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형주 원장, 26일 통보 받고 당일 이임식
KIST 상임감사도 '사표수리'

▶ 26일 오전 9시 한의학연 원장 주관 정기 간부회의 ▶ 오전 10시 기초기술연구회 이사장으로부터 '사표수리' 구두 통보 ▶ 오후 1시 기초연구회 '사표수리' 공문, 한의학연에 전달 ▶ 오후 2시 이임식 개최

이형주 한국한의학연구원장이 26일 이임식을 갖고 공식 사퇴했다. MB정부 출범이후 정부출연연구원 기관장 가운데 임기 도중 사퇴는 이 원장이 처음이다. 연구현장에서는 이 원장의 사례가 본격적인 과학계 연구기관장 사퇴의 신호탄이라고 술렁이고 있다.

그는 이날 퇴임사에서 "어려움 속에서도 양적·질적 성장을 꾸준히 계속 해왔는데 이제 나머지 성장은 남아있는 사람들의 몫"이라며 "떠나서도 한의학연에 도움될 일을 생각해보고 보탬이 되겠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지난 93년 사회적 문제로 부상했던 한약분쟁 당시 보건복지부 의료정책과장을 거쳤으며 이후 보건복지부 한방정책관, 식품의약품안정청 차장 등을 역임한 바 있다. 2003년 10월 한의학연 원장으로 부임, 2006년 재임한 뒤 임기 (3년)만료를 1년 5개월 가량 남겨두고 있었다.

이 원장은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후 참여정부 시절 임명된 공공기관장 사퇴 압력이 거세지면서 4월 말 감독 기관에게 사표를 제출한 바 있다. 이 원장은 임기 동안 인력 30여명에, 예산 60억 원 수준의 연구원을 인력 200여명에 예산 300억원 대의 연구원으로 올려놓았으며, 지난해 만성적인 연구 공간 부족을 해결할 수 있는 3000평 규모의 연구동을 증축하는 등 10여 년 동안 정체 상태에 놓여있던 연구원의 기반을 닦아놓은 것으로 평가 받고 있다.

과학계 한 인사는 "수년간 꿈과 비전을 걸고 아침·점심·저녁으로 올인해왔는데 단순히 관료 출신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MB정부가 무자르듯 과학계를 손질하고 있다"며 "해도 너무하며, 작금의 사태는 역사가 심판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희열 기초기술연구회 이사장은 "한의학연과 KIST 상임감사가 먼저 사표 수리된 것에 대해서는 케이스 바이 케이스로 봐서 그렇게 된 것"이라며 "다른 출연연들의 사표 수리는 추이를 봐서 진행될 것"이라고 추가 연구원장 사표설을 예고했다. 한편 이날 이 원장과 함께 황숙주 KIST(한국과학기술연구원) 상임감사도 사표가 수리됐다.

저작권자 © 헬로디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