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월 한밭수목원을 품은 엑스포 남문 광장은 연초록으로 가득하다. 귀여운 가방을 메고 친구들과 손을 잡은 어린 친구들이 선생님의 안내에 따라 줄을 지어 걸어간다. 잔디밭 곳곳에서 가족과, 친구와, 직장 동료와 모여앉아 도란도란 소풍을 즐긴다. 대전 시민들이 사랑하고 즐겨 찾는 이곳은 4월 25일부터 28일까지 즐거운 과학세상으로 변한다. 바로 대한민국 과학축제이다. 해마다 대한민국 과학축제를 준비하는 기간이 되면 정부출연연구기관의 과학대중화 담당부서는 신나는 고민을 시작한다. 올해에는 어떤 과학 주제로 대중과 만날까? 연구성과를 쉽게
오피니언
대덕넷
2024.04.26 15:00
-
1996년 1월 경으로 기억한다. 한국음향학회장님이 늦은 일요일 밤 전화를 하시다니, 웬일이신가? "김 박사! 에밀레종 말이야! 경주에 있는데 한번 쳐 보지 않겠나?" 아니 웬 기회? 느닷없이 이 대단한 종이 내 안에 들어와 버렸다. 억세게 운 좋은 음향학 전공자가 되었다.'쿠와아앙아앙~ 아아앙~.'에밀레종, 성덕대왕 신종은 이렇게 머릿속에 들어오더니 아직도 가슴 속에서 깊은 숨을 토해낸다. 높이가 3.66m, 입지름이 2.27m, 두께가 11~25cm 이고 무게가 18.9t이다. 자동차 10대 정도가 매달려 있는 셈이다. 신라 혜
오피니언
대덕넷
2024.04.25 18:21
-
"고양이 밥… 자네가 이끌어 주었으면 하는 연구 주제 말일세""네!? 고양이 밥이요?"IBM Watson 연구소 출근 첫 날 내 귀에 들렸던 나의 연구 주제이다. 신약 설계의 큰 뜻(?)을 품고 내디딘 첫발이 미끄러지는 듯한 순간이었다. 기습 공격에 반격할 틈도 없었다."매우 흥미로운 주제네요."빈말을 하고 나와 문밖에선 '그렇게 힘들게 인터뷰 해놓고, 고작 고양이 밥이라니!' 내심 적잖이 실망했던 것 같다. 그도 그럴 것이 두시간 가까이 이어진 연구 발표와 질의 응답, 또 십 수명이 넘는 연구원들과 꼬박 이틀에 걸친 심층 인터뷰를
오피니언
대덕넷
2024.04.22 18:00
-
우상혁은 항상 웃는다. 양손을 들어 손을 마주치며 응원을 요청한다. 그리고 바를 향해 도움 닫고, 몸을 허공으로 던진다. 허리를 튕겨 엉덩이를 높여야 바를 건드리지 않고 넘을 수 있다. 높이뛰기 선수들을 보면 도인 같다는 생각이 든다. 긴장이 풀려야 하늘을 날아오를 수 있기에 경기에 임하는 자세나 표정이 신비롭다.그는 최고의 높이에서 무슨 생각을 할까? 엉덩이가 그저 허공을 나를 때 그는 성공의 환희를 속으로 내지를 것이다. 넘어내는 것은 환희다. 넘어내는 것은 성장이다. 넘어내는 것은 성공이다. 사실 넘어내는 것은 탁월함이다. 아
오피니언
대덕넷
2024.04.16 19:02
-
아랍에미리트(UAE)에 APR1400(한국이 독자적으로 개발한 차세대 원전 모델)의 수출이 결정되면서, 원자력 산업의 르네상스가 환하게 밝아왔다. 그런데 그 시절 예기치 않았던 불행이 덮쳐왔다. 2011년 3월 11일 발생한 동일본 대지진의 쓰나미로 후쿠시마에 있는 핵발전소 사고를 경험했다. 일본은 원자력 발전소를 장지했고, 우리나라는 후쿠시마 사고대응을 위한 안전조치에 여념이 없었다.그 어수선한 시기에 빌 게이츠는 2012년 8월 나를 초대했다. 그는 4세대 원자로의 핵심기술을 개발하는 테라파워라는 원자력 벤처의 회장이었다. 퍼스
오피니언
대덕넷
2024.04.15 18:15
-
