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제욱 화학연 C1가스·탄소융합연구센터 박사
"지인·동료와 수시로 미팅하며 정보 공유하고 협력"
"연구개발 성과가 실제 기업 매출로 이어지도록 할 것"

                           이제욱 한국화학연구원 박사 연구팀이 고품질의 그래핀 대량생산에 성공했다.<영상= 길애경 기자>
 

"같이 밥을 먹다가 새로운 동향, 궁금한 부분을 이야기 하면 바로 전문가 추천이 이뤄지고 조언이 가능한 곳이죠, 대덕은 연구하는데 최적지입니다.(웃음)"

대덕 안착 5년을 맞은 이제욱 한국화학연구원 C1·탄소융합연구센터 박사. 재료 공학을 전공한 그가 10년전(박사학위 받은 시점)부터 놓지 않은 연구 주제가 있다. 탄소나노튜브와 병행 연구해 온 '그래핀'이다. 영국 연구팀이 2010년 그래핀 분리에 성공하면서 노벨 물리학상을 받기도 했다. 유행처럼 그래핀 연구자가 늘었던 시기도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저렴한 가격에 고품질의 그래핀을 대량 생산하는 데는 누구도 성공하지 못했다.

이제욱 박사는 묵묵히 연구를 지속해 왔다. 그러던중 2015년 9월 화학연으로 자리를 옮겼다(재료분야 연구에 집중하고 싶어 결정). 그는 기관 내부 과제(1억원씩 2년간 새로온 연구자에게 지원해 주는 '미래시드사업')에 선정됐다. 그래핀 연구를 본격 시작한다. 국가 프로젝트와 달리 내부 과제는 내용, 목표 등 부담이 적어 자유롭게 하고 싶은 연구를 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재료 연구자로서 그래핀 대량생산 연구 강행(?)은 당연했다.

기회는 우연히 찾아 왔다. 기업 관계자가 화학연에 찾아와 임지선 박사와 논의를 했고 임 박사는 이제욱 박사의 연구주제와 맞는다며 소개했다. 이제욱 박사의 그래핀 연구도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때마침 산업통상자원부의 과제공모도 올라왔다. 내부 과제를 통해 인큐베이션을 마친 그는 산학연 컨소시엄을 이뤄 산업부 공모에 참여했다. 선정 주인공은 당연히 이제욱 박사팀이었다(출연연에서 기술 개발 전반을 맡지만 컨소시엄은 기업이 주관기관으로 적극적인 협력이 필요하다. 그래도 때로는 애로가 발생하기도 한다). 이 박사는 선정까지 어려움속에서도 운이 좋았다고 표현했다.

산업부 과제 시작 2년차(화학연에서 그래핀 본격 연구 5년차)에 그의 연구팀은 그동안 난제였던 고품질의 그래핀 대량 생산에 성공한다. 연구주제를 놓지 않은 연구자, 선배의 인정, 국가연구개발(R&D) 집적지 대덕연구단지의 네트워크 등 플랫폼, 인적자원, 연구자의 열정이 하모니를 이루며 빛을 발한 것이다.

◆ 가격과 양 다 잡은 그래핀 대량생산, 국내 기술로 첫선

고품질의 그래핀 대량생산에 성공한 한국화학연구원 화학공정연구본부 연구팀, 사진 앞줄 왼쪽 이제욱 책임연구원, 권연주 연구원, 사진 뒷줄 왼쪽부터 김윤 연구원, 박정빈 연구원, 한영빈 연구원. <사진= 길애경 기자>
고품질의 그래핀 대량생산에 성공한 한국화학연구원 화학공정연구본부 연구팀, 사진 앞줄 왼쪽 이제욱 책임연구원, 권연주 연구원, 사진 뒷줄 왼쪽부터 김윤 연구원, 박정빈 연구원, 한영빈 연구원. <사진= 길애경 기자>
'화학연 실험실. 장치가 설치된 커다란 수조에 물을 넣고 전원을 켜자 보글보글 물거품이 오르더니 검은 가루들이 위로 올라왔다. 흑연에서 분리해 가루형태로 추출되는 그래핀이다. 순식간에 점들이 모이며 면 단위의 그래핀이 탄생했다.'

그래핀은 구리보다 1000배 이상 전기가 잘 통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반도체에 주로 쓰이는 단결정 실리콘보다 100배 이상 빠르게 전자를 이동시킬 수 있다. 강도도 100배 이상 강하고 열전도성도 10배 이상 높다. 하지만 대량생산에 성공하지 못하면서 산업계 활용은 쉽게 이뤄지지 못했다.

이제욱 박사는 그래핀 생산 기술을 세대로 구분해 설명했다. 1세대는 화학적 증착(CVD그래핀)법. 열처리로 기판에 쌓는 방법으로 얇고 대면적이 가능하다. 하지만 아직까지 그래핀 가격이 고가이며 대량생산과 전사(transfer)가 어렵다. 기판을 넘길 때 결함이 생기기도 한다. 2세대는 강한 산을 이용한 화학적 산화 환원 방식. 유독물질을 사용해 그래핀 특성이 사라져 환원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때문에 품질적 결함과 가격이 금보다 비싸 연구용으로만 주로 활용된다. 

