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와 싸우는 기업⑱]서경훈 이앤에스헬스케어 대표
'세계 최초' 혈액 기반 유방암 키트 개발 노하우로 코로나 대응
"빠르고 저렴하게 진단하는 고속대용량진단시스템 구축 목표"

서경훈 이엔에스헬스케어 대표가 자리하고 있다. <사진=이유진 기자>
서경훈 이엔에스헬스케어 대표가 자리하고 있다. <사진=이유진 기자>
"자신이 갖고 있는 기술력으로 현재 코로나19 사태에 조금이라도 기여할 수 있다면 마땅히 해야 하는 일입니다. 그것이 기업이 존재하는 이유입니다."
(서경훈 이앤에스헬스케어 대표)

K-바이오가 전 세계 의료시장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가운데 타 분야 바이오 기업까지 코로나 대응에 가세했다. 바로 대전 대덕특구에 위치한 유방암을 필두로 여성암 진단 전문 기업 '이앤에스헬스케어'다.

서경훈 이앤에스헬스케어 대표는 "이번 코로나바이러스는 상당히 새롭고 특이한 바이러스기 때문에 현장에서 백신 주사를 맞으려면 최소 2년은 있어야 한다"며 "세계적으로 문제가 심각한 만큼 기존 이앤에스헬스케어의 노하우를 적용해 급히 진단키트 개발에 나섰다"고 밝혔다.

당초 이앤에스헬스케어의 주 분야는 '유방암'이다. 이앤에스헬스케어가 개발한 유방암 진단키트 'DxMe® BC'는 면역항체진단법으로, 혈액을 기반으로 실시간 유방암 여부를 알 수 있다.

이앤에스헬스케어가 개발한 유방암 진단키트 'DxMe® BC'. 혈액을 기반으로 유방암 확진 여부를 알 수 있다. <사진=이유진 기자>
이앤에스헬스케어가 개발한 유방암 진단키트 'DxMe® BC'. 혈액을 기반으로 유방암 확진 여부를 알 수 있다. <사진=이유진 기자>
아직까지 혈액을 이용해 유방암을 진단하는 제품은 없다. 이앤에스헬스케어의 진단키트가 '세계 최초'인 셈이다.  

기존 WHO(세계보건기구)가 공인한 유방암 선별검사법은 유방을 방사선학적으로 검사하는 기술인 유방촬영술이다. 이는 특이도는 높지만 민감도는 낮다는 단점이 있다. 또한 유전자 기반 유방암 예후예측 검사는 한 번 검사 시 매우 높은 비용이 든다는 어려움이 있다.

서 대표는 "현재 병원에서 사용되는 유방암 관련 유전자 검사법은 검사자가 향후 유방암에 걸릴 확률이나 재발 가능성 등을 알려주는 목적"이라며 "그렇기 때문에 검사자는 현재 상황은 모를뿐더러 언제 유방암에 걸릴지 모를 공포감에 사로잡힌다"고 문제점을 제기했다.

이앤에스헬스케어가 개발한 진단키트 'DxMe® BC'는 이러한 한계를 동시에 극복했다. 진단키트 성능 평가 결과 민감도·특이도가 96% 이상으로 나왔으며, 혈액으로 실시간 유방암 확진 여부를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유방촬영술을 보완할 수 있는 활용성도 입증했다. 확진된 유방암 경우를 유방촬영술로 정상 또는 재검, 양성 종양으로 잘 못 판정했으나 이앤에스헬스케어의 진단키트는 유방암으로 정확하게 판정한 것으로 조사됐다. 타 유방암 진단키트 대비 높은 정확도와 나이·병기·세포증식률 등과 관계 없는 진단도 가능케 했다. 

현재 이러한 진단키트는 세계로 뻗어나가고 있다. 이미 말레이시아 임상시험을 마친 뒤 계약 준비 단계에 있으며 독일과는 계약 후 성능평가를 기다리고 있으며 미국 시장 진입도 준비하고 있다.  

서 대표는 "브라질 공장 GMP 인증은 이미 받고 제품 GMP 인증을 진행 중에 있다"며 "스웨덴의 유방암 치료제 개발 업체에서도 연구 협력 요청이 와 MOU 준비 단계에 있다"고 설명했다. 

◆ 유방암 기술로 코로나 대응···'고속대용량진단시스템' 구축 목표

서경훈 이앤에스헬스케어 대표가 기존 유방암 진단 노하우를 이용해 코로나 진단키트 개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이유진 기자>
서경훈 이앤에스헬스케어 대표가 기존 유방암 진단 노하우를 이용해 코로나 진단키트 개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이유진 기자>
"면역진단의 핵심은 진단하는 대상(바이오마커)이에요. 원리적으로 기본 기술은 우리의 유방암 진단키트와 똑 같은거죠. 다른 진단 대상에 대한 좋은 항체와 항원으로 다양한 진단키트로 개발이 가능해요."

