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보다 잘사는 지자체 과학도시 대전서 가능
더 이상 무관심한 마인드는 불투명한 미래 초래
대전시의 변화, 이젠 과학계가 움직임 보여줘야

대전시가 움직이고 있다. 기존에 없던 과학부시장직을 새롭게 도입하고 과학계 인사를 내정했다. 이에 앞서 대전시 과학산업진흥의 씽크탱크 초대 수장도 정부출연연구기관의 연구자를 임명했다. 대전시의 미래를 위해 가장 중요한 두 자리를 과학계에 배정한 셈이다. 최근에는 대전세종연구원장에 전 행정안전부 차관이 내정됐다. 대전시가 과학기반의 미래 성장 동력을 분명히 하고 지속성을 위해 전문가 중심의 거버넌스 체계를 확립한 것으로 해석된다.

정무부시장직은 이름 그대로 자치단체장의 정치적 활동을 지원하는 자리다. 자치단체장에게는 든든한 우군이라고 할 수 있다. 대전 시장이 든든한 우군 대신 과학부시장직을 새롭게 만들고 과학계 인사를 영입한 것은 과학도시 대전의 미래는 과학기반으로 하겠다는 결단으로 볼 수 있다. 그동안 구호에 그쳤던 대전시와 과학계의 협력 기반을 마련했으니 과학으로 마음껏 해보라는 의지로도 풀이된다.

2023년, 대덕연구단지 조성 50주년이 된다. 대덕연구단지는 1973년부터 대전시 유성구 일원에 정부출연연기관이 들어서며 형성됐다. 출연연과 민간연구소가 세워지고 연구성과 기반의 딥테크 기업이 들어서며 국가연구개발의 중심이 됐다. 그러나 지자체인 대전시와 대덕연구단지는 별개로 인식돼 왔다. 물리적 거리는 가까웠지만 물과 기름처럼 겉돌았다.

대전시와 과학계의 협력은 여러번 시도돼 왔다. 기관장마다 협력하자며 목소리를 냈다. 하지만 실행까지 가지 못했다. 협력 움직임도 지속되지 못했다. 몇번 자리를 만들다가 원점으로 돌아갔다. 각자도생이 반복됐다. 서로를 제대로 이해하고 공감하지 않은 상태에서 협력을 구호로만 외친 탓은 아니었을까. 시민, 국민의 안녕과 미래를 위한 고민보다 서로의 자존심 대결이 우선된 것은 아니었을까. 안되는 이유는 어느 한쪽에만 있지 않듯이 말이다.

2005년 특구법으로 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이하 특구진흥재단)이 들어서고 구심점이 마련됐다. 그러나 협력은 여전히 지지부진 했다. 중앙정부만 바라보며 지역은 나몰라라 하는  특구진흥재단 수장도 몇몇 있었다. 지자체인 대전시에서도 굳이 과학계를 찾지 않았다. 과학도시 대전의 위상은 빛을 잃어갔고 출연연에게는 하는 게 없다는 질타가 쏟아졌다. 과학강국 대한민국이라는 이름도 무색해졌다.

그러는 사이 과학이 일상으로 성큼 들어왔다. 특히 4차 산업혁명의 중심 과학기술인 인공지능(AI), 자율차, 빅데이터, 첨단 바이오 등 과학 기술이 대중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치며 활용되고 있다. 과학기술 분야 간 경계도 허물어지고 과학과 인문, 과학과 예술 간 융합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다분야 간 소통도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과학계를 향한 사회적 책임 요구도 커지는 게 사실이다.

한국의 미래를 위해 지자체의 발전도 시급해졌다. 한국은 경제, 재화, 인력의 수도권 집중으로 한계에 이른점이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다. 지역 소멸, 출산율 절벽, 초고령화 사회의 빠른 진입 등 지속 가능한 국가의 미래를 위해 지역발전 모델이 필요한 시점이다. 지난해 초 정부는 지역균형 발전을 취지로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 대형사업을 지역별로 선정했다. 

가장 뜨거운 주목을 받았던 인공지능 관련 사업은 광주시에서 챙겼다. 광주시는 지자체, 연구기관, 국회의원까지 힘을 합치며 지역의 미래 먹거리 확보를 위해 사활을 건 것으로 알려진다. 대한민국 국가연구기관 밀집지이며 과학도시를 표방하는 대전은 AI 커뮤니티, 인력, 인프라를 두고도 토목건축 사업을 선택했다. 당시 곳곳에서 안타까움을 표했다. 대전시는 그때의 질타를 반면교사로 삼듯이 과학기술에 지자체의 미래를 맡겼다.

이제 공은 과학계로 넘어 왔다. 과학계가 역할을 답 해야 할 때다. 그동안 반복됐던 대전시의 협력이 없어 어렵다는 이야기로는 설득력을 가질수 없게 됐다. 혹자의 과학자는 우리가 국가의 연구기관이지 대전시의 연구기관이 아니지 않느냐고 항변한다. 과제가 없어 할 수 없다고 점잖은 핑계를 대기도 한다. 하지만 미국의 실리콘밸리, 보스톤, 독일의 뮌헨, 이스라엘 텔아비브 등 첨단산업 집결도시의 대부분은 연구성과가 지역의 기업으로 스미고 우수한 인력들이 몰리며 지속 성장하는 순환적 생태계를 갖고 있다. 지자체의 발전과 과학계의 발전이 따로 가지 않는다는 의미다.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과 대응에서 우리가 경험했듯이 문제의 해결 중심에는 과학기술이 함께 한다. 미래 동력 역시 과학기술을 빼놓을 수 없다. 코로나19  확산으로 글로벌 위기 속에서도 한국에는 새로운 기회가 됐다는 평가가 다수다. 선제적 대응, 바이오벤처들의 약진과 성장이 청년 일자리 창출로 이어지며  K사이언스의 위상도 높아졌다. 

이와 때를 같이하며 대전시, 특구진흥재단, 과학부시장, 과학산업진흥원장 모두 과학기반의 성공적 미래를 만들어보자는데 의기투합하고 있다. 과학계를 중심으로 뛸 수 있는 판이 짜여진 셈이다. 혁신과 변화는 한 두사람의 역할로는 쉽지 않다. 함께하는 문화가 같이 가야 한다. 더 이상 나 홀로 연구로는 미래에 대응할 수 없다. 대전시와 시민이 과학계에 굳건한 신뢰를 보냈듯이 과학계는 분명한 움직임으로 답을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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