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와 싸우는 벤처⑰]대덕벤처 시선바이오머티리얼스
미국 FDA 긴급사용승인, 국내서 유일하게 제품 2개 허가 받아
한달 400만개 생산···"수요 있지만 기술 부족해 못쓰는 기술 개발"

2012년 3월 창업한 시선바이오머티리얼스 인력은 35명 남짓이다. 국내에선 유일하게 두 개의 진단키트에 대해 미국 FDA 긴급사용승인을 얻었다. 실시간 RT-PCR(유전자증폭) 진단키트와 등온 증폭 방식의 신속진단키트다. 시선바이오는 병원에서 범용되는 진단장비(좌)에 즉각 사용할 수 있는 코로나 진단키트를 개발했다. 타 진단기업에 비해 인력이 소규모인만큼 잘할 수 있는 영역에 집중한다. 사진은 시선바이오 직원(위) 연구진(아래). <사진=김인한 기자>
2012년 3월 창업한 시선바이오머티리얼스 인력은 35명 남짓이다. 국내에선 유일하게 두 개의 진단키트에 대해 미국 FDA 긴급사용승인을 얻었다. 실시간 RT-PCR(유전자증폭) 진단키트와 등온 증폭 방식의 신속진단키트다. 시선바이오는 병원에서 범용되는 진단장비(좌)에 즉각 사용할 수 있는 코로나 진단키트를 개발했다. 타 진단기업에 비해 인력이 소규모인만큼 잘할 수 있는 영역에 집중한다. 사진은 시선바이오 직원(위) 연구진(아래). <사진=김인한 기자>
준비된 진단기업이 코로나 사태 속에서 기회를 낚아챘다. 시선바이오머티리얼스(대표 박희경) 얘기다. 대덕연구단지에 위치한 바이오벤처의 주 무대는 글로벌. 그중에서도 바이오 심장부인 미국이다. 시선바이오는 한 달 400만개 분량 코로나 진단키트를 생산한다. 국내기업 중 유일하게 미국 FDA로부터 제품 2개에 대해 긴급사용승인 허가를 받았다. 실시간 RT-PCR(유전자증폭) 방식의 진단키트, 등온 증폭을 활용한 15분 신속진단키트로 성과를 만들었다.

유전자를 증폭하는 실시간 RT-PCR 방식은 프라이머 결합부터 DNA 변성 과정에서 온도를 높였다 낮췄다를 반복한다. 보통 온도 대역이 50~95도를 오간다. 이에 비해 등온 증폭은 DNA 변성 과정이 필요없어 60~65도 사이에서 증폭이 가능하다. 이런 특성 때문에 코로나 감염 여부를 진단하는 시간이 대폭 줄어든다.  

직원 35명밖에 되지 않는 대덕 바이오벤처가 각본 없는 스토리를 만들어 내고 있다. 당초 시선바이오 진단키트는 식품의약품안전처의 긴급사용승인 허가를 받진 못했다. 국내 확진자 급증으로 인해 긴급사용승인 신청, 공고, 선정까지 과정이 급박하게 진행되면서다. 그러나 유럽인증(CE) 획득 후 국내 수출 허가를 차례대로 받고, 미 FDA로부터 긴급사용승인 허가를 받았다. 이 같은 성과는 기술 트렌드를 분석하고 공부하는 사내 분위기가 원동력이 됐다. 

"시선바이오는 병원에선 필요한데 기술이 부족해 쓰지 못하는 제품을 개발해요. 분자진단 기업은 기술이 있어야 하고, 시장을 보는 눈이 필요합니다. 저희 연구원들은 논문 발표, 기술 발표를 많이 해요. 현재 시장에서 요구하는 기술이 무엇인지 매 순간 파악하는 것이죠. 새로운 트렌드 분석 없이 생존할 수 없습니다. 코로나 양성은 15분, 음성은 30분 내 진단할 수 있는 진단키트 개발도 공항이나 응급상황에 필요한 시장을 봤기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박희경 시선바이오 대표는 코로나 진단키트를 즉각 개발할 수 있었던 배경으로 '시장이 요구하는 기술 분석'을 꼽았다. 박 대표는 "예를 들어 제품이 안정화되어 있어서 병원에서 잘 쓰고 있는 제품은 아무리 새롭게 만들어도 의미가 없다"면서 "기술이 부족해서 병원에서 못 쓰는 기술을 분석해 개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12년 3월 창업한 시선바이오는 그동안 기술 트렌드를 분석해 고유 플랫폼 기술을 구축해왔다. 유전적으로 돌연변이를 지녀 난청을 겪는 신생아를 검사하는 체외진단용 의료기기, 산전 태아 염색체 이상증후군을 분자진단 방식으로 실시간 검사할 수 있는 시약을 개발했다. 이러한 진단 기술개발 경험을 쌓아왔고, 구축한 시스템에 콘텐츠만 코로나로 바꿔 대응했다. 

