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서민아 KIST 박사 "예술, 연구 전달 큰 힘"
연구하며 그림 애정 놓지않아···'미술관에 간 물리학자' 출판

서민아 박사는 주말마다 붓을 드는 물리학자다. 그는 취미로 그림을 그리고 연구성과에 들어갈 이미지를 직접 작업하기도 한다. 올 초에는 예술작품 속 물리학을 글로 녹여낸 '미술관에 간 물리학자'라는 책을 냈다.<사진=서민아 박사 제공>
서민아 박사는 주말마다 붓을 드는 물리학자다. 그는 취미로 그림을 그리고 연구성과에 들어갈 이미지를 직접 작업하기도 한다. 올 초에는 예술작품 속 물리학을 글로 녹여낸 '미술관에 간 물리학자'라는 책을 냈다.<사진=서민아 박사 제공>
평일에는 과학자로, 주말에는 붓을 든 예술가로 변신하는 연구자가 있다. 서민아 KIST 박사다.
 
그는 초고속 광학과 나노과학을 연구하는 물리학자다. 빛을 활용해 단백질 구조 변화와 바이러스 관찰 등을 통해 신속한 질병 진단 플랫폼을 개발하고 있다.
 
광학은 그가 좋아하는 그림, 명화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광학은 오랫동안 예술가에게 영감을 줬다.

프랑스 대표 화가 조르주 쇠라는 색채학과 광학 이론을 연구해 점묘화법을 발전시켜 순수색 분할과 색채대비를 보여준 작품을 그렸다. 모네는 4계절 변화에 따른 지푸라기만 그렸다. 표면이 많은 다공성 구조인 지푸라기가 햇빛의 양에 따라 다르게 보이는 모습을 그림으로 담은 것이다. 많은 유명화가는 캔버스에 사물을 담기 위해 알게 모르게 빛의 산란 등 많은 실험을 해왔다.
 
그는 올 초 예술작품 속 물리학을 글로 녹여낸 '미술관에 간 물리학자'라는 책을 냈다. 그는 "예술가들이야말로 진정한 실험가이자 과학자"라고 말했다.
 
◆ "그림, 연구 아이디어 한 스푼 센스 더하죠"

서민아 박사가 직접 그린 논문 표지.<사진=서민아 박사 제공>
서민아 박사가 직접 그린 논문 표지.<사진=서민아 박사 제공>
그는 가능하면 연구성과 게재에 필요한 표지 이미지를 직접 그린다. 대학원 시절 교수 사이에서 '이미지 작업을 잘하는 학생'으로도 유명했다.

지금이야 전문적으로 과학표지를 그려주는 회사들이 많지만, 당시엔 연구자들이 직접 해야 했다. 연구에 대한 이해도 되면서 그림 실력까지 받쳐주다 보니 연구 이미지 전담은 물론 물리학회 포스터나 학회 로고 등 알게 모르게 그의 손길이 닿은 이미지가 많다.
 
그는 예고에 가고 싶은 꿈을 꿀 정도로 그리기에 관심이 많았다. 대학은 물리학과에 들어갔지만, 대학에서 교양과목으로 미술수업을 많이 들으면서 전과를 할까 고민할 정도로 미술을 사랑했다. 미술에 관심이 많았단 유년 시절의 서민아 박사. 그는 왜 과학을 택했을까.
 
"과학과 예술 사이에서 방황했죠. 아르바이트로 어린이 교재의 삽화나 채팅 사이트 아바타 옷을 그리면서 순수공모전 출품도 했지만 큰 성과가 없었어요. 하지만 물리학 논문 공모에서는 대상을 수상하게 됐습니다. '내가 잘할 수 있는 것은 연구'라는걸 깨달았죠."
 
과학도로 활동하면서도 그의 곁에는 늘 미술이 있었다. KIST에서 연구 생활을 하면서 학생도 가르치는 그는 UST 강의에서 일반물리강좌에 미술을 엮어 '과학과 미술'이라는 제목의 수업을 진행했다. 네덜란드에 연구차 방문했을 때 보고 공부한 그림들이 수업에 많은 도움이 됐다. 학생뿐 아니라 연구세미나에서 교수들에게도 반응이 꽤 괜찮다 소문났다.
 
그림도 꾸준히 그린다. 청첩장에 들어가는 그림을 직접 그려 지인들에게 전달했고, 아이들을 위한 그림 동화책도 만들었다. 동호회 단체전도 꾸준히 출품 중이다. 지난 2월에 '어드밴스드 옵티컬 머티리얼즈(Advanced Optical Materials)'에 게재한 표지논문 이미지도 직접 그렸다.
 

서민아 박사 작품들.<사진=서민아 박사 제공>
서민아 박사 작품들.<사진=서민아 박사 제공>
이런 인연으로 명화 속 물리학의 핵심 개념과 원리를 찾아 소개하는 책도 썼다. 출판 초반에 교보문고 베스트셀러로 선정돼 대중들에게 소개됐다. 물리의 대중화를 위해 펜을 든 걸까? 그는 "물리를 가깝게 느껴졌으면 하는 바람으로 책을 썼다"면서도 "사실 과학자들에게 예술과 문화, 교양서적이 바라는 마음이 더 크다"고 말했다. 예술이 연구에도 많은 도움이 된다는 생각 때문이다.
 
그는 "우리가 매일 마주하는 실험데이터는 그림이 아닌 지루한 숫자들"이라면서 "그림을 그리다 보니 머릿속에 숫자들을 형상화하는 습관이 많이 길러졌다. 연구결과를 많은 사람이 이해할 수 있도록 시각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타 분야 전문가들과 아이디어를 교류하기 위해 실험결과를 시각화할 수 있는 한 스푼의 센스를 더하는데 책이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책을 쓰며 그는 한가지 느낀 점이 있다. 우리가 흔히 아는 유명한 예술가들은 천재보다는 노력형이었다는 사실이다. 그는 "모네는 1년 내내 계절 변화에 따른 지푸라기를 정말 많이 그렸다. 어떤 예술가는 구름만 매일 그리며 캔버스 뒤에 일지를 쓰기도 했다. 이처럼 우리가 기억하는 예술가들은 타고 나서가 아니라 노력가였다. 타고나야만 그 분야의 최고가 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공감해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그림도 그리지만 그는 본업인 연구에 더욱 몰두할 계획이다. 그는 "최근 테라헤르츠 빛을 응용해 KIST 바이러스연구팀과 바이러스 측정이나 세포 관찰 연구를 하면서 좋은 결과를 냈다. 물리학자에게 바이오연구는 전혀 새로운 일이었지만 이번 기회를 통해 우리 일상생활에 도움 되는 의료기기 장비화 개발이라는데 책임감을 갖고 연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민아 박사는 "연구결과를 많은 사람이 이해할 수 있도록 시각화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타 분야 전문가들과 아이디어를 교류하기 위해 실험결과를 시각화할 수 있는 한 스푼의 센스를 더하는데 그림이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사진=서민아 박사 제공>
서민아 박사는 "연구결과를 많은 사람이 이해할 수 있도록 시각화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타 분야 전문가들과 아이디어를 교류하기 위해 실험결과를 시각화할 수 있는 한 스푼의 센스를 더하는데 그림이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사진=서민아 박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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