비트겐슈타인의 철학은 논리(logic)에 대한 것이다. 여기에서 말해지는 논리는 세계 - 우리와 하나인 것으로서의 - 가 작동되는 원리에 대한 탐구이다. 그는 철학 세계에 무엇인가를 더하지 않는다. 지식을 비판(critique)하는 것이 철학의 역할이다.“just look, never think.(단지 보라, 생각하지 말라.)”그의 철학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1. 세계의 상(image)은 우리 언어에 맺힌다. 즉 언어가 곧 세계이다. 여기에서 언어는 사유(thought)의 물적 표현(tangible expression)이어야 한다
오피니언
대덕넷
2024.04.11 17:35
-
지난 2022년 봄, 2000년대 초·중반 큰 대중적 인기를 끌었던 초기 소셜 플랫폼 중 하나인 '싸이월드'가 다시 서비스를 재개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1980년대생인 필자 역시 큰 관심을 두고 관련 소식들을 챙겨보았는데, 2년이 지난 지금까지 서비스 중단과 재개하는 과정을 거치며 예전의 인기를 회복하고 있지는 못해 아쉬움이 크다. 일명 "싸이월드의 부활"로 불린 서비스 재개 소식에 필자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은 싸이월드 자체보다는 싸이월드에 업로드했던 사진첩 복원에 더 많은 관심을 가졌다. 소위 싸이월드 감성이라 불리는 2000년
오피니언
대덕넷
2024.04.07 15:25
-
"결혼하면 하프 사줄게!"연애 시절 덜컥한 약속이다. 결혼 후, 마나님 생일이 다가오면 언제나 찜찜했던 약속. 어찌 되었나 물어보면? 역시 교양녀! 한 번도 눈치 주지 않았다. 한 15년이 흘렀나?"모임에서 송년회 하는데 하프 연주할 수 있나 하잖아?""어! 그래서? 하프가 없는데 어쩌나? 뭐라 하셨수?""하프 없다 했더니 빌려준다고 하니 어쩌지?""잘 되었네! 좋은 기회야! 옮기는 것은 도와 줄 수 있지!"하프는 크다. 운반용 케이스가 따로 있다. 바퀴도 달려 있다. 운반에 노력과 돈이 든다. 이렇게 하프는 우리 집을 찾아왔다.꽤
오피니언
대덕넷
2024.04.04 17:40
-
봄이다. 살아야겠다. 한동대학교 교정은 자연과 인위가 혼재한다. 산을 깎아 학교를 세웠기에, 주변을 둘러 싼 숲과 하늘만 보인다. 학생들은 등록금의 반이 하늘 보는 관광료라고 말하기도 한다. 그러기에 연구실이 있는 뉴턴 홀 앞의 너른 잔디밭과 늘 앉는 벤치, "지자는 요수"라고 엄청나게 강조하며 기어코 팠던 도서관 뒤편 생태연못, 그리고 생활관인 갈대상자관 뒤편의 떡갈나무가 촘촘한 과학자의 길, 문과 교수들은 철학자의 길이라고 부르지만···.그리고 활을 쏘고 말을 타고 호수를 돌아 달려가 활을 잡았다는 전설의 천마가 살았던 천마지(
오피니언
대덕넷
2024.04.01 17:35
-
필자는 2007년 10월부터 독일의 공공연구기관 중에 한 곳인 프라운호퍼 연구소에서 재직 중이다. 어느 덧 17년차가 되어서 연구소 내에서 필자보다 고참인 동료보다 신참들의 수가 압도적으로 많아졌다. 그동안 수 많은 에피소드들이 있었으며, 그 중의 일부를 공유하여 한국에서 독일과 연구 협력을 계획하고 있거나 진행하고 있는 분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독일로 오기 전에 한국에서 중소기업과 대기업에서 각각 2년과 7년 8개월 간 근무를 했었기에 필자는 한국식 업무방식에 나름대로 훈련이 잘 되어 있었던 상태였다. 직장 생활
오피니언
대덕넷
