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본부장 "예측 어려워···모니터링 필요해"
실제 기온·습도↑ '싱가포르' 확진자 190여명
美 전문가 "특정 기후서 더 빠르게 확산해"

코로나19가 봄이 되면 수그러질 것이란 전망은 아직 '시기상조'라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코로나19가 봄이 되면 수그러질 것이란 전망은 아직 '시기상조'라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바이러스는 높은 온도 습도에 취약하다. 겨울에 시작돼 봄이 되면 자취를 감추는 계절성 독감(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이 대표적이다. 2002년 12월 말 시작된 사스도 이듬해 7월 소멸됐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도 봄이 되고 기온이 올라가면 사라질 것이란 의견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기온이 올라가면 코로나19의 확산세가 점차 줄어들 것이란 기대는 섣부른 판단일 수 있다는 관측이 적지 않다.

지난 13일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은 코로나19가 기온에 영향을 받는지에 대한 질문에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그는 "기온이 올라가면 코로나19가 자연적으로 줄지 않을까 전망하는 전문가도 있고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을 거라는 전문가도 있다"며 "코로나19는 신종 바이러스이기에 앞으로의 패턴을 예측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기온이 올라가면 저희가 조금 더 밀폐된 환경에서 생활하는 게 줄어들 것이고 환기 등을 통해 전반적인 바이러스가 외부에서 생존하는 그런 능력에 영향을 줄 수는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해외로부터의 유입 위험도 상존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그는 "남반구는 겨울로 접어들기 때문에 그쪽 나라들의 양상도 지켜봐야 한다"며 "그렇기에 현재로썬 예측이 어렵지만 기온 변화로 약화될 거라는 기대를 갖는 것보다는 면밀한 준비와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미국 CNN 방송은 이에 대한 전문가들의 전망을 12일(현지시각) 소개했다. 방송에 따르면 봄이 되면 코로나19의 확산 속도가 수그러질 거란 기대는 코로나바이러스가 호흡기 바이러스 때문이라고 전한다. 호흡기 바이러스는 흔히 독감을 일컫는데, 이는 겨울에 실내에서 창문을 닫고 있는 현상이 바이러스 확산에 좋은 환경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기서 전문가들은 의문점을 제기했다. 높은 기온에서 바이러스가 사라지는 게 맞다면, 현재 일 년 내내 덥고 습한 싱가포르에서 나온 100건 이상의 코로나19 사례와 한여름인 호주·브라질·아르헨티나의 수십 건 사례는 설명될 수 없다는 것이다.

메릴랜드대학 연구진은 코로나19 발원지인 중국 우한과 이탈리아, 이란, 한국이 모두 비슷한 위도(북위 30~50도)에 위치하며 온도와 습도도 유사하다는 점을 발견했다. 코로나19가 특정 기후에서 더 빠르게 확산한다는 가설을 제시한 것이다.

브리트니 크무시 뉴욕 시러큐스 대학의 공중위생 전문가는 "인플루엔자와 기존 코로나바이러스는 계절에 영향을 받고 북반구의 겨울철에 정점을 찍는 경우가 있다"며 "하지만 이번 코로나19가 비슷한 계절성 패턴을 따를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메르스는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임에도 불구, 한국에서 지난 2015년 5월에 발병했다.

데브라 츄 러터스 의대 조교수는 "코로나19는 매년 예측 가능한 인플루엔자 같은 바이러스와는 다르다"고 일축했다. 크무시 전문가 또한 "현재 단계에서 코로나19의 계절성을 판단하기엔 시기상조"라고 단언했다.

아울러 CNN은 중국과 한국의 코로나19 상황이 보건 당국의 개입과 대중 위생 교육으로 안정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평가하면서도, 통제가 느슨해지면 다시 확산할지 알 수 없다고 전망했다.
 

◆ 다음은 CNN이 보도한 내용.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전 세계로 퍼지기 시작하면서, 발병을 막기 위해 시행되고 있는 긴급조치에 대한 회의론자들의 공통된 후렴구는 그것이 일상적인 것이 아닌 독감과 같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지금, 그러한 해석은 틀렸다. 겨울 독감의 경우 0.1%의 사망률을 보이지만 현재 데이터에 기반한 코로나19 사망률은 감염환자의 1~2%로 추정된다. 또한 코로나19는 독감만큼 전염성이 있는 것으로 보이며, 특히 특별한 치료법 또는 백신이 없기 때문에 더욱 감염 위험성이 높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봄철에 바이러스가 변질되면서 독감처럼 작용하길 희망하고 있다.

