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D특구를 만드는 사람들-⑤]박준병 대전시 전략산업기획단장

"전국적으로 대전만큼 활발하게 클러스터가 결성되는 곳은 없다." 대덕연구개발특구의 목표인 'R&D 결과물의 상업화'를 위해서 가장 크게 요구되는 것이 바로 혁신 주체간의 밀접한 네트워크와 상호 이해, 그리고 협력이다.

하지만 이런 요구사항들은 하루 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산학연관 등 혁신 주체들이 자주 만나고 어울리면서 서로의 입장과 요구를 맞춰가는 과정이 필수적. 바로 클러스터가 중요시되는 이유다. 대덕연구개발 특구법이 정치권에서 '갑론을박'을 거듭하고 있을 때, 6개월간 대덕밸리 1천 74개 기업을 돌며 '혁신주체 묶기'에 나섰던 이가 바로 박준병 대전광역시 전략산업기획단장.

그는 IT·BT·첨단부품소재·메카트로닉스 등 4대 클러스터 하에 14개 산업별 클러스터를 구축 중에 있다. 이미 몇몇 클러스터는 회원 결성과 창립 총회까지 마쳤고 1월말이면 모든 클러스터가 창립총회를 가질 예정이다.

박 단장의 사전 준비가 있었기에 대덕연구개발특구법 국회 통과 1개월만에 대덕밸리의 산학연관이 '헤쳐 모여'할 수 있었다. 대덕연구개발특구 출발선상에서의 절묘한 조화라는 주변의 평이다.

박 단장은 "각 클러스터는 약 50~100여개의 산학연관 혁신 주체들로 구성되어 있다"며 "대덕연구개발특구가 본격적으로 시행될 올 7월 경이면 클러스터들도 실질적인 협력사업을 벌여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클러스터를 형성해 나가는 것이 쉽지는 않았지만 전국에서 대전이 가장 먼저 결성됐다"며 "대덕연구개발특구가 우리나라의 클러스터 1번지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니즈'가 있으면 이미 모여있더군요"

박 단장이 1천74개 기업들을 묶어 나가며 클러스터를 홍보하다보니, 그동안 알지 못했던 대덕의 숨어있던 커뮤니티들이 하나둘씩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그 중 하나가 IT클러스터에 속하는 광통신 클러스터. 광통신 분야는 이미 24개 기업들이 하나의 커뮤니티를 형성해 자체적으로 운영되고 있었다.

3년 이상 지속돼 온 이 커뮤니티는 광주광역시의 광업체 쪽들과 연계되다보니 대덕에는 구심점이 없었다. 때문에 그동안 대덕에서 나름대로 클러스터를 형성해 운영하고 싶었지만 매우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러던 와중 대전시에서 클러스터를 구축하고 있다는 소식을 알게 됐으며, 먼저 박 단장을 찾아와 광통신 클러스터도 포함될 것을 요청했다.

박 단장은 광통신 분야의 대학과 연구소도 끌어들일 것을 제안했고 커뮤니티에서 이를 수락, 통신서비스 장치와 통신부품 소재, S/W콘텐츠,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4개 클러스터로 구성되던 IT클러스터에 광통신이 하나 더 추가됐다.

이밖에 모 기업의 사장은 직접 29개 기업의 리스트를 만들어와 클러스터에 포함시켜 줄 것을 요청하기도 했으며, 한 기업인은 모임에서 만나 그 쪽 분야도 포함시켜 줄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전통산업, 한금태 회장이 설득했어요"

자발적으로 찾아오는 기업들이 있는 반면, 오랜기간 대전에서 명맥을 유지해 온 전통산업 기업들을 끌어들이는 것은 매우 어려웠다. 이들 기업은 이미 많은 시행착오로 인해 대전시와 정부에 대한 신뢰를 잃은 상태였기 때문에 또 다시 무언가를 한다는 것에 별 기대를 갖지 않았다. 특히 최근 생겨난 벤처들과는 달리 예의가 요구되는 영역이기 때문에 박 단장이 설득에 나서도 쉽게 접근하기가 힘들었다. 

이런 상황에 발벗고 나서 도와준 이가 있었다. 바로 삼영기계의 한금태 회장. 대전충남경영자총협회장을 맡고 있는 한 회장은 기계 관련 기업들을 설득해 클러스터로 끌어들이는 데 큰 역할을 담당해 줬다. 박 단장은 "전통산업은 기계분야가 많기 때문에 기계 클러스터 구축을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기업들"이라며 "한금태 회장이 도와주지 않았더라면 기계 클러스터 구축은 매우 힘들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업 아이디어 제시하세요"

"중앙 정부나 대전시에 마음껏 사업 아이디어를 제시하세요. 함께 만들어 갑시다." 박 단장은 R&D특구에서 클러스터가 주축이 되고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현장에 맞는 사업 아이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각 클러스터는 기업체를 중심으로 연구소와 대학 관계자들이 매달 1회씩 만나 논의를 벌이며, 기술협력과 공동사업을 기획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필요한 사업이나 아이디어를 중앙 정부와 지방 정부에 전달, 산학연이 어떻게 함께 추진해 나갈 것인지를 고민하게 되는 것이다. 박 단장은 "앞으로 전략산업기획단은 사업을 기획해 실행할 수 있는 단계까지 맡는 사무국 역할을 할 계획"이라며 "정부나 시에서 해결해줘야 할 부분을 제시하면 기획단에서 함께 제안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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