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김종열 한국한의학연구원장

김종열 한국한의학연구원장. <사진=한국한의학연구원 제공>
김종열 한국한의학연구원장. <사진=한국한의학연구원 제공>
대덕넷의 기사와 칼럼은 늘 싱싱하게 살아있다. 오늘 실린 글 '과기부의 패러독스'도 그렇다. 매우 중요한 시점에 정확한 문제 제기를 하고 있다. 연구 투자를 하는 과기부에 설명을 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그 설명하고 이해하는 과정이 과학자와 공무원 모두에게 비효율적이라는 것은 과학계 모두가 공감하는 문제다.

하지만 '비전문가가 전문가 지배'라는 관점에는 이의가 있다. 과기부에 필요한 전문성이 무엇인가? 만일 바이러스 질환 대응 기술과 같은 과학기술 세부에 대한 전문성을 요구한다면, 과연 얼마만큼의 전문 인력을 충원해야 모든 질병, 모든 과학적 문제에 전문성을 확보할 수 있을까? 

과기부는 직접 연구하는 부처가 아니라, 과학기술정책을 세우고 연구투자와 인력양성을 기획 추진하여 연구성과가 잘 확산되도록 일을 하는 곳이다. 이러한 업무를 해내기에 과기부는 이미 전문성을 갖추고 있다. 과기부 공무원 중엔 공대, 자연대 출신이 많다. 복지부에서 의대 출신 비율보다 훨씬 높다. 그 중엔 박사학위를 받고 어공이 아닌 늘공으로 오랫동안 일하고 계신 분도 있다. 

과기부는 공무원 평균 이상의 과학적 지식과 과학자 평균 이상의 국가 운영 식견을 갖추고 있다. 이 정도면 전문성은 충분하다. 다만 이는 거시적 정책을 결정하는데 가장 특화된 전문성이라는 점이 중요하다. 연구의 세부적인 사안보다는 어떤 과학기술 분야에 어떤 방식으로 어떠한 자원을 투입할지 큰 방향을 정하는, 훨씬 중요한 상위레벨의 정책결정에 전문성이 강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큰 정책 결정이 선제적이고 지속적으로 정교하게 이루어지고 있는가 하고 묻는다면, 공무원과 과학자 모두 포함해서 우리가 과연 자신이 있을까? 과기부는 현재 투자가 미미한 기술 분야라도 미래사회 변화요인을 고려할 때 늘릴 필요가 있는지, 늘린다면 언제까지 어느 비율로 높여야 할지를 능동적으로 결정해야 하지 않을까? 과학자들도 훨씬 진화된 방식으로 정보를 제공하여 과기부의 이러한 결정을 도와야 하지 않을까?

과기부는 일선 과학자와 다른 성격의 전문가 조직이다. 비전문가가 전문가를 지배하는 것이 아니라, 과기정책의 전문가와 과학기술의 전문가가 협업하는 것이다. 따라서 어느 분야에 어떤 자원을 얼마나 투입할지 정책적 결정은 과기부가 하고, 그 분야에서 어떠한 과제를 어떻게 연구해나갈 것인가 하는 과학적 결정은 과학자가 하면 된다. 그럴 수 있도록 정책적 결정과 과학적 결정의 경계선과 공동작업구역을 잘 설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이러한 협업이 잘 이루어지기 위해 대덕넷이 제안한 '순환 보직 시스템에서 전문가 양성 시스템으로 인사 원칙 전환'에 전적으로 찬성한다. 과학기술의 경우 정책적 결정을 잘 하기 위해서도 상당기간 연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또 연구 현장에서 10년 이상 연구한 연구 경력자가 과기부에서 오래 일할 수 있게 하는 시스템도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과기부 존재에 대한 탄식은 가슴 아프다. 만일 과기부가 없어지면 누가 연구투자를 기획해서 확장하는 노력을 하겠는가? 순망치한의 추위가 바로 과학계에 닥칠 것이다. 인적 자원의 우수성으로 선진국이 된 우리나라에서 과기부는 국가 발전의 원동력을 만들어내는 부처다. 대덕넷의 기사가 과기부와 과학자의 관계를 혁신하여 발전시키는 좋은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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