3세대는 전기화학적 박리법. 전기화학적으로 흑연을 직접 박리해 결함이 거의 없는 박리 그래핀 제조가 가능하다. 이 박사 연구팀이 개발한 '차세대 전기화학 박리 공정'은 전해질(이온) 용액 수조에 '금속 전극- 흑연 전극- 금속 전극'을 샌드위치처럼 배치해 흑연에서 그래핀을 생산하는 장치다. 흑연 전극에 전기를 흘려 보내면 이온이 기체로 변하는데 부피가 1000배 이상 팽창하면서 흑연을 아주 얇은 층으로 벗겨내는 방식으로 그래핀을 분리하고 가루형태로 추출해 얻게 된다.

이 박사는 "5장의 흑연 전극(100mm x 150mm)을 동시에 박리해 30분만에 30g의 박리 그래핀 생산이 가능하다"면서 "빠르게 제조하는 것은 물론 대량생산(kg 이상 생산)에 용이하고 품질도 우수해 추가 후처리 공정이 필요없다. 특히 유해 화학약품을 사용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화학연은 이 박사 연구팀이 개발한 성과를 지난해 11월 기업에 이전했다. 연구팀은 요소기술 개발과, 고품질의 그래핀을 대량 생산하기 위한 공동연구를 수행 중이다. 이 박사는 "성과 소식이 알려지면서 기업들의 문의가 크게 늘었다. 기술이전과 윤리적인 부분 등 기업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는지 생각이 더 많아졌다"며 행복한 고민을 밝혔다.

◆ 대덕은 연구 최적지, 젊은 연구자에게 꿈의 놀이터

이제욱 박사는 대덕연구단지의 강점으로 사람을 꼽았다. 연구성과가 나오기까지 여러 사람의 협력이 필요하다는 생각에서다.<사진= 길애경 기자>
이제욱 박사는 대덕연구단지의 강점으로 사람을 꼽았다. 연구성과가 나오기까지 여러 사람의 협력이 필요하다는 생각에서다.<사진= 길애경 기자>
이제욱 박사는 대덕연구단지의 강점으로 '사람'을 꼽았다. 그가 이렇게 말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그는 대덕연구단지에 오면서 연구한 결과 분석이 필요했고 지인을 통해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의 이현욱 박사와 연락이 닿았다. 이현욱 박사는 이제욱 박사의 요청을 기꺼이 수락했고 연구성과 데이터가 쌓여 갔다.

이제욱 박사는 "서로 공통의 대화 주제가 만들어지면서 이젠 월 1회 정도 만나 연구 이야기를 나눈다"면서 "다른 연구자도 언제든 만날 수 있어 연구 동향을 아는데 도움이 된다. 거리가 가까워 톡으로 이야기를 나누다가 식사, 차 미팅이 이어진다. 대화 주제는 당연히 연구이야기다. 연구자의 놀이터 같은 곳"이라고 대덕의 강점을 들었다.

물론 연구자로서 고민, 어려움도 항상 안고 있다. 대부분의 연구자가 갖고 있는 연구주제 문제다. 그는 "연구자는 본인이 하고 싶은 분야를 순수하게 오랫동안 연구하고 싶어하지만 국가 연구기관 소속의 연구자로서 기관, 사회의 요구도 중요하고 최근 융합연구가 강조되면서 다양한 연구 간의 접점을 찾는 노력도 필요하다. 그런 부분에서 연구자에게 오는 부담이 덜어지길 기대한다"고 조심스럽게 입장을 표명했다.

그는 이어 앞으로 계획에 대해 이전한 기술들이 양산화되고 매출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하고 싶다고 밝혔다. 이 박사는 "조사를 하다보니 많은 기술들이 기업으로 이전되지만 매출까지 이어지는 것은 20%도 안되더라"면서 "연구진이 개발한 기술이 양산화되고 기업에서 큰 매출이 일어나며 실질적인 기술이전이 되도록 기여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이제욱 책임연구원 연구팀. 이 박사는 연구성과가 기업에 이전되며 매출증대로 이어질 수 있는 실질적인 기술이전이 되도록 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사진 앞줄 왼쪽부터 이제욱 책임연구원, 권연주 연구원, 사진 뒷줄 왼쪽부터 김윤 연구원, 박정빈 연구원, 한영빈 연구원. <사진= 길애경 기자>
이제욱 책임연구원 연구팀. 이 박사는 연구성과가 기업에 이전되며 매출증대로 이어질 수 있는 실질적인 기술이전이 되도록 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사진 앞줄 왼쪽부터 이제욱 책임연구원, 권연주 연구원, 사진 뒷줄 왼쪽부터 김윤 연구원, 박정빈 연구원, 한영빈 연구원. <사진= 길애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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