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최병관 대전과학산업진흥원 과학산업전략본부장의 ‘아주 사소한 과학이야기’
‘과학자의 글쓰기’·‘방탄 독서’저자
‘반도체의 길’을 위한 입문서 

최병관 대전과학산업진흥원 과학산업전략본부장 ’ ‘과학자의 글쓰기’·‘방탄 독서’저자.[사진= 대덕넷]
최병관 대전과학산업진흥원 과학산업전략본부장 ’ ‘과학자의 글쓰기’·‘방탄 독서’저자.[사진= 대덕넷]
우리나라는 물론 전 세계적으로 가장 이슈가 되는 산업은 단연 반도체다. 언론은 매일 매일 반도체와 관련된 다양한 기사를 쏟아내고 있다. 반도체로 인한 국가간 분쟁도 심심치 않게 나온다.

최리노 인하대 신소재공학부 교수의 『최리노의 한 권으로 끝내는 반도체 이야기』는 반도체를 공부하기 전에 읽으면 좋은 입문서다. 이 책은 반도체 소자가 왜 필요하고 어떻게 발전해 왔는지를 얘기한다.

최근 인공지능과 같은 시스템 발전에 따라 반도체 소자는 어떤 기술이 필요할지, 또 어떤 형태로 발전되어갈지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앞에서도 언급한 것처럼 반도체를 공부하기 위한 출발점에서 읽기를 권장한다.

 『최리노의 한 권으로 끝내는 반도체 이야기』는 반도체를 모르는 사람도 이해할 수 있도록 썼다는 측면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다. 딱딱할 것 같은 반도체 공학을 마치 소설처럼 읽기 쉽게 풀어썼다.

그동안 반도체와 관련된 다양한 연구경험 및 교육을 통해 사례 중심으로 반도체 이해를 돕고 쉬운 용어로 내용을 구성, 반도체를 처음 접하는 사람도 가볍게 반도체 이해의 폭을 넓히도록 하고 있다.

무어와 폰 노이만 등 컴퓨터와 반도체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들을 다루고 있다. 특히 ‘무어의 법칙’과 ‘폰 노이만 구조’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 교과서에서 봤던 역사속 인물들이다.

무어의 법칙은 1975년 반도체는 1년이 아닌 2년마다 집적회로 칩 한 개당 트랜지스터의 숫자가 두 배가 되는 것을 말한다. 특히 재미있는 것은 무어가 이 법칙을 알게 된 배경이다.

그는 1965년 페어차일드반도체사의 R&D 수장이었는데 과학잡지(Electronics)로부터 기고요청을 받았다. 무어는 기고한 논문에서 집적회로 칩 한 개당 들어있는 트랜지스터의 숫자를 세어본 후 그것을 연도별로 나열하여 그래프를 그렸다.

그래프에서 제품으로 나온 집적회로 칩 한 개당 트랜지스터 숫자가 1년마다 두 배가 되는 것을 발견했다. 무어의 법칙은 이렇게 탄생됐다. 

한때 ‘황의 법칙’도 유명했다. 이 법칙은 황창규 전 삼성전자 기술총괄사장이 주창한 반도체 성장이론이다. 반도체 메모리 집적도는 매년 2배씩 증가한다는 것으로 한때 우리나라는 물론 전 세계를 뜨겁게 달군 이론이다.

최근 반도체 기술분야에서 급부상하고 있는 ‘이종집적 기술’에 대해서도 상세하게 다뤘다. 이 기술은 시스템을 하나의 큰 칩 안에서 만드는 것(SoC)이 아니고, 작은 칩들을 모아서 하나의 패키지 내에서 만드는 것(System in Package, SiP)을 말한다. 이처럼 여러 종류의 칩을 붙이는 방법을 통칭하여 이종집적이라고 부른다.

다음과 같이 이종집적이 최근 들어 각광받게 된 배경을 살펴보자. 이와같은 변화를 처음으로 이끈 것은 파운드리의 강자 TSMC였다. 

이종집적이 최근 들어 더욱 중요하게 된 것은 파운드리 산업의 비즈니스 영역이 더욱 커졌기 때문이다. 이전까지 파운드리의 경쟁력은 앞선 기술 노드를 빨리 개발하고 수율을 높여서 제 때에 고객인 팹리스에게 칩을 전달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 파운드리의 역할은 단순히 칩을 위한 다이를 만드는 것을 넘어서 패키징된 반도체 소자의 최종 크기, 모양, 실제 사양까지 고려하여 해법을 만들어 주는 것으로 진화하고 있다.(197쪽)

 『최리노의 한 권으로 끝내는 반도체 이야기』는 반도체를 공부하기 위한 입문서이지만 반도체 산업에 대한 깊이를 놓치지 않았다. 관련 전문가들도 꼭 읽어봐야할 필독서로 평가받고 있다.

따라서 반도체를 공부하는 학생은 물론 업계 종사자나 반도체 정책 입안자까지 반도체 기술과 산업에 대한 통찰력을 키우는데 도움이 된다. 반도체 기업에 취업하려는 취업 준비생들에게는 좋은 지침서가 될 수 있다.

이석희 솔리다임 의장(전 SK하이닉스 대표)은 추천사를 통해 “반도체는 그 어느때보다 우리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며, 반도체의 발전방향이 인류의 미래를 바꿔 놓을 수 있을 것”이라며 “이 책은 우리 반도체인이 ‘같은 시점’에서 이야기를 시작하는데 좋은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평가한데서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최리노의 한 권으로 끝내는 반도체 이야기』를 쓴 최리노 교수는 20여년 동안 CMOS 반도체 소자분야를 연구해왔다. 최근에는 3D융합소자 연구에 집중하며 3D나노융합소자연구센터장을 맡고 있다.

저자가 밝힌 이 책을 쓰게 된 배경도 흥미롭다. 물론 좀 과장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는 ‘특별한 사연’이라고 소개한다.

딸이 예술학교에 합격했는데 눈이 튀어나올 정도로 비싼 등록금이 적혀 있는 고지서를 보고 책을 쓰기로 결심했다고 전한다. 등록금을 마련하기 위한 방편으로 ‘머릿속에 있는 지식이라도 팔아야겠다고 생각하고 책을 쓰기로 결심했다’고 소개한다.

이 책에는 다양한 그림이 나오는데 예술학교에 진학한 딸과 아들에게 그림을 그리도록 했다는 점도 재미있다. 어쩌면  『최리노의 한 권으로 끝내는 반도체 이야기』는 한 가족의 공동작품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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