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지마 서울행'은 옛 이야기, 지역에 대거 정착
바이오 생태계 조성되며 인재들 선택 폭 넓어져
바이오니아·솔젠트·지투지바이오 등 지역출신 多

지역 인재들이 지역 바이오기업에 정착해 성장에 일조하는 흐름이 만들어지고 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지역 인재들이 지역 바이오기업에 정착해 성장에 일조하는 흐름이 만들어지고 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1.
바이오니아는 최근 업계에서 '민족사관기업' '지역 바이오 사관학교'라는 평가를 얻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서 진단에 필요한 모든 시스템을 국산화한 기업이면서 동시에 지역 대학들과 밀착해 인재 육성에 힘을 보태고 있어서다. 임직원 400여 명 중 절반이 20·30대이고, 대다수가 지역 대학 출신이다. 배재대 생물의약학과에서 학·석사를 마친 박현정 주임연구원은 "바이오 중심지가 대전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선택지에 수도권은 없었다"고 했다. 

#2. 지투지바이오는 치매 환자 치료에 1개월 약효를 보이는 주사제를 중점 개발하고 있다. 임직원 30명 중 10명 이상이 KAIST, 충남대, 한남대 출신이다. 나머지 직원들도 지역 대학 출신이 다수다. 충남대 고분자공학과에서 학·석사를 마친 윤권혁 과장은 "대전은 바이오 생태계가 구축된 것이 가장 큰 장점"이라며 "벤처 기업이 구비할 수 없는 연구용 장비를 KAIST나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등에서 사용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지역 인재들이 지역 바이오기업에 정착해 성장에 일조하는 선순환이 만들어지고 있다. 대학 졸업 후 '묻지마 서울행'을 택했던 과거와는 달라진 풍경이다. 지역 바이오기업, 대학과 정부출연연구기관이 유기적인 관계를 맺으면서 바이오 생태계가 구축된 점이 지역 인재가 선택의 폭을 넓힐 수 있는 계기가 됐다. 기업과 인재가 만들어내는 자생적인 생태계로서 향후 국가 경제 발전 기폭제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16일 본지 취재 결과를 종합하면 지역 바이오기업 인력은 지역 출신 인재들이 적게는 30%부터 많게는 50%까지 늘어났다. 바이오니아, 솔젠트, 제노포커스, 지투지바이오, 펩트론, 지노믹트리, 수젠텍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특히 배재대 생물의약학과 출신들과 충남대 미생물·분자생명과학과, 고분자공학과 등을 졸업한 인재들이 바이오기업에 대거 정착하고 있다. 

◆ 지역인재 정착 배경은 '바이오 생태계'

윤권혁 지투지바이오 연구개발본부 과장은 충남대 고분자공학과에서 학·석사를 마치고 핵심 인력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사진=지투지바이오 제공>
윤권혁 지투지바이오 연구개발본부 과장은 충남대 고분자공학과에서 학·석사를 마치고 핵심 인력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사진=지투지바이오 제공>
지역 인재들은 바이오 기술과 사람으로 만들어진 생태계가 선택에 영향을 미쳤다고 입을 모았다. 윤권혁 지투지바이오 연구개발본부 과장은 충남대 고분자공학과에서 학·석사를 마치고 현재 같은 대학에서 박사 과정을 밟고 있다. 윤 과장은 "대학 시절부터 10년 넘게 지낸 곳이다 보니 적응이 많이 필요하지 않고 일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면서 "기술개발에 도움이 필요하면 조언을 구할 수 있는 사람이 주변에 많다"고 했다. 

솔젠트 사례도 눈에 띈다. 인력 62명 중 20% 이상이 지역 대학 출신이다. 기술개발 인력뿐만 아니라 기획, 법무 분야도 해당된다. 충남대 행정학과 출신인 김태린 솔젠트 팀장은 "바이오기업에 특허는 매우 중요한 지표"라며 "충남대 로스쿨이 특허 쪽에 강세가 있기 때문에 바이오기업과 뗄 수 없는 관계를 지니며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솔젠트 기술개발 파트도 바이오 생태계가 큰 장점이라고 했다. 출연연과 대학이 인근에 있기 때문에 기술개발에 필요한 정보를 적시에 파악할 수 있다는 의미다. 또 지도교수와도 지속적인 네트워크가 가능하기 때문에 기술적인 애로사항이 있으면 자문이 가능한 이점을 지닌다. 지역 인재들의 정착 비율이 높아지고 있는 이유다.