2024.03.27 17:40
-
대한민국의 2023 아시안컵 축구대회 우승 도전이 아쉽게 4강에서 마무리되었다. 최근 월드컵, 아시안게임 등 국제대회에서의 좋은 성적으로 많은 국민들이 이번 대회에서도 좋은 성적을 기대하였지만 아쉽게도 우승에 실패하고 말았다. 필자 역시 오랜 축구팬으로 대한민국 축구국가대표팀을 열렬히 응원하였다. 요즘도 축구 경기를 보다 보면 필자가 대학생이던 시절에 밤 늦도록 유럽의 프로축구리그에서 활약하는 우리나라 선수들의 경기를 보던 기억이 새삼 떠오르곤 한다. 당시는 박지성과 이영표로 대표되는 많은 축구 스타들이 EPL 등 유럽 빅리그에 본
오피니언
대덕넷
2024.03.21 17:05
-
혁신적인 교육현장을 직접 찾아갈 때마다 항상 마음이 설렌다. 2016년, 프랑스 파리에서 교육의 새로운 새싹 하나를 발견 때의 흥분을 잊을 수 없다. 지금은 누구나 아는 곳이지만, 당시로서는 잘 알려지지 않았던 '에꼴 42'였다. 이곳의 방문은 나에게 새로운 교육을 고민하게 했다. 3층 건물은 고풍스런 파리의 건물들과 달리 현대적인 모습이었지만, 샹젤리제 거리의 끝에 갑자기 등장하는 라데팡스의 갑작스런 시간여행의 감격을 주지는 못했다. 오히려 유적지에 급조된 편의점시설 같은 느낌이었다.하지만 반갑게 맞이하는 교장의 모습에서 친숙한
오피니언
대덕넷
2024.03.14 17:00
-
학생들이 바이올린을 만들고 연주하면 어떨까? 공학적인 느낌을 가지기 위해서는 많이 해 보는 것이 최고다. 도전할 수 있는 어떤 것을 부여하면 학생들은 재미있어한다. 악기를 만든다는 것은 그래서 아주 매력적이다. 용기를 내어 첼로를 하시는 교수님과 만났다. 이야기했더니, '돈이 많이 들어요! 그리고 너무 복잡하고 정밀한 작업이에요!' 힘들다는 이야기이다.힘들다는 것은 무엇인가 할 만한 일이라는 이야기도 된다. 우선 바이올린 공부를 시작하였다. 어마어마하게 비싼 바이올린들! 스트라디바리우스와 과르네리는 17세기 18세기 이탈리아 북부
오피니언
대덕넷
2024.03.11 18:20
-
지난 12월 12일 한국전자통신연구원에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차관의 “대한민국 과학기술 혁신과 구조개혁의 의미” 관련 강연을 들었다. 모든 내용을 공감하는 것은 아니나, 고뇌의 흔적이 묻어나서 좋았고, 새로운 도약을 기대하여 본다. 그런데, 연구개발 카르텔의 실례로 제시한 “한국원자력연구원의 사용후 핵원료 관련 연구”를 “연구내용은 거의 동일한데, 제목만 일부 바꾸어서 과제를 수주”한 적폐로 제시한 것 보고, 일반인의 오해가 있을 수 있어 이를 지적하고자 한다. (여기서, “사용후 핵원료”라 적은 것은 “사용후핵연료”를 의미한 것으로
오피니언
대덕넷
2024.01.02 18:25
-
대덕연구개발특구는 2023년 뜻깊은 한 해를 보내고 있다.1973년 대덕연구학원도시 건설 기본 계획이 수립된 이후로 1976년 대덕전문연구단지 건설계획으로의 변경을 거쳐 1978년에 여러 연구기관의 입주가 시작되었으며, 1992년 준공식과 1993년 대전 엑스포를 통해 획기적인 발전의 계기가 되었다. 2005년에 '대덕연구개발특구 등의 육성에 관한 특별법'이 통과되면서 기존의 대덕연구단지와 유성구, 대덕구 주변 지역을 통합하여 대덕연구개발특구로 지정되어 2023년 현재 1705개 기관이 입주한 명실상부한 국가 과학기술 지식이 집약된
오피니언
대덕넷
2023.12.05 14:55
-
