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등록이 시작입니다. 3-4년만 지나면 세계 아케이드 업계의 선두로 우뚝 서 있을 겁니다" 대전 유성구 도룡동 엑스포과학공원에 자리잡은 지씨텍 사무실에서 만난 이정학 사장은 GC(Global Challenge)에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코스닥등록 예비심사가 통과한 11일 직원들과 축하 주연으로 밤샘을 한뒤 다음날 아침 링겔주사를 맞고 퇴원한 사람답지 않았다. "3년만이니 그럴만도 하지. 충남대 벤처보육시설에서 눈물젖은 빵을 먹으면서 앞만보고 달려오다 보니 몸이 버틸 수 있겠어요" 팔뚝에 난 링겔 자국을 내밀며 이틀전에도 과로로 입원, 링겔주사를 맞았다며 별것 아니라는듯 말한다.

코스닥 등록 축제분위기를 새로운 결의로 승화시키고 있는 지씨텍의 다음 목표는 세계 3대 아케이드업체로 올라서는 일. 이사장은 지금같은 속도라면 3년이면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3대 메이저 다음 목표는 전세계 오락실에 지씨텍 브랜드가 붙은 국산 아케이드 게임기를 까는 일이다.

"한국 게임산업, 특히 아케이드 게임은 경쟁력이 있습니다. 기술력이 다소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아케이드 게임은 재미있으면 얼마든지 판매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사장은 "구멍가게식 마케팅으로는 안된다고 단언한다."

세계시장으로 나가기 위해서는 게임 아카데미와 아케이드 게임 펀드를 통한 규모의 경제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 게임아카데미는 게임산업을 이끌어갈 인재를 양성하는 교육분야. "현재 문광부 서울에 게임 아카데미를 만들고 있습니다. 그러나 대학교육식 방법으로 기른 인재는 별 경쟁력이 없습니다. 오히려 업체가 중심이되는 교육기관이어야 합니다. 진짜 게임이 좋아 미친 녀석들을 스파르타식으로 키운 게임아카데미가 있어야 합니다." "대신 게임 아카데미에서 성적이 좋은 애들에게는 장학금도 주고 상위 몇 %에게 100% 취업을 보장시키는 겁니다"

이사장은 대전이야말로 게임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게임아카데미를 세우기에 둘도 없이 좋은 환경을 갖춘 것으로 보고 있다. "일단 코스닥등록을 한 지씨텍이 있습니다. 2조원을 투자해 놓고도 녹슬고 있는 엑스포 과학공원의 설비들이 있습니다. 배출되는 인력을 얼마든지 채용할 수 있는 거지요. 실전경험이 있는 임직원들이 아카데미에서 강의를 할 수도 있습니다" "지난해 대전시로 배정된 문공부 지원금 50억원을 무관심으로 쓰지 못한 게 못내 아쉽습니다. 이제라도 대전시에서 게임산업 육성에 대한 의지를 보여줬으면 좋겠습니다. 문광부의 지원은 제가 나서서라도 끌고 오겠습니다" 이제 남은 것은 대전시의 의지뿐이란다.

영화산업을 육성하겠다고 하는데 이보다는 게임산업이 산업적 파급효과가 훨씬 큰만큼 게임산업 육성에 눈을 돌리라는 지적도 잊지 않았다 게임산업을 일으키는 또하나의 축은 게임펀드를 만드는 일.

이사장은 "한솔창투에서 100억 펀드를 만들었지만 운용과 관련 아쉬운 부분이 많습니다. 게임 업체당 10억씩 쏟아 부었지만 대부분의 돈이 잠겨 있습니다." 투자된 돈이 회수될려면 코스닥시장에 등록을 해야 하는데 그게 요원하다는 것.

이러한 현실에서 이사장이 내놓은 카드는 아케이드 게임과 관련 프로젝트 파이낸싱. 최근 영화를 제작하면서 인터넷 공모를 통해 투자자금을 조달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게임 시나리오를 보고 투자를 한뒤, 그 게임으로 발생하는 수익을 통해 투자회수를 하자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투자한뒤 코스닥 등록을 기다리는 2-3년의 시간을 없앨 수 있다. 물론 여기에는 게임펀드가 투자를 하기까지에는 기술자 면담과 시장성 평가는 기본. 이미 K, H 등 펀드에서는 참여의사를 강력하게 밝히고 있는 상태다.

이사장은 "아케이드 게임은 시나리오가 단순하기 때문에 1-2억이면 작품을 내놓을 수 있다"면서 " 50억 정도면 20-30편의 쓸만한 게임이 나오고 지씨텍이 이를 상품으로 만들어 세계시장에서 팔면 된다"고 말했다. 현재 세계 최고 업체인 일본 코나미(konami) 남코(namco)가 연간 10개의 게임을 출시하는 것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는 물량의 게임들이 쏟아져 나오는 것이다.

"게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아이디어와 재미"라는 이사장은 아케이드 게임을 출시하면서 쌓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한국형 게임플랫폼을 만들려는 구상을 하고 있다. 재미 있는 게임을 앞세워 세계시장으로 진출하는 한편, 러시아 등에서 기술자들을 영입 국내 업체들이 제작하는 게임에 적합한 플랫폼을 만들어보자는 구상이다.

"게임산업의 추세가 비디오게임으로 가고 있지 않느냐"는 질문에 대해 이 사장은 "동네 오락실을 사라져도 1백50-2백평 규모의 오락실은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밤샘작업을 밥먹듯하는 지씨텍 직원들에 대한 이사장은 "평소에는 당나라 군대, 마감을 앞두면 특수부대"라며 "특수부대다운 대우를 해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번 코스닥등록을 위한 공모를 할 때도 직원들이 되도록 많은 경제적 실익을 얻을 수 있도록 자사주 배정을 최대한 늘리겠다는 입장. 지씨텍 직원들이 밤샘을 밥먹듯하면서도 재미 있게 일을 할 수 있는데는 이사장이 제시하는 비전에 공감하고 그만큼의 대우를 해주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에도 25억원 자본금에서 1억원을 증자 전직원에 액면가로 나눠줬다. 당시 기준으로도 직원 개인들의 2년치 임금에 해당하는 액수다. 주주들의 반발이 만만치는 않았지만 직원들이 열심히 일해야 회사가치가 커진다는 논리로 무마시켰다.

링겔을 맞을 정도로 무리를 하는 이사장은 요즘도 하루 4시간 정도 잠을 잔다.아침 6시30분 기상 가벼운 운동을 하고 8시가 지나면 출근을 하는 것으로 일과가 시작된다. 퇴근 시간은 저녁 12시쯤인데 집에 도착하면 우선 비디오 한편을 본뒤, 3시까지 인터넷 서핑에 나선다. 일요일 오후에는 어김없이 만화방을 들러 30여권쯤 독파한다. 게임을 즐기는 10-20대의 감각을 잃어 버리지 않기 위해서다.

<대덕넷 유상연/전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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