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점검上]국내외 전문가, 가을철 2차 대유행 파괴력 경고
의료 현장서 밝힌 코로나 신속진단 필요성, 수요 4가지는?
"정부 글로벌 시각 필요···K-바이오 육성방안 고민해야"

코로나 바이러스 지역 감염이 또다시 불붙었다. 이태원발(發) 코로나 감염이 전국으로 재확산되고 있어 방역당국이 다시 초긴장 모드에 들어갔다. 그런 가운데 국내외 감염병 전문가들은 코로나 사태가 유행과 완화를 반복하다 가을철·겨울철 2차 대유행으로 번질 가능성을 경고하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상황에서 K방역으로 국격을 드높였던 한국에 2차 대유행은 진정한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대덕넷은 2차 대유행을 대비해 진단·의료 현장의 목소리를 취재했다. 긴급점검 보도 순서는 진단 체계, 의료 체계 재정비 순으로 상, 하편으로 보도한다.
<편집자의 편지>

국내외 감염병·바이러스 전문가들이 코로나 2차 대유행이 가져올 막강 파괴력을 경고하고 나섰다. 전문가들은 코로나 사태를 1918년 봄에 발생했던 스페인 독감에 비유하고 있다. 당시 전 세계적으로 약 5억명이 감염됐고, 이 중 5000만명이 사망했다. 스페인 독감은 봄에 유행하다 여름 들어 잠잠해진 뒤 그해 가을에 2차 대유행하면서 5배 강한 파괴력을 가지고 돌아왔다.

로버트 레드필드(Robert R. Redfield) 질병통제예방센터(CDC) 국장은 워싱턴포스트 인터뷰에서 "코로나 유행과 독감 유행은 같은 시기에 올 것"이라며 "겨울철 유행 가능성이 있는 코로나는 우리가 지금 겪는 위기보다 훨씬 더 어려움을 겪게 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도 "코로나가 유행과 완화를 반복하다가 겨울철이 되면 바이러스가 생기기 좋은 환경에서 대유행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했다. 

국내외 전문가들은 감염병 역사로 볼 때 백신·치료제 개발이 안 되면 2차 대유행은 피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이에 최악의 시나리오를 가정해 2차 대유행을 대비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내 확진자가 11일 기준 1만909명인데, 2차 대유행이 왔을 때 5배까지도 아니고 2~3배 강한 파괴력을 지니면 의료시스템은 감당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손지웅 건양대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과장은 "2차 대유행이 오면 현재 의료진 여력으로는 감당하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의료 시스템 붕괴를 막기 위한 첫 번째 조건은 뭘까. 먼저 감염된 환자와 무감염자를 선별하고 중증도에 따라 환자를 입원시키는 일이다. 피아 구분만 신속 정확하게 이뤄져도 한정된 의료 시설에서 위중한 환자를 먼저 치료할 수 있게 된다. 이렇게 되면 의료 체계, 의료진 과부하도 줄어든다. 진단 능력이 무엇보다 중요한 이유다. 전 세계적 표준 진단법은 유전자증폭을 통한 실시간 RT-PCR 방법인데, 의료계 현장에선 이를 보완할 진단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에 따라 항체·항원 기반 신속진단키트와 단일 PCR 장비 기반 신속 진단법으로 시선이 쏠리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달 24일 코로나를 유전자 검사법과 함께 면역 검사법으로 검사해 코로나 진단에 도움을 주거나 보조적으로 사용하도록 '체외진단의료기기의 허가·심사'를 위한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식약처 등 허가당국이 코로나 장기화를 대비해 항체 기반 신속진단키트, 단일 PCR 장비를 활용할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을 변경한 것이다.

◆ 코로나 신속진단 수요, 4가지?

의료계 현장에선 2차 대유행을 대비해 진단 방식을 고도화 나갈 필요성을 제기했다. PCR 방식이 민감도·특이도가 매우 높지만, 이를 보완할 진단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특히 항체 기반 신속진단키트 수요에 대해선 ▲코로나 바이러스 특성 고려(무증상 감염자 많고, 객담 추출 어려운 특성) ▲선별진료소 환자 진단 시에도 PCR 전문인력 필요 ▲PCR 위양성 결과에 따른 진단법 보완 필요 ▲2차 대유행 시 환자 자가 진단으로 활용 등이 나왔다.  