◆시선바이오 강점···잘할 수 있는 영역에 사활, 플랫폼 기술 구축

박희경 대표는 "고유 플랫폼 기술이 있었기 때문에 콘텐츠만 코로나 진단키트로 바꿔 개발할 수 있었다"면서 "등온 증폭으로 코로나 감염 여부를 30분 내 진단할 수 있는 제품도 그동안 쌓아왔던 플랫폼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기업별로 플랫폼 기술을 포함해 허가 경험, 해외 영업 능력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고 했다. 

미국 FDA 긴급사용승인을 허가받은 기업은 시선바이오를 포함해 씨젠·SD바이오센서·오상헬스케어·랩지노믹스·원드롭·진매트릭스·바이오코아·솔젠트가 있다. 이중 시선바이오만이 2개 제품에 대해 FDA 긴급사용승인허가를 받았다. 시선바이오는 씨젠·SD바이오센서·솔젠트처럼 인력이 대규모로 꾸려져 있지 않다. 시간제 생산근로자를 포함해 40명 남짓이다. 

이렇다보니 시선바이오는 잘할 수 있는 영역에 집중한다. 코로나 진단키트의 경우도 장비는 이미 병원에 구축되어 있는 제품을 사용한다. 시장에서의 범용 장비를 쓰면서도 시선바이오만이 지닌 고유 기술을 집중 개발해 국제적으로 명성을 드높이고 있다.

시선바이오가 미국 FDA로부터 승인받은 진단키트(위), 전체 개발한 제품 개발군. <사진=시선바이오, 김인한 기자>
시선바이오가 미국 FDA로부터 승인받은 진단키트(위), 전체 개발한 제품 개발군. <사진=시선바이오, 김인한 기자>
◆"암 마커 발굴, 진단 기술 개발 투트랙" 

박 대표는 "앞으로는 시장에서 기술적인 역량이 부족해 제품화하지 못하는 기술을 개발하는 것과 시간과 노력이 오래 걸리는 암 마커를 발굴하는 투트랙으로 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질병에 영향을 미치는 유전자를 마커라고 부르는데, 암을 발생시키는 마커 발굴에도 지속적인 투자를 하겠다는 의미다. 

코로나 진단키트 생산은 한 달 400만개 분량을 넘어 800만개까지 늘린다는 계획이다. 유전자데이터 분석을 위한 인공지능(AI)을 도입해 분자진단 플랫폼 기술을 고도화하고 암 마커 발굴에 속도를 내겠다는 방침이다. 

마지막으로 박 대표는 "바이오는 축적된 학문을 많이 사용해야 한다"면서 "우리나라 바이오벤처가 미국이나 중국이 아니기 때문에 한 제품만 가지고 승부할 수 없다. 축적을 통해 후속 제품을 지속적으로 개발해 글로벌로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시선바이오머티리얼스는?

2012년 3월 창업한 대덕 바이오벤처다. 시선바이오머티리얼스(SEASUN BIOMATERIALS)는 생명체의 근원인 바다(SEA), 해(SUN)와 같은 창조적인 원천 기술을 기반으로 바이오 분야의 혁신을 이룩한다는 뜻을 담았다. 

유전적으로 돌연변이를 지녀 난청을 겪는 신생아를 검사하는 기술을 개발해 2015년 투자를 유치했다. 이후 산전 태아의 염색체 이상증후군을 분자진단 방식으로 실시간 검사할 수 있는 시약을 최초로 개발했다. 대장암, 폐암 관련 유전자 돌연변이 검사 시약도 개발했다. 최근에는 암 마커 발굴도 병행 중이다. 

시선바이오는 그동안 구축해 온 플랫폼 기술을 활용해 코로나 진단키트를 개발했다. 지난 2월 유럽인증(CE)을 시작으로 4월 초 식약처 수출허가, 미국 FDA 긴급사용승인 허가를 두 건 받았다. 국내에서도 정상 절차를 밟아 사용승인 허가를 받고 있다.

▲설립: 2012년 3월
▲인력: 35명
▲위치: 대전광역시 유성구 테크노1로 11-3
▲전화: 042-716-0301
저작권자 © 헬로디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