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신경철 영남대병원 호흡기·알레르기 내과 교수
"코로나 진료 모든 역량은 '중환자 치료'에 맞춰야 한다"
"민간의료기관 참여 절실···정부, 손실 적극 보전해야"

코로나 유행이 가파른 상승 곡선을 보이고 있습니다. 최근 열흘간 코로나 확진자는 3000명에 육박했죠. 특히 인구 밀집 지역인 서울·경기 지역 코로나 급증세로 2차 유행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1차 유행 정점을 찍었던 대구·경북 사례는 잊지 말아야 할 교훈을 남겼습니다. 1차 파고를 극복했던 대구 현장의료진이 2차 유행 기로에 놓인 시점에서 이를 어떻게 대비해야 할지 이야기를 전해왔습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편집자 편지>

신경철 영남대병원 호흡기·알레르기 내과 교수는 지난 2월 대구·경북에서 코로나 급증세 당시 일선에서 환자 치료에 전념했다. 당시 경험을 통해 코로나 환자는 중환자가 최우선순위가 되어야 하고, 민간의료기관의 참여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사진=영남대병원 제공>
신경철 영남대병원 호흡기·알레르기 내과 교수는 지난 2월 대구·경북에서 코로나 급증세 당시 일선에서 환자 치료에 전념했다. 당시 경험을 통해 코로나 환자는 중환자가 최우선순위가 되어야 하고, 민간의료기관의 참여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사진=영남대병원 제공>
코로나 유행을 다시 맞이하고 있는 우리 사회는 '방역과 치료'라는 문제에 직면하고 있고, 장기적으로는 새로운 '의료시스템 구축'이라는 숙제를 안고 있다. 방역(防疫)은 지난 1월부터 지금까지 정부 기관과 지방자치단체가 강조하고 있지만 본질적으로 '예방과 관리'가 주요 업무이기에 환자를 치료해야 하는 영역과는 다른 부분이라 할 수 있다. 

치료의 원칙은 중증도에 따라 환자를 구분하고 '중증환자치료'에 집중하며 사망자를 최소로 줄이는 것이 가장 중요하며, 우리 사회가 지금까지 기울인 노력의 최종 가치일 것이다. 필자는 코로나 대유행 당시 대구 상급종합병원에서 근무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느낀 점과 향후 대처 방안을 서술하고자 한다. 간략하게 말하면 '효율적 의료자원배분과 민간의료기관의 적극 참여'가 가장 중요하다.  

◆ 중증도에 따라 환자 입원 시설 달리 운영해야 한다

중등증 이상 환자를 진료할 병상과 의료진 확보가 중요하다. 경증환자는 병원에 입원시키면 안 된다. 사망자는 중등증 이상 환자에서 나온다. 중등증 이상 환자 중 상당수가 중증으로 악화되기 때문에 이들 환자를 가까이서 모니터링해야 한다. 진료 난이도가 높기 때문에 중환자 치료가 가능한 경험 있는 의료진이 필요하다. 

COVID-19에 대한 지식과 경험이 없는 상태에서 환자가 발생하였던 대구·경북은 초기 모든 환자를 병원에 입원시키려고 하였다. 결국 증상이 심해지는 환자를 더 이상 병원에서 받을 수 없었다. 경증환자들이 이미 병실을 차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대구·경북의 경험으로부터 우리는 이 점을 배운 것이다. 

지금까지 수도권의 대응은 이 원칙을 따라가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환자 발생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어 생활치료시설을 더 확충하여야 한다.

◆ 중증으로 악화될 가능성 높은 환자, 별도관리 필요하다

중증으로 이행할 가능성이 높은 환자를 치료할 병상 확보를 서둘러야 한다. COVID-19 환자가 지금처럼 매일 200명 이상 발생한다면 중증환자 발생은 필연적으로 따라 온다. 중증도 분류기준을 이용하여 중증으로 악화될 가능성이 높은 환자를 적극적으로 치료하고 모니터링 해야 한다. 이 과정은 중환자 치료보다 더 힘든 과정이다. 

