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과학기술연구원, 28일 천문연 은하수홀서 '제 4회 집현전 포럼' 개최
"과학자 스스로 리더 인식하고 국가 난제 해결하는 연구해야"

28일 천문연서 '제4회 집현전 포럼'이 개최됐다. 이번 포럼은 지난 2018년 집현전 600주년 포럼에 이어 4번째로 개최됐다. <사진 = 홍성택 기자>
28일 천문연서 '제4회 집현전 포럼'이 개최됐다. 이번 포럼은 지난 2018년 집현전 600주년 포럼에 이어 4번째로 개최됐다. <사진 = 홍성택 기자>
"시대는 다르지만 대덕구에 위치한 출연연구기관들은 과학기술 발전을 통해 세계 10위권의 경제 대국 도약을 일궈낸 싱크탱크라는 점에서 21세기 집현전이라 할 수 있습니다."

성창모 고려대 교수가 출연연, 협회, 연구회 등 유관기관 관계자들이 모인 자리에서 경제도약을 위한 대덕연구단지 내 출연연의 역할을 강조했다. 조선시대 경제 대국의 중심이 됐던 집현전처럼 대덕연구단지가 20세기 급격한 경제발전을 이룰 수 있는 주축이 됐고 21세기도 그 위상에서 걸맞게 중심으로 거듭나야 한다는 뜻이다. 

28일 한국천문연구원 은하수홀에서 열린 '제 4회 집현전 포럼'에서는 '집현전 600주년 프로젝트'라는 주제로 600년 전 세종과 집현전을 돌아보고 현재 출연연의 역할을 되짚어봄과 동시에 시스템 혁신 방안을 모색하고자 자리가 마련됐다. 

세종과학기술연구원이 주최한 이번 행사는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상황을 고려해 일부 관계자를 제외한 나머지 참여자들이 온라인으로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도록 유튜브로 생중계됐다. 

행사에는 성창모 교수의 '집현전 600주년의 교훈과 21세기 한국 과학기술의 도전과제'에 대한 강연에 이어 패널토론이 진행됐다.   

포럼에서는 21세기 집현전을 '대덕연구단지'로 표현해 각 출연연의 역할에 대해 토론하는 시간을 가졌다. <사진 = 홍성택 기자>
포럼에서는 21세기 집현전을 '대덕연구단지'로 표현해 각 출연연의 역할에 대해 토론하는 시간을 가졌다. <사진 = 홍성택 기자>
▲ 세종의 '집현전'···"현시대에도 인재 양성하는 '리더' 필요"

집현전은 고려 이래 조선 초기에 걸쳐 궁중에 설치돼 세종 즉위 이후 확대·개편된 조선 최고의 연구 기관이다. 학사들의 연구를 위해 많은 전적을 구입하거나 인쇄해 집현전에 보관하며 학문연구에 힘쓰는 한편 이를 통해 뛰어난 학자들을 배출하는 인재양성 기관으로써 조선경제를 이끌었던 대표적 기관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일본보다 2세기 앞서 조선에 맞는 역법을 완성하며 수준 높은 천문학에서의 대표적 성과를 내기도 했다. 불과 37년간 있었던 기관이지만 조선의 학문적 기초를 닦는 데 크게 공헌했으며 많은 학자적 관료를 배출해 세종시대뿐만 아니라 이후의 정치·문화의 발전을 가져올 수 있게 했다. 

성창모 교수가 집현전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집현전 운영 시스템을 현재 과학기술계에 적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 = 홍성택 기자>
성창모 교수가 집현전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집현전 운영 시스템을 현재 과학기술계에 적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 = 홍성택 기자>
성창모 교수는 이처럼 세종시대 때 집현전이 한국과학의 성공을 이끌 수 있었던 배경으로 '자율과 책임체제'를 뽑는다. 그는 "집현전 운영 시스템의 핵심은 신뢰에 기반한 자율과 책임체제의 구현이다"라면서 "지금까지 출연연 운영에도 이 같은 구축이 강조돼왔지만 실제로는 관료적 통제와 경직성이 여전히 작용한 것이 사실"이라고 꼬집었다. 

박현모 교수의 '세종이라면' 책자에 실린 전상운 교수에 따르면 당시 집현전에서는 각 분야 인재들의 조직적인 공동연구가 이뤄졌으며 당시 세종은 기술 자립을 위한 거시적인 노력에 힘썼다. 또한 세종은 인재를 뽑아 기르고 두뇌 집단을 움직일 수 있는 격려와 함께 집현전 학자들의 과학성과 실용성을 존중하는 한편 집현전 연구를 국책 과제로 삼아 과학기술에 대한 정책적 전개를 펼쳐왔다. 