김연숙 충남대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PCR이 골드 스탠더드(gold standard·최고의 기준)로 알려져 있으나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어가고 PCR 연구실에서 숙련된 사람만이 검사 시행이 가능하다"면서 "선별진료소에서 모두 다 PCR을 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김 교수는 "현장에선 코로나 감염 여부 결과를 즉시 판독할 수 있는 상황이 되어야 한다"면서 "항체 기반 신속진단키트는 비용이 저렴하고 시행이 간편해 PCR 장비를 갖추지 않은 병원에서 쓸 수 있다. 결과도 빨리 나오고 시행하기도 간편해서 추후 환자들이 자가 진단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김 교수는 "코로나 감염 극초기에는 양성률이 떨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정은경 본부장도 신속진단키트의 필요성에 대해 "항체 기반 신속진단검사법은 감염 초기 항체가 형성되지 않기에 초기 진단에는 적절하지 않은 제한점을 가진다"면서 "코로나 항체와 면역에 대한 연구가 보완이 되어야 정확하게 해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몸속에 코로나 바이러스와 같은 항원이 들어오면 이에 맞서는 항체가 생기는데, 보통 전문가들은 항체 생성에 5~10일 걸린다고 분석한다. 이런 특성 때문에 항체 진단키트는 긴급사용승인 제도가 아닌 식품의약품안전처 정상 허가 절차에 따라 진행되고 있다. 다만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항체 신속진단키트를 허가했고, WHO(세계보건기구)와 중국 등에서도 유전자증폭 방법의 보완재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항체 진단법을 권고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또 다른 대학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PCR로 진단해서 양성으로 입원했는데, 전혀 증상이 없어 병원에서 다시 PCR 검사를 반복해보면 음성이 나오는 경우도 있었다"면서 "이런 경우에는 PCR 검사가 위양성이 있었던 것이 아닐까 의심되는데, 다른 진단법으로 보완할 필요가 있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무증상 감염자가 발생하고 있기 때문에 이럴 때 항체 진단키트가 도움이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가을·겨울철 코로나 2차 대유행이 인플루엔자 독감과 동시에 올 경우를 대비해 신속진단키트를 환자의 자가진단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있다. 감염 여부를 판단해 피아 구분부터 하자는 의미다. 항체 신약 개발업체 박영우 와이바이오로직스 대표는 "코로나 유행과 독감 유행이 동시에 올 경우를 대비해 항체 기반 신속진단키트를 활용할 필요가 있다"면서 "환자 자가 진단으로 코로나인지, 독감인지, 무감염인지를 빠르게 구분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방역당국은 의료 현장에 신속진단키트를 도입하는 것과는 별도로 대구·경북 지역을 시작으로 전국으로 항체 검사를 확산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항체 검사가 필요한 이유는 모든 사람을 대상으로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면 사회·경제적 타격이 크기 때문이다. 항체를 가진 사람을 선별하면 이들을 중심으로 일상생활 복귀가 가능해진다. 

◆ 정부, 글로벌 시각 가지고 바이오산업 육성 방안 고민해야

최근 이런 신속진단키트의 필요성이 제기되면서 '코로나19 치료제·백신 개발 범정부 지원단'에서도 이같은 논의가 이어졌다고 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도 지난달 중순 에스디바이오센서, 니코바이오메드, 피씨엘, 휴마시스, 젠바디, 플렉선스, 타스컴, 수젠텍 등 8개 항체 진단기업과 간담회를 열고, 상용화에 필요한 요구 사항을 청취한 바 있다. 

국내에선 항체 진단키트 보단 신속 PCR 검사법 도입을 검토 중인 상황이다. 이 장비를 쓰면 외산 장비들을 활용해 기존 6시간 걸리는 검사 시간을 1~2시간으로 대폭 줄일 수 있다. 유전자 추출과 증폭, 진단까지 단일 장비로 진행할 수 있는 효율적인 기술이다.

다만 이러한 제품들이 수년 전부터 출시됐지만, 허가 당국이 외산 장비를 고수하면서 코로나 진단을 위한 긴급사용승인 허가는 내주지 않았다. 허가당국이 신속 진단 필요성이 대두되자 그동안 외면하던 신속 PCR 단일 장비에 눈을 돌린 것이다. 단일장비 PCR 생산 기업, 항체 기반 신속진단키트 개발 기업이 당국에 신속, 투명한 허가를 요구하고 있는 이유다.

국내외 오피니언 리더들은 한국이 코로나 위기를 바이오 헬스케어 산업 육성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이를 실현하려면 기존 체계를 허물고, 기업이 해외에 본격 진출할 수 있도록 조력자의 역할로 탈바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나온다. 진단업계 관계자는 "정부도 글로벌 시각을 가지고 바이오산업을 육성할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 부본부장은 "특별히 진단 체계 그리고 의료기기 분야야말로 우리가 K-방역의 우수성을 두드러지게 펼칠 수 있는 분야"라면서 "(관련 기업들이)두드러진 활약을 펼칠 수 있도록 지원하고 발빠르게 진행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권 부본부장은 "(2차 대유행이 와도) 조기에 환자를 발견하고 격리하고 접촉자를 추적하는 전통적이고도 신속한 방역 대책을 펼쳐야 한다"면서 "시간이 촉박하더라도 다음 번에 많은 환자가 발생했을 경우 조금 더 빠르고 간편하게 진단할 수 있는 체계를 개발할 수 있도록 관련 전문가들과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국내외 감염병 전문가들은 가을철과 겨울철 코로나 2차 대유행이 올 수 있다며 경고하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상황에서 K방역으로 국격을 드높였던 한국에 2차 대유행은 진정한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사진=이미지투데이>
국내외 감염병 전문가들은 가을철과 겨울철 코로나 2차 대유행이 올 수 있다며 경고하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상황에서 K방역으로 국격을 드높였던 한국에 2차 대유행은 진정한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사진=이미지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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