정부의 의대정원 확대 방침으로 과학기술특성화대학들의 의학전문대학원(과기의전원) 출사표가 러시를 이루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달 31일 대전 유성구 KAIST에서 ‘바이오 의료산업 발전을 위한 글로벌 의사과학자·의사공학자 양성 토론회’가 열렸다. 발표자와 청중 간 질의응답 시간. 의료전문 매체 기자와 포항시 공무원이 던진 질문들에는 과기의전원을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시각이 고스란히 반영돼 있었다. 종합하면 이런 거였다. ‘한국 사람들은 경제적 성취를 가장 중시한다. 진료의사(임상의)는 의사과학자 보다 돈을 훨씬 많이 번다. 경제개발
오피니언
지명훈 기자(편집국장)
2023.11.06 17:40
-
이달 9~11일 미국 버지니아주 메리어트 버지니아 비치 오션 프런트 호텔에서 NAViGATE 2023 행사가 열렸다. IBM이 매년마다 개최하는 가을 컨퍼런스다.올해에는 새로운 소프트웨어 및 기술 발표가 이뤄졌다. IBM의 하드웨어 플랫폼인 POWER Systems 상에서 실행되는 운영체제인 IBMi 와 관련된 주제였다. 100개 이상의 세션 발표와 선도적 솔루션 제공기업들의 엑스포도 같이 진행됐다.논의된 주제들은 프로그래밍(Fundamentals, General, PHP, Python, RPG), 보안, 시스템 관리, 가상화(Vi
오피니언
대덕넷
2023.10.23 14:25
-
최근 TV프로그램 '나는 솔로'가 역대급 화제를 모았다. 연인이 고립된 장소에서 생활하며 사랑을 찾아가는 내용이다. 출연자들끼리 뒷말을 전하고, 그 말이 와전돼 괴소문으로 변하면서 오해와 혼란이 빚어진다. 하지만 마지막에는 진실이 드러나고 오해가 풀리면서 웃음을 자아낸다. 그런데 이런 애정 관계에서 빚어지는 괴소문과 혼란이 정부기관에서 일어난다면 과연 웃어 넘길 수 있을까. 11일 오후 한국분자세포생물학회가 온라인으로 개최한 '정부 R&D 예산 관련 의견 수렴 간담회'는 최근 정부의 R&D 예산 삭감으로 연구현장에서 어떤 혼란이 벌
오피니언
김지영 기자
2023.10.12 18:05
-
"대덕연구단지는 우수한 과학기술 두뇌를 양성하는 산실이자 전국의 연구개발 인재를 흡수하는 대한민국 최고의 지식집적지 역할을 훌륭히 해왔다. 우리 모두 힘을 모아 과학기술중심사회, 전국이 고루 잘 사는 나라를 만들고 2만 달러 시대를 여는 선도자가 되어 주길 바란다."(대덕연구단지 30주년 행사에서 노무현 대통령)2003년 12월 5일 대덕연구단지 출범 30주년 기념식에서 노무현 대통령은 이같은 내용으로 공식 연설문 낭독했다. 이어 노 대통령은 "과학기술 분야에 약속한 것은 반드시 실천하겠다"고 예정에 없는 즉흥 발표로 연구자들의 박
오피니언
길애경 기자
2023.10.05 16:10
-
필자는 지난 4일부터 8일까지 제48회 세계양봉대회가 칠레 산티아고에서 열려 다녀왔다. 2015년 제45회 대회는 대전에서 개최된 바 있다. 남미의 나라 칠레를 간 기회에 산티아고에 있는 스타트업 칠레센터를 방문했다.필자는 오래전부터 대전을 국내 유학생 창업 지역(규제 Free Zone)으로 지정 받아 글러벌 스타트업 생태계를 만들자는 안을 정부와 대전시에 건의 한 적도 있다. 그 당시 칠레 스타트업 성공 모델을 소개한 인연이 있어 최근 이곳 현황과 운영이 궁금해졌다.◆스타트업 칠레에 글로벌 인재들이 모이는 이유칠레는 1인당 GDP
오피니언
대덕넷
2023.09.24 15: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