반면, 현재 출연연의 경우 자율과 책임의 역할을 알지만 정부와 출연연 간 신뢰기반이 취약하기 때문에 제대로 된 연구와 협력 등의 체제구축이 이뤄질 수 없었다는 것이 성 교수의 말이다. 

성 교수는 "세종대왕, 윈스턴 처칠, 장영실, 엘런 튜링 등의 공통점은 나라를 구한 과학자들"이라면서 "과학기술인재를 활용하고 계속 유지·발굴하는, 나라가 위기에 빠졌을 때 나라를 구한 과학자 또는 이러한 과학기술자들을 키워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리더가 있어야 한다"면서 인력에 대한 국가 리더들의 인식을 강조했다. 
  
성 교수는 이어 "과학기술이 아무리 정점을 찍더라도 유지를 하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또, 우리나라 과학기술이 정점으로 가고 있는지 아니면 계속 떨어지고 있는지에 대한 깊은 고민과 성찰이 필요하다"면서 "국가를 위한 연구, 위기를 돌파하는 연구 등의 국가 난제를 출연연에서 하는 것이 중요하고 꼭 해야 할 일"이라고 덧붙였다.

▲ 출연연 역할은?···"과학자 스스로가 리더로 인식해야"

발표에 이어 패널토론이 이어졌다. 패널토론에서는 출연연의 역할을 되짚어 보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얘기했다. <사진 = 홍성택 기자>
발표에 이어 패널토론이 이어졌다. 패널토론에서는 출연연의 역할을 되짚어 보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얘기했다. <사진 = 홍성택 기자>
유장렬 생명연 박사가 좌장으로 나선 패널토론에서는 이재도 세종연 박사, 김상혁 천문연 박사, 이석봉 대덕넷 대표가 집현전 등 세종시대의 국가 난제 해결과 현대적 해석, 출연연의 역할에 대해 의견을 공유했다. 

김상혁 박사는 대덕연구단지가 21세기 집현전이라 불리는 것에 대해 "집현전의 과학기술정책은 오늘날 인재양성과 관련해 출연연의 역할과 맞닿아있다"면서 "집현전은 다양한 분야 연구자들이 하나의 주제를 가지고 공동연구를 추진했다. 오늘날 출연연들은 전공에만 특화가 돼 있다는 느낌이다. 무엇보다도 출연연 간 장벽을 낮춰 교류를 활성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집현전은 도서관 기능을 수행하는 한편 연구와 정책의 밀접한 연결고리였다"면서 "오늘날 이런 것들이 출연연에 도입돼 대통령, 전문가, 행정관료가 모여 세미나를 여는 등의 행사들이 출연연에서 이뤄져야 하며 우선적으로 오늘날 과학자와 정부 간 불신을 해결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재도 박사는 "세종은 고려 때부터 지속돼왔던 국가 난제들을 집현전 학자들과 성리학을 바탕으로 해결하기 위한 노력을 꾸준히 해왔다"면서 "성리학은 고려 후기에 들어왔지만 그 가치를 알아본 것은 세종시대였다. 이처럼 리더는 전체를 보는 안목과 난제를 직접 나서서 해결하려는 태도를 가져야 한다. 문제가 있다고 말만 하지 말고 해결방안을 직접 과학자들과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리더가 대통령만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연구소, 기관에서도 하나의 팀 또는 개인이 리더가 될 수 있다"라며 "과학자 스스로가 자신이 리더라는 생각으로 연구에 임해야 할 것"이라고 답했다. 

바람직한 리더십을 어떻게 하면 출연연에서 확보할 수 있을까에 대한 질문에 이석봉 대표는 "'리더가 잘해주면 우리도 잘할 텐데'라는 인식을 갖게 됐다. 다만 과학계에 관심을 갖는 리더가 나오지 않을 경우를 생각해야 한다"면서 "중인의식에서 벗어나 과학자 스스로가 리더가 되는 부분들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발언했다. 

김상혁 박사는 "출연연의 경우에는 리더십을 발휘하기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면서 "장기적으로 바라봤을 때 10년 이상의 연구기간정도라야 리더십이 나올텐데 출연연의 역임 기간은 정책상 3년에서 5년 정도이기 때문에 리더십을 발휘하기에는 짧은 시간이다. 이를 개선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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