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이후 신종감염병 대비···'긴급사용승인제도' 'IT 융합' 탁월
국내 바이오 기업 "다른 형태 바이러스 분명 또 온다"

국내 전문가들은 메르스 사태 이후 바이러스 검사 키트를 신속하게 승인하는 등의 정비된 제도가 정착하고, IT 융합 등의 과학기술의 적극 활용으로 혁신적인 대응법을 적용한 덕분에 세계적으로 빠르고 정확한 진단력을 보이고 있다고 평가한다.<사진=이미지투데이>
국내 전문가들은 메르스 사태 이후 바이러스 검사 키트를 신속하게 승인하는 등의 정비된 제도가 정착하고, IT 융합 등의 과학기술의 적극 활용으로 혁신적인 대응법을 적용한 덕분에 세계적으로 빠르고 정확한 진단력을 보이고 있다고 평가한다.<사진=이미지투데이>
'한국 22만명 vs 미국 1583명 vs 일본 8286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진단 검사를 받은 사람들의 각국 누적 통계다.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11일 0시 기준으로 국내에서 진단검사를 받은 사람은 총 22만2395명이다. 미국(질병통제예방센터 발표)은 5일 기준 1583건, 일본(후생노동성 기준)은 9일 기준 8286명이다.

한국의 코로나19 진단검사는 세계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고 있다. 한국은 현재 전국 시·도 보건환경연구원 18곳을 비롯해 민간 검사기관 95곳에서 진단검사를 실시하고 있다. 하루 평균 1만7000건까지 검사가 가능하다. 

또한 주요국 가운데 한국의 치사율도 가장 낮은 것으로 집계됐다. 11일 기준 7755명 확진에 60명 사망으로 치사율이 0.7% 수준이다. 계절성 독감의 치사율인 0.1%보다는 높지만, 메르스 치사율인 30%와 사스 치사율인 10%보다는 낮은 수준이다.

한국 상황을 지켜보는 해외 전문가들의 감탄 기사가 쏟아지는 가운데 한국은 어떻게 세계에서 가장 빠르고 많은 양의 검사가 가능할까? 한국의 진단 수준이 우수한 이유는 무엇일까? 등 한국의 코로나19 대응에 대한 궁금증이 쏟아지고 있다. 

현장 전문가들은 지난 2015년 38명의 목숨을 앗아간 메르스 유행 이후 바이러스 검사 키트를 신속하게 승인하는 등의 정비된 제도가 정착하고, IT 융합 등의 과학기술의 적극 활용으로 혁신적인 대응법을 적용한 덕분이라는 평가가 많다.

◆ 메르스 이후 신종 감염병 대비···"바이오 기업 활약 발판" 

방역당국은 메르스 사태 이후 신종 감염병 유입에 대비해 왔다.<사진=이미지투데이 제공>
방역당국은 메르스 사태 이후 신종 감염병 유입에 대비해 왔다.<사진=이미지투데이 제공>
국내 방역당국은 메르스 사태 이후 신종 감염병 유입에 대비해 왔다. 

질병관리본부는 감염병분석센터를 신설하고 산하에 ▲감염병진단관리과 ▲세균분석과 ▲바이러스분석과 ▲매개체분석과 ▲고위험병원체분석과를 뒀다. 감염병 진단검사와 관련된 업무를 전담하는 센터가 신설된 것이다.

또한 지난해 1월 의료기기법 개정을 통해 긴급사용승인제도도 도입했다. 감염병 유행이 우려되지만 국내 허가받은 진단시약이 없는 경우 일정 수준으로 개발된 시약을 평가해 한시적으로 승인해주는 제도다. 이처럼 방역 당국의 조직 개편과 제도 변경 등으로 발빠른 감염 진단에 초석이 마련됐다.

이러한 조치는 바이오 벤처기업 활약의 발판이 됐다. 코로나19 진단은 크게 '분자진단'과 '항체진단'으로 나뉜다. 정확한 감염여부를 진단하는 방식은 '분자진단'이다. 분자진단은 방역당국이 검체를 채취해 핵산을 추출하고 최종적으로 유전자 검사를 진행하는 방식이다. 평균 6시간이 소요되며 전문 시설도 필요하다. 

선제적인 대응을 위해서는 '항체진단'이 효과적이다. 항체 진단키트의 경우 현장에서 체액을 통해 10분이면 1차 감염 여부를 판정할 수 있다. 국내 여러 바이오 기업에서도 항체진단키트 생산·제조에 열을 올리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달 27일 국내 바이오 기업인 ▲씨젠 ▲솔젠트 ▲SD바이오센서 ▲코젠바이오텍 등에 진단키트의 긴급사용을 승인했다. 씨젠의 경우 유럽연합(EU)을 중심으로 세계 30여국에서 코로나19 진단키트 주문이 쇄도하고 있다. 