중환자 치료를 받고 있는 환자는 '생명유지 장치'라도 연결된 상태이지만, 이들 환자는 산소공급장치만 하고 있으며, COVID-19에 도움 되는 치료제가 없기 때문에 의료진이 항상 주시하고 있어야 한다. 더 악화되면 즉시 인공호흡기 치료를 해야 한다. 이 부분은 공공의료기관이 전적으로 맡기에는 역부족하다.

◆ 진료의 모든 역량은 '중환자 치료'에 맞춰야 한다

'중증환자치료', 사망률을 낮추기 위하여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대구지역의 COVID-19 중환자 치료 1개월 사망률은 42.7%이었다. 집에서 대기하거나 병원으로 이송 중 사망하지 않고 대형병원 중환자 치료실에서 집중 치료를 받은 환자의 사망률로 중국의 49%보다는 낮다. 

진료 현장의 경험에서 치료의 핵심은 중증환자라는 점은 이미 알고 있다. 문제는 이들 중증환자를 적절한 시기에 치료할 수 있는 공간과 인력을 확보하는 것이다. 대유행이라 판단되면 중환자 치료 능력이 있는 병원의 중환자실을 미리 확보하여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대구·경북처럼 중환자 치료도 받아보지 못하고 사망하는 경우가 생길 수밖에 없다. 

대형병원이라고 하더라도 의료기관별로 중환자를 치료할 수 있는 여유는 적다. 기존 중환자 치료도 병행해야하기 때문이다. 여러 병원이 나누어 진료하는 것이 현실적이다. 중환자 치료 역량은 공공병원인 서울대학교병원이 있지만 대부분 민간병원이 보유하고 있다. 민간의료기관이 중증환자진료에 적극 참여해야 할 것이다.

◆ 민간의료기관 참여 절실하다 

대구·경북지역은 중증환자 전부를 5개 상급종합병원과 2개 종합병원이 맡아 진료하였다. 국립병원으로는 경북대학교병원과 칠곡경북대학교병원이 포함되어 있지만 우리나라 국립대학병원의 운영 형태를 공공의료기관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정부는 COVID-19에 대응하기 위하여 전국에 67개 '감염병 전담병원'을 지정하고 이중 55개 병원이 지방의료원 등 국공립병원이 포함되었다고 하지만 이들 대부분 의료기관은 전문 인력도 없고 중환자 치료 능력이 없는 곳이다. 

우리나라 중환자 치료는 거의 민간의료기관이 보유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민간의료기관의 참여가 곧 '중환자 치료력'이라고 말할 수 있다. 민간의료기관의 참여가 필요한 이유이다.  

◆ 진료 중 발생한 민간의료기관의 어려움, 해결해주어야 한다

COVID-19 환자 진료하면서 발생하는 문제를 해당 의료기관에 전가시키지 말고 국가는 반드시 해결해 주어야 한다. 국가적인 의료위기에 민간의료기관이 적극 참여해야 하지만 이 과정에서 생기는 손실보전,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다른 판단으로 생기는 환자와의 법적 분쟁 등이 그 예이다. 다른 한 가지는 민간의료기관의 역할을 평가절하하는 현상이다. 통계 숫자가 진료의 난이도를 설명하는 것은 아니다. 

최근 수도권의 환자 발생 경향은 다가올 가을과 겨울이 순탄하지 않을 것이란 신호이다. 정부는 공공의료기관과 민간의료기관의 역할 분담을 다시 고민하고, 민간의료기관이 적극 참여할 수 있도록 새로운 정책을 제시하여야 할 것이다. 

COVID-19 2차 유행을 앞둔 현 시점에서 대구·경북 1차 유행 사례는 공공과 민간이 함께 움직이지 않으면 우리의 가족과 지역사회를 살릴 수 없다는 교훈을 주었다. 동시에 국민들의 개인 위생수칙 준수, 거리두기 생활화와 같은 '행동 백신'이 COVID-19 1차 파고를 극복하는 핵심 열쇠라는 사실을 알려주었다. 다시 한 번 그때의 교훈을 되새겨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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