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STI의 과학향기] 글 : 김형자 과학칼럼리스트

1394년, 474년간 지속돼 온 고려를 멸망시키고 조선을 세운 이성계는 수도를 한양으로 천도 하였다. 한양의 중심에 위치하여 도성 안을 지리적으로 구분했을 뿐만 아니라 정치, 사회, 문화적으로도 구분하는 상징적인 경계선이 있었으니, 이는 바로 청계천이다.

청계천은 원래 인왕산과 북악산 자락에서 내려오는 백운동천과 중학천이 만난 하천이다. 인왕산에서 출발한 샘물은 광화문을 지나 청계천으로 흘러 들어가고, 마장동에서 정릉천과 합쳐지기까지 3.7킬로미터가 청계천이다.

이 인왕산 샘물은 다시 살곶이다리에서 중랑천과 만나 한강으로 흘러간다. 1482년, 성종이 만든 ‘살곶이다리’는 길이 76미터 너비 6미터의 한양에서 제일 긴 다리였다. 그런데 1938년, 왕십리와 뚝섬을 연결하는 성동교가 완공되면서 살곶이다리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청계천은 말 그대로 맑은 물이 흘러 지어진 이름인데 세종은 이 청계천의 용도를 도성의 하수도(쓰고 버리는 더러운 물이 흘러 내려가도록 한 하천) 용도로 사용하는 것을 결정하였다. 백성들을 위한 결정이었다고 하나 청계천의 입장에서는 치명적인 결정이 아닐 수 없다.

그 이후 1940년, 일본은 우선 광화문에서 광통교까지 복개공사를 감행하였고 이때부터 청계천이 막히기 시작한 것이다. 이렇게 암울했던 청계천의 역사를 다시 쓰게 되었으니, 바로 '청계천 복원사업’이다.

복원될 청계천의 양쪽에는 2차선 바깥 도로를 그대로 두고, 이 도로를 따라 보호벽을 설치하여 청계천에 공급될 유지용수의 누수를 막아 하천 관리에 유익하게 될 것이다. 콘크리트와 아스팔트로 포장된 지표를 빗물이 잘 스며들게 하여 무분별한 지하수 남용을 없애면 청계천에도 자연적으로 물이 흐르게 될 것이다.

과학기술이 동원되어 사람들이 만나게 될 청계천 물줄기의 몸체는, 중랑하수처리장에서 정화 처리된 물과 지하철 역사에서 나오는 지하수가 합쳐진 것으로 이 물의 양은 하루 12만t이나 된다. 복원된 청계천의 시점인 세종로에서 종점인 마장동 신답철교까지 청계천의 총 길이는 5.8㎞. 중랑하수처리장의 위치는 신답철교에서 청계천 하류 방향으로 2㎞ 정도 더 내려가야 한다. 즉 원래 흐름과는 반대로 약 7.8㎞를 거꾸로 여행해야 한다.

이 정도 여행을 위해서는 수위로 볼 때 약 24m의 높이를 수직으로 올라가야 하는 힘이 필요하다. 이때 필요한 힘은 전력을 이용한 대형 모터로 해결한다. 대형 모터의 출력은 대략 350㎾. 펌프로 물을 올리기 위해 총알이 탄도를 회전하면서 앞으로 나가는 원리를 이용한다. 즉 대형 프로펠러를 이용해 물줄기를 돌리면, 물이 아래로부터 밀려서 올라가는 것이다. 이를 입축사류방식이라고 한다.

청계천 물의 수질은 생화학적 산소요구량(BOD) 3㎎/ℓ 이하로, 2급수 정도로 회복된다. '빨래터'로 이용되던 옛날의 수질을 되찾게 되는 것이다. 물과 더불어 풀과 나무가 같이 어우러진 자연하천으로서의 면모도 제대로 살아난다.

녹지를 조성할 공간이 턱없이 부족한 관계로, 안이 텅 비어 있는 콘크리트 구조물의 내부에 흙을 담은 작은 상자를 설치하고, 그 위에 녹지를 조성하는 방안이 마련됐다. 보도 바로 아래의 허공에 정원이 매달려 있는 모습이다. 야생 생물도 서식한다. 작은 미생물에서 어류, 반딧불이, 그리고 조류를 포함하는 대형 생물까지 등장한다.

물과 맞닿는 하천경계는 자연석과 초지, 갯버들류의 키작은 나무들이 순차적으로 심어져 서로 연계된다. 초지에는 주로 물억새, 부들, 달뿌리풀 등 어류에게 유익하고 수질도 정화할 수 있는 우리나라 자생식물이 심어진다.

50여 년 전 하천을 복개할 때 장충단공원 앞으로 이전한 수표교도 제자리를 찾는다. 장영실이 서양인들보다 220년이나 앞서 측우기를 만들었고, 비가 오면 수위를 측정했던 수표가 있는 곳, 600년 전에 세계에서 맨 먼저 강우-유출에 대한 기초 연구를 수행한 곳이 바로 청계천이다.

청계천이 복원되면 젊은이들이 광교를 지나고 그 수표교를 거닐며 과학 한국을 꿈꾸면서 한국인의 긍지를 느끼게 될 것이다. 이번 청계천 복원으로 그 동안 빛을 보지 못했던 청계천이 다시 우리 품으로 돌아 올 수 있게 되었으며 묻혀있던 조상의 빛난 문화유산을 되살릴 수 있게 되었다.

뿐만 아니라 청계천 복원을 통해 서울을 친환경적이며, 사람 중심적인 도시 공간으로 바뀌게 되어 서울의 아름다운 이미지를 알리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산업화로 인해 닫혀졌던 청계천이 생명의 물길로 다시 바꿔 흐르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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