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기관장부터 현직 인사까지 다양하게 거론
이사장 임기 종료 전 마무리 위해 추천제 예상
"출연연 외풍에서 막을 인사 vs 실행력 있는 젊은 수장"

국가과학기술연구회(이하 연구회) 이사장의 임기가 한 달정도 남았다. 하지만 후임 이사장 선임 절차는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이사장추천위원회를 열지 못해 답보 상태이면서 하마평만 무성하다. 차기 이사장 후보로 전임 정부출연연구기관 기관장부터 현직 인사까지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지만 적임자로 거론되는 인물은 없다는 게 과학계의 중론이다.

연구회에 의하면 9월초 현직 기관장 4명, 내외부 이사 5명(당연직(과기부·기재부 차관 2명), 외부 3명) 등 이사장추천위원회만 구성된 상태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로 아직 공식 모임을 갖지 못하면서 진행 방식(추천제로 할지, 공모제와 병행할지)도 논의되지 않았다. 하지만 추천제가 조심스럽게 예상되고 있다.

현재 원광연 이사장의 임기는 내달 22일까지. 연구회 본부장 3명의 임기도 올해 12월말까지다. 자칫 연구회 이사장부터 본부장까지 대행체제로 가는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 무엇보다 내년 초 6명의 출연연 기관장 인선도 앞두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공모제를 병행한다면 2주의 공고, 접수, 심사 등 서둘러도 두 달이상 소요된다. 반면 추천제는 이사장추천위원회에서 후보 인사 중 3명을 선정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에게 추천하면 장관이 1명을 확정해 대통령에게 재가를 요청하는 절차다.

과학계 관계자는 "본부장과 출연연 기관장 인선을 앞두고 있는데 대행체제에서는 임명권이 없어 후임 이사장 선임을 현재 이사장 임기전에 마무리 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그럼 공모제를 병행하기보다는 추천제로 갈 확률이 높다"고 예측했다.

◆ 이사장 후보로 누가 거론되나

연구회 이사장 후보로는 전임 기관장부터 현직 인사까지 다양하게 거론된다. 초대 이사장과 2대 이사장이 대학에서 왔으니 이번에는 연구기관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출연연에서 오는 것도 좋겠다는 의견도 다수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전임 기관장이 퇴임 후 쉬는 자리가 아닌 행동할 수 있는 젊은 이사장이 와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이사장 추천은 개인이 아닌 단체에서만 할 수 있다. 다수의 과학계에 의하면 전임 출연연 기관장으로 거론되는 인물은 문길주 전 KIST 원장(전 UST 총장), 이병권 전 KIST 원장이다.

문길주 전 총장은 과학계를 위해 다양하게 목소리를 내며 지지를 받는 것으로 알려진다. 하지만 문 전 총장 쪽에서 고사하고 있는 입장이란다. 이병권 전 원장은 연임에 성공한 첫 사례로 신뢰가 높다. 그러나 재임시 기관내 세워진 전직 대통령의 동상 문제로 현 정권과 갈등을 겪은 바 있어 난관이 예상된다고 보고 있다.

출연연 출신으로 이규호 전 한국화학연구원 원장과 나경환 전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원장(현재 산업부 R&D기획단장)도 물망에 올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이 전 원장은 본인의 의지도 높고 출연연과 대덕연구단지에 대한 이해가 높다는 평가다. 나경환 전 원장은 기술고시를 통해 공직과 출연연 기관장을 거쳤다. 과학계 현장에서는 나 전 원장은 인품 등 두루 갖췄지만 자칫 출연연보다 정부 입장을 대변할 수 있어 우려 된다는 의견도 내 놓고 있다. 김춘호 씨윗 IT융합기술연구원장 등도 후보로 이름이 올라오고 있다. 김 원장은 전자부품연구원 원장을 역임했다.

현역으로는 김성수 과기혁신본부장이 거론된다. 하지만 현직이라 절차장 어렵지 않겠느냐는 게 과학계의 판단이다. 문미옥 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차관도 이사장 후보로 나올 수 있겠다는 하마평에 대해 과학계 관계자는 "지금은 아닌 것으로 안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그는 "과학계 현장에서 보는 이사장과 과기부에서 보는 이사장의 모습이 다른 것 같다. 현재 원 이사장께서 출연연에 대해 이해가 커지면서 과기부와 갈등을 겪었다"면서 "연구현장을 알면서 출연연을 외풍에서 막아줄 수 있는 힘 있는 분이 오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과기부에게 아닌 것은 아니라고 말하고 설득할 수 있는 분이 추천되길 기대한다. 하지만 그림이 잘 안그려지는게 사실"이라며 답답해 했다.

한편에서는 연구회 이사장 자리가 더 이상 은퇴 과학자의 자리가 되면 안된다는 주장도 나온다. 출연연과 과학계의 변화를 위해 실행력 있는 젊은 수장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이를 통해 출연연의 중장기 발전 방안을 진지하게 고민하고 토론하며 돌파하는 활동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출연연을 긴 시간 동안 지켜봐 온 한 과학계 인사는 "출연연 기관장, 연구회 이사장도 40대, 50대로 젊어질 필요가 있다. 해외 강소형 연구소들 수장은 40대에 연구소장으로 와서 연구소를 세우기 위해 꽃중년시기를 바친다. 외국과 같은 환경은 아니지만 과학계의 미래를 위해 우리도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금은 은퇴한 전임 기관장의 자리, 경력 재창출을 위해 자리찾기 게임으로 수장이 오면서 협상이나 실행보다는 뒤에서 투덜대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다"면서 "출연연의 민원창구 역할이 아닌 긴 안목으로 과학계를 세울 수 있는 인물로 출연연 내부에서 오거나 외부에서 오더라도 지금보다 젊은 수장이 오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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