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성호 서울대 교수, 천연물-미생물 균주 상관관계 분석
'생물통계학'으로 전통천연물 치료제 효능 찾는다

건강한 사람 똥을 이식하는 '대변 이식술'. 건강한 대변 속 미생물은 대장염이나 크론병, 장 질환을 앓는 환자의 장내 미생물 환경을 바꿔줘 주목받고 있다.<사진=이미지투데이>
건강한 사람 똥을 이식하는 '대변 이식술'. 건강한 대변 속 미생물은 대장염이나 크론병, 장 질환을 앓는 환자의 장내 미생물 환경을 바꿔줘 주목받고 있다.<사진=이미지투데이>
건강한 사람의 똥을 채취해 필요한 부분을 환자에게 이식하는 '대변 이식술'이 주목을 받고 있다.

더러운 대변을 몸 속에 다시 넣는다니! 대변하면 더러운 이미지가 떠오르지만 건강한 대변 속 미생물은 대장염이나 크론병, 장 질환을 앓는 환자의 장내 미생물 환경을 바꿔준다. 이로운 균이 장 속에 많이 머물게 함으로써 장내 면역력을 키워 치료하는 원리다. 장염을 일으키는 '클로스트리디움 디피실 균'을 줄이기 위해 건강한 대변을 이식받은 환자 90%가량이 치료 성공을 했다는 미국과 유럽의학계의 보고도 있다.

장내 미생물이 위나 장뿐만 아니라 면역력 강화, 비만, 노화, 암 등에도 영향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면서 '마이크로바이옴' 연구도 다양하게 이뤄지고 있다. 마이크로바이옴은 인간의 몸속에 공존하는 미생물들의 유전정보 전체를 일컫는다. 최근 마이크로바이옴은 개인의 면역 발달과 연관이 있다고 알려진다.

미생물이 질병과 관계가 있다면? 전통천연물과 미생물 균주의 상관관계 분석연구를 통해 대사성질환(당뇨병과 고혈압, 고지혈증, 심장병 등) 치료에 기여할 수 있지 않을까? 통계학을 바탕으로 이같은 아이디어를 실현하기 위해 연구하는 과학자가 있다. 원성호 서울대 보건학과 교수다.

전통천연물과 장내 미생물 균주의 상관관계를 분석해 대사성질환 치료에 기여하고 있는 원성호 서울대 교수.<사진=김지영 기자>
전통천연물과 장내 미생물 균주의 상관관계를 분석해 대사성질환 치료에 기여하고 있는 원성호 서울대 교수.<사진=김지영 기자>
생물통계학을 전공해 데이터 과학, 데이터 분석을 주로 다루는 원 교수는 ▲만성폐쇄성폐질환의 체질량과 게놈 연관성 분석 ▲정상인과 흡연자의 방사선 질환 연관성 ▲희귀변이체를 통한 제2형 당뇨병 위험 증가 관계성 등 연구성과를 낸 바 있다.

최근에는 가습기 살균제를 통한 질환 발생률 증가 연구와 아토피와 후성 유전체의 관계 등을 분석하기 위해 데이터 알고리즘을 개발하고 관련 유전자나 바이오마커를 찾는 연구도 했다.

그런 그가 전통천연물에 관심을 두게 된 것은 2년 전, 멀티오믹스 연구를 하며 천연물 유례 물질에 대한 '흥미'가 생겼기 때문이다. 그동안 해온 데이터 분석법을 통해 코호트 데이터를 기반으로 대사성질환 예측 모형과 당뇨 진단기법을 개발하고 있다. 

특히 유전자동의보감사업단(단장 이도헌)의 지원을 받아 대사성질환과 관련 있는 균주를 찾고 전통천연물을 통해 치료가 가능할 것으로 보이는 데이터들을 수집해 분석 중이다.

◆ 대사성질환 관련 균주 4개 찾아...질병진단키트 개발 목표

"생물통계 지식을 활용한 연구에 관심이 많습니다. 데이터 분석 알고리즘을 개발해 질병 관련 유전자와 바이오마커를 찾고 이를 전통천연물과 접목할 수 있도록 연구하겠습니다."

데이터 사이언스 과학자에게 중요한 것은 환자의 임상, 오믹스, 샘플 자료와 이를 처리할 수 있는 알고리즘 기술이다. 연구는 주로 컴퓨터를 통해 이뤄진다. 원 교수 실험실에 비커나 스포이트, 약물 대신 컴퓨터가 배치된 이유다.

데이터와 질병과의 상관관계를 분석할 프로그램은 원 교수와 제자들이 함께 만들지만, 환자데이터는 자체적으로 구할 수 없어 안산고대병원과 협력해 모으고 있다. 

원 교수는 "안산고대병원의 임상 전문가를 통해 환자 약 4~5천 명의 코호트 관리와 결과 해석 데이터 20년 치를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 데이터를 기반으로 ▲오믹스 분석 알고리즘 ▲분석 소프트웨어 ▲약물 반응 예측 모형 개발 중이다.

연구하면서 재밌는 성과도 도출했다. 대변과 소변, 혈청의 메타게놈(어떤 환경 내 존재하는 미생물의 총체적 집합)을 분석한 결과 대사성질환 환자들의 공통점을 발견했다. 원 교수에 따르면 대사성 환자들은 소변 속 A라는 균주가 커질 때 B라는 균주도 함께 커졌다. 이렇게 커진 균주들은 세포들 사이에서 쉽게 빠져나와 다른 조직에 영향을 끼치고 대사성을 떨어뜨렸다.

이 외에도 어떤 음식물을 섭취하는지에 따라 몸속 균주 분포차이가 크게 나타났으며, 당뇨군과 정상군 사이에서 3가지 장내 미생물(젖산간균, 아커만시아, 프레보텔라)의 보유에도 큰 차이가 있는 것을 확인했다.

특히 소변 속 브레분디모나스(Brevundimonas)균과 대사성질환의 연관성은 원 교수팀이 처음 규명한 성과다. 그는 "대사성질환과 연관이 있다고 확인된 균주를 통해 건강지표를 평가할 수 있는 진단 장비를 개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 "질병 원인 찾아 전통천연물로 치료 가능토록 연구할 것" 

장내 미생물이 건강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이해하기 위해 통계학은 중요한 포지션을 차지하고 있다. 나이나 식습관, 살아온 환경 등으로 영향을 받을 수 있는 장내 미생물을 정확하게 분석해 치료제로 개발하기 위해서는 무조건 많은 양의 데이터확보보다 이를 효율적으로 분석할 방법이 필요하다.

원 교수는 효율적 분석 알고리즘을 개발해 더 많은 대사성 관련 균주를 찾고, 해로운 균주의 확장을 억제할 수 있는 전통천연물 확보 분석에 매진할 계획이다.

그는 "전통천연물이 대사성질환에 효과가 있는지 제대로 보기 위해서는 코호트를 통한 검증이 필요하다. 단순히 균주를 찾는 것을 넘어 실제 전통천연물이 환자들의 치료제가 될 수 있도록 연결해주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그는 연구를 통해 확보한 자료들이 추후 전통천연물의 약물개발이나 식약처, 미국 FDA 승인을 위한 근거자료가 될 것으로 기대했다.

원 교수는 "대사성질환에 의미 있는 유전자 마커와 메타게놈, 임상 등을 잘 활용해 의미 있는 검증지표를 만들어 질환의 이해수준을 올리고 치료에도 새로운 돌파구를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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