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이정모 과학칼럼니스트

연말연시가 다가오면서 애인과 무엇을 할지 행복한 상상에 빠진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올해도 애인 없는 크리스마스이브를 보낸다고 한숨짓는 사람들이 있다. 사람들이 연애지사에 신경 쓰는 만큼 동물 세계에서도 이성을 유혹하는 일은 중대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대부분 동물의 경우, 수컷은 암컷에게 정자를 제공하는 역할을 주로 하지만 암컷은 새끼를 낳고 키우는 과정까지 담당한다. 암컷은 건강하고 좋은 유전자를 가진 자손을 낳기 위해 신중하게 수컷을 고를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암컷들은 어떤 기준으로 수컷을 선택할까? 일부일처제인 사랑새는 연애 초반에만 잘해주는 수컷보다 ‘한결같고 거짓 없는 수컷’을 더 좋아한다. 잉꼬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사랑새는 호주산 작은 앵무새의 일종이다. 수컷 사랑새는 짝을 찾을 때 마음에 드는 암컷 목소리를 잠시 흉내 낸다. 하지만 암컷 사랑새는 자신을 유혹할 때만 자기 목소리를 흉내 내는 수컷에게는 흥미가 없다. 암컷 사랑새는 자신을 유혹하는 수컷 중에서 원래 목소리가 자신과 같은 수컷을 구별해서 짝으로 선택한다.

사랑새는 한 번 맺은 짝과 오랫동안 관계를 이어나간다. 이렇게 하나의 짝과 오랫동안 지내는 경우 암컷은 더욱 신중하게 수컷을 고른다. 그래서일까. 한결같은 목소리를 낸 수컷을 선택한 암컷 사랑새의 선택이 탁월했다는 사실이 연구결과 밝혀졌다. 암컷을 유혹하려고 잠깐 목소리를 흉내 낸 수컷보다 원래 암컷과 같은 목소리를 가진 수컷일수록 암컷이 둥지를 틀 때 더 헌신적으로 돕는다.

동아프리카의 키차일드 물고기는 화려한 색의 ‘꽃미남 수컷’을 좋아한다. 암컷은 색의 종류에 상관없이 밝고 선명한 색의 수컷을 좋아한다. 빨간색이든 파란색이든 밝고 선명한 색을 가진 수컷일수록 기생충에 감염되었을 가능성이 적고 건강하기 때문이다. 동아프리카 호수에 서식하는 이 물고기는 암컷이 밝고 선명한 색을 띤 수컷을 선택해 번식함에 따라 점차 색이 옅고 분명치 못한 수컷의 자손은 점차 줄어드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사자에게 탄탄한 근육질에 멋진 수염을 기른 ‘야성미 넘치는 수컷’은 일등 신랑감이다. 수사자 목의 멋진 털은 목을 보호하고 암사자를 유혹하는 역할을 한다. 사자 세계에서는 짙은 색의 털 많은 수컷은 자손 번식을 위한 능력이 좋은 수컷으로 여겨진다. 수컷의 갈기 색은 수사자의 생식능력을 나타낸다. 어두운 색 일수록 남성 호르몬의 하나로 생식 기관 발달과 정자를 생성하는 역할을 하는 테스토스테론의 수치가 높기 때문이다.

테스토스테론은 근육의 발달과 수염, 털의 성장에도 관여한다. 운동을 하지 않던 남성이 운동을 열심히 하는 경우 다리나 가슴에 털이 더 난다. 그래서 근육질에 털이 많이 났다면 테스토스테론이 높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건강한 자손을 낳아야하는 암컷에게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높고 생식력이 좋은 ‘힘 좋은’ 수컷은 멋진 신랑감 일수밖에 없다.

반면 암컷들의 까다로운 기준만큼 수컷들도 암컷을 보는 눈이 높다. 수컷은 아무 암컷에게나 사랑의 화살을 날리지 않는다. 대부분의 수컷 새는 좀 더 생식능력이 돋보이는 암컷 앞에서 더욱 열심히 구애의 노래를 부른다.

암컷의 환심을 사기 위해 노래하거나 구애활동을 하는 동안은 먹이를 찾을 수 없고 천적에게 노출되기 쉽기 때문에 수컷에게는 많은 위험이 따른다. 따라서 더욱 매력적인 암컷 앞에서 열심히 구애활동을 펼친다. 과연 수컷들에 눈에는 어떤 암컷이 매력적일까?

난교로 번식하는 수컷 침팬지 세계에서는 ‘연상녀’가 인기다. 키발국립공원의 카냐와라(Kanyawara) 수컷 침팬지는 젊고 어린 암컷보다 연상의 암컷과 교미하기 위해 치열하게 싸운다. 이들은 어린 암컷보다 수컷에 대한 경계심이 작고 교미에 능숙한 나이 많은 암컷을 좋아한다. 수컷 침팬지는 발정기에 교미를 할 수 있는 암컷이 여럿이기 때문에 교미에 서툰 어린 암컷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러나 침팬지와 반대로 일부일처제로 번식하는 종의 수컷은 어린 암컷을 선호한다. 어린 암컷은 폐경기까지 새끼를 낳을 수 있는 기간이 늙은 암컷보다 길다. 다른 암컷과 관계를 맺지 않는 수컷은 자신이 선택한 암컷이 보다 많은 자손을 낳을 가능성이 있는 어린 암컷과 짝을 맺기를 바란다. 상대의 눈높이를 맞추는 것은 동물세계에서도 쉬운 일이 아니다. ‘매력적’인 상대를 만나는 일은 건강한 자손을 낳는 첫걸음이다.

끊임없이 바뀌는 환경에 적응하고 살아남을 수 있는 좀 더 좋은 유전자를 지닌 자손은 종의 번성에 필수적이다. 살아남기 위한 눈물겨운 노력 중의 하나가 바로 매력적인 암컷과 수컷의 유혹이다. * Kisti의 과학향기에서 제공하는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따라서 Kisti의 동의 없이 과학향기 콘텐츠의 무단 전재 및 배포 등을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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