것"

핵융합 연구가 본격적으로 시작된지 12년이 흘렀다. 우리나라의 차세대 초전도 핵융합 연구장치인 KSTAR는 지난 7월 15일 첫 플라스마를 발생하며 본격 핵융합 연구의 시작을 알렸다. 세계 6번째로 성공하게 된 플라스마 발생으로 우리나라 역시 고유가 시대에 차세대 청정·무한에너지로 기대되는 핵융합에너지 개발에 한발 더 다가서게 됐다는 분석이다.

플라스마 발생의 중심에 서 있는 핵융합연. 그 곳의 중심에 있는 이 소장은 핵융합에너지가 미래 에너지의 핵심이 됨과 동시에 신성장동력을 창출할 수 있는 원천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피력했다.

"이명박 대통령도 말씀하셨죠. 에너지 위기를 녹색성장으로 극복해야 한다고요. 그 말의 중요한 포인트는 핵융합에너지의 상용화라고 생각합니다. 핵융합에너지처럼 깨끗한 에너지가 없습니다. 무엇보다 안정적인 구조를 갖고 있는 물에서 중수소와 리튬을 뽑아 생성되는 거니까요."

그는 "KSTAR의 경우 어떤 면에서 보면 지금부터가 진짜 핵융합을 하는 첫 단계라고 볼 수 있다"면서 "지금의 건설 단계에서 운영 실험 단계와 함께 연구 단계로 전환하는 것이 지금의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 과학계의 고질병 중 하나는 단기 성과만을 바란다는 것에 있다. 장기적 투자를 해야 하는 연구의 경우 사람들이 지치기 때문. 또한 피부에 와닿지 않기 때문에 투자를 해야 할 가능성 역시 낮아진다. 그는 "핵융합 개발의 경우 장기적인 사업이기 때문에 국민들이 지치지 않도록 결과가 나올 수 있도록 신산업을 창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핵융합연은 플라스마를 응용한 신산업을 창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 소장은 "예산이 많이 투입됐으면 그만큼의 결과가 나와야 한다"며 "플라스마의 축적된 기술들을 이용해 우리나라의 산업경쟁력과 신성장동력 등을 창출하는 데 투입하면 그것이 또 기술이 돼 저절로 산업체로 가는 선순환 구조가 마련될 것"이라고 역설했다.

또한 "핵융합연구소의 경우 나가고자 하는 방향이 명확히 정해져 있기 때문에 그 목표를 달성하고 나면 핵융합을 통해 우리가 사용할 수 있는 궁극적인 에너지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 단언했다.

◆ "KSTAR 통해 ITER 진출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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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STAR는 태양에너지의 원리인 핵융합 반응을 인공적으로 만들어 미래 에너지원으로 개발할 수 있도록 연구하는 토카막 장치로, 핵융합 반응이 일어나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초고온의 플라즈마를 자기장을 이용해 가두는 핵융합장치다.

ITER(국제열핵융합실험로)는 KSTAR와 동일한 장치로, KSTAR는 연구가 목적인데 비해 ITER의 경우 50억불의 예산을 투입, 전기생산의 가능성을 보기 위해 설립된 대형실험로다. 이 소장은 "핵융합 연구 50년 계획에서 2단계로 접어드는 이 시점은 세계적인 수준으로 인정받는 시기를 목표로 하고 있다"며 "인정받아 동등한 자격으로 ITER에 들어가 건설면에서 리더십을 발휘하게 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현재 건설중에 있는 ITER와 가장 가까운 장치가 KSTAR다. 그런 가운데 KSTAR는 첫 플라스마 발생에 성공을 한 것.

이 소장은 "KSTAR는 현재 건설을 하고 과정에서의 교두보와 신뢰를 확보했다"면서 "2018년 운용 예정인 ITER가 돌아가지 않을 때, KSTAR는 운전을 하고 있을 것이기 때문에 ITER의 건설 부분에서 우리나라 연구진의 인력이 많이 투입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KSTAR의 경우 앞을 먼저 보고 준비한 셈이 됐다"며 "ITER가 가동하는 데 KSTAR가 지대한 공을 할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 "과학계, 하드웨어보다 소프트웨어에 치중해야"

"우리 과학자들이 만들어 내야 하는 결과는 지식 소프트웨어들이죠. 연구소, 장비 등 하드웨어 적인 것들은 다 부질없는 것들입니다. 제일 중요한 자산은 사람, 즉 연구자들이죠. 나는 한국이 4000억원을 부어서 만든 사람입니다. 이러한 자부심을 갖고 일을 해야 합니다."

그는 연구에서 제일 중요한 사람을 내다버리지 말고 모이게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통페합·개편 등 지금 현재 과학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모든 것들은 변화의 한 부분입니다. 그것도 하드웨어의 단편 중 하나죠. 이것들 역시 사람의 마음이 동하지 않고는 안되는 것들입니다. 사람들이 모일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고 변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여야죠."

또한 이 소장은 "이제껏 연구원들이 겪었던 개혁과 혁신은 전부 타의에 의해 실행돼 왔던 것들 뿐"이라며 "자기 자발적인 혁신을 통해 경쟁력을 갖고 내부 사람들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서 하면 정부·국민·국가·과학계 모두한테 신뢰를 얻을 수 있는 것들을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역설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세상이 변하는데 우리도 자발로 변화를 수용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면서 "이미 화두가 던져졌고, 현재 우리가 원하는 최종 거울이 무엇인지, 이것을 이루기 위해 지금 우리가 해야 하는 변화는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해 봐야 할 때"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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