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덕단상] 과기부 코로나 대응은 과학자 '입단속'?

국가적 위기에도 부처 성과 챙기기 급급한 모양새
주체적 지식인 과학자, 수동적 자세 바뀌어야
과학계 코로나19 적극 소통, 국민 불안감 덜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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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애경 기자 - 2020.03.13

사스, 메르스와는 또 다른 신종 바이러스 출현에 전세계가 술렁인다. 지구촌 국가 중 120여개국에 코로나바이러스-19(코로나19) 감염증이 확산되며 각국의 과학자들도 연일 통계, 연구, 과학적 지식을 발신하며 분주하다. 해결책을 위해 공동 대응 등 다각적인 노력을 모으고 있다.

그런 가운데 한국 과학기술계는 숨죽이고 있다. 세월호 시기 잠잠했던 상황과 다르지 않다. 과학계는 세월호 사고 당시 상황에 일조할만한 수중에서 사용할 수 있는 장비와 인력들이 있었다. 하지만 혼란을 줄 수 있다는 자기 검열에 요청한 사항에 대해서만 대응하는 수동적 자세를 보였다.

세월호 시기 본지는 긴급 설문을 통해 과학자들의 목소리를 들어보았다. 평소와 다르게 빠른 시간안에 많은 과학자들이 참여하며 다양한 목소리를 냈다. 해볼 수 있는 과학기술, 해야 할 과학기술 등 다양한 의견을 냈다. 각자 위치에서 최대한 기여할 수 있는 과학적 지식과 경험을 쏟아냈다. 

정권이 바뀌었고 시간이 흘렀지만 같은 상황이 판박이처럼 재현되고 있다. 과학계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최근 기초과학연구원(IBS)에서 코로나19 유증상자의 불편을 덜어줄 새로운 성과를 내놨다. IBS 인지 및 사회성 연구단은 자가격리자들의 일상 회복을 돕기 위해 코로나19에 감염되지 않았다는 것을 알수 있는 음성진단 프로토콜을 개발했다. 지난 11일 관련 학술지 온라인판에 게재되며 연구성과도 주목받았다.

IBS는 성과를 보도자료로 배포하겠다는 알림까지 냈지만 당일 배포를 취소했다. 이유는 상위 부처인 과기부에서 방역에 혼란을 줄 수 있다는 이유로 보류를 요구했기 때문이다. 연구성과는 성과 자체로 의미가 있다. 국민의 실생활과 밀접해 당장 시장에 진입할 수 있다면 더할나위없이 좋겠지만, 성과 자체는 과학계가 사회에 기여하며 산업의료현장·국민과 소통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

그런데도 과기부처는 어딘가의 눈치를 보느라 출연연에 목소리조차 내지 못하게 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언론사에 보낸 해명보도자료를 통해 오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보류해달라는 의견을 전달했다며, 현장 적용 가능성을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 번은 실수라고 할 수 있겠지만 반복되면 문제가 된다. 비단 IBS 만의 문제는 아니다.

코로나19의 핵심 연구기관인 한국생명공학연구원과 한국화학연구원 등도 입에 재갈 물리기 현상은 마찬가지다. 연구과정에서 일부 성과를 내놓자 왜 과기부와 협의없이 홍보를 했고, 연구성과가 아직 입증되지도 않았다는 명분으로 극도로 예민한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과기부의 연구현장 옥죄기는 곳곳에서 드러난다. 복수의 정부출연연구기관 관계자에 따르면 언젠가부터 출연연은 연구성과 보도자료 배포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과기부의 사전 검열이 필수가 됐다.

박근혜 정권의 과기부처는 모든 출연연 보도자료에 부처명이 포함되도록 했다. 실제 기자단에 뿌려진 출연연 보도자료는 모두 과기부처명으로 시작하는 웃지 못할 일도 발생했다.

문재인 정권의 과기부처도 다르지 않다. 출연연에 자료배포 전 사전 보고를 요구했다. 그러면서 대형 연구개발 성과는 과기부처명으로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이전보다 한 발 더 나아가 출연연 명을 완전히 빼버리는 상황도 발생했다. 마치 출연연과 과기부처간 성과 경쟁을 벌이기라도 하듯이 말이다. 부처나 상위기관에 보고하지 않고 언론에 소식을 낸 출연연에는 여지없이 질책이 쏟아졌다. 출연연 입장에서는 움츠러들수 밖에 없다. 구성원들은 어쩔수 없다는 듯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상황이다. 

코로나19처럼 이슈 발생시에도 과기부는 성과 챙기기에 바쁜 모양새다. 연구자들을 오라가라 하고 자료를 요청한다. 그것도 짧은 시간안에. 과학자는 하던 연구를 중단하고 자료 준비에 매달린다. 결과는 부처 관료 이름으로 올라간다. 출연연에서 성과를 내면 과기부 성과로 포장하기에 급급하다. 브리핑도 직접 하겠다고 나선다. 연구자 중심의 연구환경을 마련하겠다는 정책은 헛구호로 공허할 뿐이다.