◆ 지역-대학 유기적인 협력도 한몫

바이오니아는 배재대 생물의약학과와 밀접한 교류를 진행 중이다. 기업이 대학생들과 공동연구를 통해 인재 육성에 기여하고 있다. 사진은 배재대 생물의약학과 출신인 박현정 주임연구원(좌), 김성현 기술원(가운데), 문새하 주임기술원(우). <사진=김인한 기자>
바이오니아는 배재대 생물의약학과와 밀접한 교류를 진행 중이다. 기업이 대학생들과 공동연구를 통해 인재 육성에 기여하고 있다. 사진은 배재대 생물의약학과 출신인 박현정 주임연구원(좌), 김성현 기술원(가운데), 문새하 주임기술원(우). <사진=김인한 기자>
바이오니아는 이같은 생태계 조성에 기여한 대표적인 기업이다. 2006년부터 충남대와 PCR(유전자증폭) 운용 인력을 육성하고, 배재대 생물의약학과와는 보다 밀착해 현장 경험을 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배재대 생물의약학과 출신인 박현정 진단연구3팀 주임연구원, 문새하 진단키트생산2팀 주임기술원, 김성현 유전자원료생산팀 기술원 모두 취업 전부터 바이오니아에서 현장 경험을 했다. 

문새하 주임기술원은 "2016년 7월부터 6개월 간 인턴 생활을 하면서 학교에서 배운 이론을 현장에 적용해보는 시간을 가졌다"면서 "당시 어떤 부분을 더 공부해야 하는지 생각하는 계기가 됐다"고 돌아봤다. 문 주임기술원은 인턴 생활부터 현재까지 4년 넘게 성병, AIDS(후천성면역결핍증), B형·C형 간염, 코로나 등을 진단할 수 있는 키트 생산에 몰두하고 있다. 

김성현 기술원은 "바이오니아에는 젊은 인재들 유입이 많다"면서 "일하는 동료들이 나이 차이가 얼마 나지 않아 단합도 잘 되고 업무상 시너지도 난다"고 했다. 바이오니아 인력 절반 이상은 2030 세대가 차지하고 있다. 

제노포커스도 전체 인력 67명 중 30%가량이 KAIST, 충남대, 한밭대, 배재대, 한남대 등 지역 대학 출신이다. 펩트론, 지노믹트리, 수젠텍에도 지역 인재들이 대거 정착해 기업 성장에 일조하고 있다. 

맹필재 바이오헬스케어협회 회장은 "대전 바이오 생태계는 수도권이나 나머지 지역에서 보기 드문 사례"라면서 "우수 논문을 만들어내는 인력도 중요하지만, 중견 전문 인력을 키워내 지역 벤처기업 성장에 기여하는 인력 육성도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 "삶의 질 우수한 장점" 

김성현 바이오니아 기술원은 "바이오니아에 젊은 사람들이 많다는 건 그만큼 지역 발전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라면서 "젊은이들이 많아지면 경제뿐만 아니라 지역 가치도 높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새하 바이오니아 주임기술원은 "대전만큼 산책할 수 있는 환경이 잘 구축된 곳은 많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태린 솔젠트 팀장은 "대전이라는 지역은 출퇴근이 굉장히 가깝기 때문에 업무에 집중할 수 있다"며 "어린아이를 키우는 환경도 안정적이라는 의견이 많다"고 언급했다. 
 
다만 대덕연구단지 인근 교통 환경은 개선돼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바이오 기업이 위치한 곳은 대다수 대전 중심과 멀기 때문에 젊은 기업 종사자들을 위한 공동 주택과 그에 맞는 문화 활동을 제공할 수 있는 환경의 필요성도 제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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