지난주, 코로나19에 대해 미군 의료 연구원인 넬슨 마이클은 "이것은 호흡기 바이러스이고 그들은 항상 추운 날씨에 우리에게 문제를 일으킨다"며 "우리는 겨울에 모두 실내에서 창문을 닫고 있기 때문에 겨울은 독감의 계절이라고 부른다"고 말했다.

인플루엔자는 춥고 건조한 환경에서 번성하는데, 이것이 북반구의 많은 지역에서 겨울이 독감의 계절인 이유다. 겨울의 행동적 차이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마이클은 코로나19가 독감과 같이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예측했지만 날씨가 다시 추워지면 다시 나타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하지만 만약 바이러스가 독감처럼 작용하지 않는다면 일 년 내내 높은 감염률을 감당할 수 있을까? 일 년 내내 덥고 습한 싱가포르에서 100건 이상의 코로나19 사례가 확인되었다. 현재 한여름에 접어든 호주·브라질·아르헨티나도 수십 건을 신고한 상태다.

메릴랜드 대학(UM)의 연구원들은 코로나19가 특정 기후에서 감염확률이 높다는 증거를 발견했다. 바이러스가 처음 검출된 우한에서 이란, 이탈리아, 한국까지 전 세계에서 가장 심한 피해를 입은 지역 중 일부는 비슷한 온도와 상대 습도를 가진 위도에 있다. 그들은 심지어 이 데이터를 곧 발생할 수 있는 다른 지역을 예측하는 데에 사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UM 연구 자료는 이 바이러스가 특정 기후 조건이 확산 속도를 높이는 것과 연관이 있다고 시사한다. UM 연구진은 "평균 기온, 습도, 위도(북위 30-50도)가 비슷할 뿐 아니라 발병 시기가 연간 기온 주기와 일치하고, 한 달 이상 동안 비교적 안정된 기온과 일치한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UM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뉴욕 시러큐스 대학의 공중위생 전문가 브리트니 크무시 교수는 "인플루엔자와 기존 코로나바이러스는 계절에 따르는 경향이 있으며 북반구의 겨울철에 정점을 찍는 경우가 있다"고 했다. 다만 그는 "이 바이러스가 비슷한 계절성 패턴을 따를지는 알 수 없다"고 답했다.

뉴저지주 의대에서 전염병을 연구하는 데이비드 세니모는 "많은 전문가가 여름에 환자 수가 줄어들기를 희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열대 국가들의 현 데이터는 이 희망에 다소 영향을 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세니모와 크무시 둘 다 바이러스 자체와 최근 몇 달 동안 퍼진 바이러스에 대한 의문점들을 지적하면서 이 지리적 자료로부터 너무 많은 결론을 끌어내는 것에 대해 주의를 주었다.

크무쉬는 "계절성의 영향이 있다면 기온이 따뜻해질수록 관련 사례와 원인 불명의 사례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한다"며 "코로나19와 함께 계절적 패턴을 볼 것인지 말 것인지를 가리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일축했다.

러터스 의대 조교수인 데브라 츄는 현시점에서 바이러스에 대한 이해 부족과 바이러스의 패턴이 계절성 예측을 거의 불가능하게 만든다는 데 동의했다. 그녀는 "감염 통제를 위한 역학은 감염성, 확산성 또는 바이러스의 전염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나 증세가 가볍거나 없는 사람 또는 바이러스의 확산을 줄이기 위한 행동에 의해 좌우될 수 있다"며 "코로나19는 매년 예측 가능한 인플루엔자 같은 바이러스와는 다르다"고 피력했다.

이번 주 많은 국가에서 코로나19의 사례가 놀라울 정도로 급증했음에도 불구하고, 희소식이 있었다. 이전에는 최악의 피해를 입었던 중국과 한국은 안정되어가고 있으며, 주중에는 새로운 감염사례가 거의 없는 것으로 보였다. 그것은 폐쇄, 여행 제한, 자택근무, 사회적 거리 등 보건 당국의 장기적 개입과 더불어 엄격한 위생 절차의 필요성에 대해 대중에게 교육을 제공했기 덕분이다.

그러나 발병의 선봉에 섰던 국가들이 규제를 완화하기 시작함에 따라, 사건이 다시 증가할 것인지, 아니면 바이러스가 진정 통제될지는 지켜볼 일이다. 세계 각국은 따뜻한 날씨로부터 코로나19가 없어지기를 희망한다. 하지만 코로나19가 그렇게 사라진다 해도 그것은 바이러스가 우리의 곁을 영영 떠났다는 의미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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