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그레이드 반응 직격인터뷰]이경수-하재주 박사가 본 한국 과학계

(왼쪽부터)더불어시민당 비례대표 18번 이경수 박사, 미래한국당 비례대표 24번 하재주 박사. <사진=중앙선거관리위원회>
(왼쪽부터)더불어시민당 비례대표 18번 이경수 박사, 미래한국당 비례대표 24번 하재주 박사. <사진=중앙선거관리위원회>
"과학계는 40년간 수없이 고침을 당했다. 고친 결과가 다 나빴다. 모두 다 과학계를 고치자고 하는데 결국 망가뜨려놨다. 수술한 사람이 어디 아픈줄 잘 모르니까 속이 쓰린데 배를 째버린다. 다시 아이들이 과학자를 꿈꾸는 나라를 만드는 선한 목적을 이루기 위해 과학자인 내가 직접 국회로 가려한다."
(더불어시민당 비례대표 18번 이경수 박사)

"업그레이드 기획보도는 구구절절 우리 과학자 모두가 겪는 일이다. 과기부의 간섭 수준이 장악 수준이다. 과학자는 과기부의 협동조합 농장에서처럼 길들여지고 있다. 국회에 가서 과학기술 선진화법 만들어 과기부의 통제와 간섭을 법으로 막겠다."
(미래한국당 비례대표 24번 하재주 박사)

정치에 뛰어든 과학기술자들이 입을 열었다. 거침없는 발언에 울분까지 배어 있다. 본보의 업그레이드 사이언스코리아 특집 보도에 대한 반응이다. 이들의 소신발언은 단도직입으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 과학기술계의 고질적 병폐를 겨냥했다. 

40년간 과학기술자의 삶을 이어오던 이경수 박사와 하재주 박사. 한국 과학기술계의 현실을 참지못해 정치계에 제2의 인생 출사표를 던졌다. 두 과학자는 공통점이 많다. 정부출연연구기관장을 역임하고 국제기구에서 리더 역할을 수행한 경험이 있다. 이경수 박사는 핵융합 분야에서, 하재주 박사는 원자력 분야에서 무에서 유를 창조한 뚝심있는 연구자로 정평이 나 있다. 

이 박사는 불가능하다던 인공태양 KSTAR와 ITER(국제핵융합실험로)를 현실화시킨 장본인으로 국가핵융합연구소장에 이어 ITER 국제기구 부총장까지 역임한 과학자다. 하 박사는 연구용 원자로 하나로 개발 책임자로 요르단 연구용 원자로 수출과 하나로 냉중성자 연구시설 구축을 주도한 과학자다. OECD NEA(원자력기구) 원자력개발국장을 거쳐 한국원자력연구원장을 지내다가 정부 사퇴 압박으로 지난 2018년 1년 4개월여의 임기를 남기고 중도 사퇴했다. 

◆ 이경수 "청년 과학기술인 육성진흥법으로 과학 생태계 바로 잡을것"

더불어시민당 비례대표로 추천된 이경수 박사는 "관료들, 정치가들 모두 다 과학계를 고치자고 하는데 수술을 잘못하고 가버린다. 과학자들만 죽어나간다. 그래서 우리가 바꿔나가야 한다"며 "많은 사람들이 흙탕물에 왜 발을 담그려느냐 걱정하지만 과학세대 젊은이들에게 이대로는 물려줄 수 없어 절실하게 정치에 나서기로 결심한 것"이라고 출마의 변을 밝혔다. 

그는 "40년동안 고침을 당해왔는데 고치는 결과가 다 나빴다. 모든 일이 마지막에 엉망이 된다"며 "코는 뾰족하게 했는데 안 어울리는 성형수술처럼 과학계는 노상 고침을 당하고 망가지고 있다"고 직설적으로 표현했다. 