서 대표는 코로나19 진단키트 개발에 있어 이처럼 말했다. 기존 노하우를 기반으로 코로나 바이러스 관련 바이오마커만 바꿔주면 된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 현재 서 대표는 타 기업과 협업해 코로나바이러스 항체·항원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서 대표는 "항체 개발엔 적어도 3~6주는 소요된다"며 "개발된 항체 모두가 진단키트에 잘 작동한다는 보장은 없어, 검증을 통해 가장 우수한 항체 발굴이 급선무"라고 단언했다.

현 코로나19 사태의 전 세계적 표준 진단법은 유전자 증폭을 통한 RT-PCR(실시간 유전자검출 검사법)이다. RT-PCR 진단법은 최소 6시간 이상 검사시간이 소요되며, 검체 채취 시 전문 인력과 검사비용 문제가 동반되고 있다.

이에 서 대표는 빠르고 저렴하며 별도 장비 없이 누구나 사용 가능한 대용량 검사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그는 "동남아의 한 국가는 PCR 검사에 필요한 장비와 인력이 부족해  PCR 검사 방역을 포기했다"며 "감염 의심자를 대상으로 하는 PCR 검사법에 대해 다른 방법도 추가하고 보완하는 방안을 고안해 향후 예상되는 2차 웨이브를 우리가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고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면역진단도 마찬가지"라고 언급했다. 그는 "현재의 면역진단은 감염된 후 항체가 있냐 없냐만을 확인하는 용도로, 감염자 대상을 전제로 사용 중이다"라며 "이러한 보편적인 면역진단을 넘어서 명확하게 코로나바이러스를 잡거나 감염 여부를 현장에서 바로 확인 가능한 키트가 나와 전 인류적인 수요를 대처해야 한다"고 쏟아냈다.

지금의 면역진단은 소량의 혈액으로 10여분 만에 IgM(immunoglobulin M, 면역글로불린M. 항체단백질의 하나로 감염 시 가장 먼저 만들어지는 항체), IgG (immunoglobulin G, 면역글로불린 G. 감염 시 가장 마지막까지 남아있는 항체) 확인이 모두 가능한 반면 비용은 기존 RT-PCR 진단법보다 저렴하다. 

그렇기에 서 대표는 자신의 주력이었던 면역진단 노하우를 이용해 타액과 혈액 등 임상 검체로 검사할 수 있을뿐더러 대용량으로 많은 사람을 동시에 빠르고 저렴하게 진단하는 '고속대용량진단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방침이다.

그는 "향후 지속적 기술개발과 편의성, 정확성, 속도를 제고해 로슈(Roche)와 같은 자동화·대용량 시스템을 움켜쥐고 있는 회사들과 경쟁할 수 있는 틈새를  만들어 내는 것이  기업의 의무"라며 "그러기 위해선 높은 차원의 고도화된 단계별 진단키트 개발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 "국내 진입장벽 개선, K-바이오 위상 높일 '자양분'"

이앤에스헬스케어의 유방암 진단키트는 국내 허가를 위한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다. 새로운 바이오마커로 혈액을 통한 암 진단 방식이 전례 없던 만큼, 식약처 측에서 품목허가 절차 진행에 있어 조심스러워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서 대표는 "우리나라 의료기기 분야는 신기술이나 신제품으로 세계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역량이 높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은 외국과 달리 모든 관련 시스템을 식약처가 책임지고 있기에 새롭고 독특한 제품이 허가받기 어려운 실정"이라며 "유럽이나 다른 나라처럼 시장의 건강한 관리와 판단에 신뢰있는 인정을 해 주고 만에 하나 문제가 생길 시 회사가 전적인 책임을 지는 시스템이 구축돼야 한다"고 피력했다.

이러한 현실 개선이 K-바이오의 위상을 한 층 더 높일 수 있는 지양분이 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그는 "K-바이오가 코로나를 계기로 두각을 보인 가운데, 국내 허가 진입 장벽 개선은 한국이 세계 시장을 치고 나갈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토로했다.

끝으로 그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있어 기술의 고도화와 차별화가 기업의 생존 전략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현존하는 바이오헬스케어 기업들은 사회적 수요에 맞는 적절한 제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고 체외진단의료기기 기업들은 빠르고 정확하며 편리하고 저렴한 진단키트 개발을, 치료제 기업은 우수한 기술을 기반으로 효능 좋은 치료제 개발 기술이 다양하게 나올 수 있도록 하는 등 상호연계적이며 동시다발적인 노력을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지속적으로 회사를 성장시킬 수 있는 기술 고도화가 절대적으로 필요하기 때문에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응하기 위해선 더 많은 R&D 투자와 타 분야 기술도 과감하게 접목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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