국민들은 현명하다. 현 정권이 일방적인 탈원전 정책을 밀어붙이는 상황에서 정보를 제대로 접한 국민들이 원전의 필요성에 손을 들어줬다. 국민들은 과기부의 성과 자랑이 아니라 과학자의 목소리로 정확한 정보를 듣고 싶어한다. 분야 전문가가 말하는 우리나라의 과학기술 성과 소식을 애타게 기다린다. 정치권 출신의 장관에서 과학계를 아는 장관이 수장으로 부임했지만 달라진 것은 없다. 수장 한사람의 역할로 달라지기는 무리가 있을 것이다. 

출연연의 한 관계자는 과기부처에 갈때 아예 명함을 갖고 가지 않는다고 했다. 2년마다 바뀌는 사무관이 전화로 말도 안되는 온갖 요구를 했던 기억이 트라우마로 남았기 때문이다.

과기부처의 역할은 무엇일까. 정부조직법에 의하면 과학기술정책의 수립·총괄·조정·평가, 과학기술의 연구개발·협력·진흥, 인력양성, 원자력 연구·개발·생산·이용 등의 단어가 들어온다. 조정과 평가, 협력과 진흥이지 관리하고 지시하라는 게 아니다. 초대 과학기술처 장관이었던 故최형섭 장관이 과학자들을 어떤 마음으로 대했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겠다. 최형섭 장관은 재임 시기 KIST 장관으로 불리기도 했다. 연구자들이 장관실을 자유롭게 드나들수 있도록 늘 오픈해 놓았기 때문이다. 또 자율성을 주면서 책임은 분명히 하며 연구자들이 신나게 연구할 수 있도록 했다.<관련 기사 보기>

시대가 변하고 환경도 많이 달라졌기에 맹목적인 과학자 우대는 있을 수 없다. 하지만 사회와 소통하겠다며 나서는 과학자들의 입을 막는 일은 없어야 한다. 부처와 관료의 성과 챙기기에 급급해 과학계 현장을 수단으로 이용하며 대한민국의 미래를 망쳐서는 안된다. 그런 어리석은 부처라면 차라리 없는게 낫지 않을까.

세계보건기구(WHO)에서 코로나19 관련해 세계적 대유행(팬데믹, pandemic)을 발표했다. 미국, 유럽 등에서 코로나19 확진환자와 사망자가 빠르게 증가하면서 여러 국가에서 한국의 방역체계를 주목하고 있다. 은폐와 통제, 폐쇄로 바이러스 확산을 키운 중국과 달리 한국은 투명하게 개방하며 코로나19 피해를 줄일 수 있었다는 평가에서다.

국내외 전문가들은 코로나19 확산이 장기전 양상을 보이고 있어 지금과는 다른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지금까지는 확산 방지에 주력했다면 이젠 미래 대비를 위한 치료제, 백신 개발 등 과학계의 역할이 어느때보다 절실한 시점인 셈이다.

최기영 과기부 장관은 최근 미국 백악관 과기정책실장과 유선회의를 했다. 코로나19 정보 공유와 백신개발에 협력하는 등 약속이 이뤄졌다. 제1차관, 제2차관도 코로나19 연구개발 기관을 방문하고 어려움을 겪는 기업 현장을 찾으며 격려하고 있다. 과기부는 연일 이들의 행보 자료를 배포하고 있다. 부처 소식으로 전할 수 있겠다.

하지만 국민들이 원하는 과학계 소식은 무엇일까. 장관과 차관의 격려 방문 소식일까. 현재 가장 시급한 것은 코로나19 관련 정확한 정보와 사태 극복과 대응을 위해 과학계가 함께 동참하고 있다는 다양한 활동이다. 막연한 불안감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길 중의 하나는 우리나라 과학계가 추진하고 있는 연구개발 현장 소식의 발신이다. 과기부는 연구자의 입에 재갈을 물리는 대신 그들이 전문가적 소식을 전하면서 가짜 뉴스로 넘쳐나는 혼탁한 SNS를 정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어떨까.

과학자도 고민해야 한다. 각 분야 전문가이면서 지식인 집단으로 분류되는 과학자들이 사회적 이슈와 문제에 보다 공감하고 관심을 가져야 하지 않을까. 세월호 사고 시기처럼 뼈아픈 후회를 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말이다. 과학자는 주체적 지식인이지 상부의 지시가 있어야 움직이는 수동적 존재는 아니지 않은가?

미국에서 박사 학위를 받고 국내에서 창업한 한 기업인은 연일 SNS를 통해 코로나19 정보를 전한다.

그는 "누군가는 일반인이 궁금해 하는 것을 설명해야 한다. 과학자가 목소리를 내지 못하면 문제는 스토리를 만들어서 내는 사람이 생긴다. 잘못된 방향으로 갈수 있다. 과학자의 소통이 필요한 이유"라면서 "전공한 전문가는 목소리를 내야 한다. 서로 의견이 다른 것은 있을 수 있다. 이질적일때 과학은 발전한다"며 과학자들의 소통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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