이 박사는 "정말 명확한 목적 없이는 과학계를 고치자 하는데 절대 결사반대"라며 선한 목적론을 내세웠다. 그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선한 목적은 아이들이 과학자를 꿈꾸는 나라를 만드는 것과 세계 3대 과학기술 강국으로 가는 길에 필수적인 과학기술 기반을 만드는 것이다.  

이 박사는 이 두 선한 목적을 이루기 위해 결국엔 사람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과학기술은 결국 우수인재들이 흘러들어와야 하는데, 우선 당장 30~40대 젊은 과학기술계 종사자들이 뭔가를 해볼 수 있도록 체계를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박사는 30~40대 젊은 과학자들을 롤모델로 청년 석박사 인재들이 과학계로 유입되고, 이공계 진출 학생들이 과학이 좋아서 과학자가 되는 생태계를 만들기 위해 청년 과학기술인 육성진흥법 제정을 국회 입성의 초기 목표로 세웠다. 

이 박사는 "과학자들이 순해서 당하고 있으면서 불평만 갖고 아무도 나서지 않는데, 누구라도 나서야 한다"며 "행함이 없는 사람들 때문에 다 망한 것인데, 그럼에도 희망이 없는 상황에서 끝까지 걸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ITER에서 가장 많이 배운 것이 시간이 걸리더라도 목적에 동의해가며 의견을 취합해 나가는 것과 시작하면 끝까지 결과를 내는 것이었다"라며 선한 목적을 이루기 위해 반드시 투표에 참여해 주길 당부했다. 

◆ 하재주 "연구자율법 제정으로 과학계 자율성 회복"

미래한국당 비례대표로 추천된 하재주 박사는 "정부의 간섭과 통제가 거의 과학계를 장악한 수준"이라며 "바로 이같은 과학기술계의 문제점을 국민에 알려야겠다고 판단해 정치세계에 뛰어들게 됐다"고 밝혔다. 

하 박사는 "과기부가 비전문성으로 과학자를 지배하는 사례를 수없이 경험했다"며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고 다반사로 겪는 일이다"고 자신의 경험을 예로 들었다. 

"연구자 시절 과기부 사무관에게 설명하면 사무관이 과장에게 설명하면 되는데 모두 다 따로 설명해야 했다. 절대로 그들끼리 공유하지 않는다. 원장 시절에도 신규과제 5억 때문에 혁신본부장까지 찾아갔는데 1시간 기다렸다가 단 5분 설명하고 나왔다. 과학자만 골병든다."

하 박사는 과기부는 형식이 실용을 지배하는 비효율의 극치라고 꼬집었다. 읽지 않는, 쓸데없는 문건을 만드는 특기를 가졌다고 비꼬았다. 하 박사가 꼽는 대표적 사례가 모든 정부출연연구기관의 R&R(Role&Responsibility) 도입이다. R&R을 만들어 연구소가 제조회사 분위기로 전락됐다는 지적이다. 하 박사는 "과기부가 R&R을 내세워 무엇이라도 했다고 하고 싶어 추진한 것 같은데 번지수가 완전히 틀렸다"고 지적했다. 

하 박사는 "과학기술 기관장들이나 과학자들이 정부가 시키는대로 하는데 길들여져 있다"며 "과학기술계를 협동조합 농장처럼 만든다. 문재인 정부는 자율이 아닌 간섭과 통제가 심해져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자율을 강조했다. 자신이 출마하게 된 가장 큰 목적은 연구소의 자율성 확보. 하 박사는 연구 자율을 법으로 보장해야겠다고 판단해 국회 입성을 나서게 됐다고 말했다. 

하 박사는 "과학기술은 창의성과 열정이 중요하다. 결국 이는 동기부여와 자율로부터 나오는 것"이라며 "연구기관장 임기를 법으로 보장하는 과학기술 선진화법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그는 "유럽이나 미국연구소 기관장은 10~20년씩 지속경영을 하는데 우리는 기관장이 덜덜 떨면서 3년을 보내는 후진적 시스템을 갖고 있다"며 "기관장 임기를 법으로 보장하겠다"고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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