대덕단지 소재 바이오 기업 대표는 "항체진단키트를 개발에는 평균 1년 정도가 소요된다"라며 "정부의 긴급사용승인제도로 한달 보름만에 항체진단이 가능한 각종 키트들이 개발되고 있다. 정식 허가는 아니더라도 신속진단을 허용한 것이 빠른 진단에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 전국 병원에 포진한 전문가·장비 '우수 인프라'

전국 병원에 배치된 RT-PCR 장비도 빠른 진단에 큰 역할을 했다. 신종플루·메르스 사태 이후에 전국 병원을 비롯해 로컬 보건소에 RT-PCR 장비가 무수히 깔렸다. 

그러면서 코로나19 염기서열 등의 유전자 정보가 WHO를 통해 공개됐고, 확진자 진단에 속도가 붙었다. 다른 바이러스와 비교하지 않고 바로 신종 여부를 파악할 수 있는 비교 대상이 생긴 것이다. 전국 병원이나 보건소는 새로운 장비를 보급하지 않고 기존 장비를 그대로 사용하면서 진단 속도에 가속도가 붙이고 있다.

생명공학 A 전문가는 "분자 진단은 매우 민감한 검사이므로 랩이나 시설이 제대로 구축되지 않으면 정확도가 떨어지고 위험하다"라며 "신종플루나 메르스 사태 이후 로컬 보건소에 구축된 PCR 장비가 진단 속도를 높이고 있다"고 말했다.

블룸버그통신은 한국의 코로나19 진단에 대해 "한국은 코로나19가 발병하자 바이러스의 유전자 서열에 근거해 4곳의 바이오 기업들과 손잡고 진단키트를 발빠르게 만들었고 관련 행정절차를 신속하게 진행했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통신은 "보통 새로운 질병에 대한 진단키트가 상용화되기까지 대개 1년이 걸리는데 한국에서는 불과 몇주 내에 모든 절차가 끝났다"라며 "이는 중국은 물론이고 일본, 미국과도 극명하게 대조를 이룬다"고 평가했다.

◆ 코로나19 정보유통 고속도로···첨단 IT 기술로 맞서는 SW기업들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 회원사들은 기업 간 협력을 통해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 종합상황지도'를 구축했다.<사진=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 제공>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 회원사들은 기업 간 협력을 통해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 종합상황지도'를 구축했다.<사진=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 제공>
국내 IT소프트웨어 기업들의 기술력도 주목받고 있다. 이들은 첨단 IT 기술을 활용해 각종 생활편의 서비스 등을 제공하고 있다. 특히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의 회원사들이 힘을 모아 '코로나19 사태 대응팀'을 꾸리고 종합상황지도 연합전선을 구축했다.

연합 전선을 형성한 기업은 한국공간정보통신, 클라우드 서비스 전문업체 가온아이, 인공지능 챗봇을 제공한 와이즈넛, IT보안업체 이스트소프트 등이다. '코로나19 종합상황지도' 서비스는 현재까지 1억 뷰를 달성했다.

코로나19 종합상황지도는 한국공간정보통신이 만든 인트라맵이라는 GIS 엔진을 바탕으로 제공하는 위치기반 서비스다. 확진자 동선뿐만 아니라 선별 진료소, 학교, 신천지 시설과 인공지능 챗봇 등의 정보를 제공한다.

가온아이는 클라우드 서버 기술을 제공하고, 이스트소프트는 검색에 종합상황지도를 상단에 배치해 편리성을 높였다. 와이즈넛은 인공지능 챗봇을 통해 종합정보를 제공한다. 한국국토정보공사(LX)는 클라우드 서비스 비용 일부를 부담했다.

IT 정보의 투명성도 한국이 코로나19 진단 인프라의 강점이다. 병원이나 약국에 수진자자격조회(건강보험 자격조회), ITS(해외여행이력정보제공 프로그램), DUR(의약품 안전사용서비스) 등이 공개됐다. 

이를 통해 환자의 여행력을 공유하거나 확진자가 발생하면 곧바로 역학조사관을 투입해 확진자 동선 파악에 주력했다. 확진자의 동선은 수일 내 언론을 통해 공개됐다.

고양시 드라이브스루 형태의 선별 진료소의 모습.<사진=고양시 제공>
고양시 드라이브스루 형태의 선별 진료소의 모습.<사진=고양시 제공>
드라이브스루 형태의 진료소도 한국의 긴급 우수진단에 한 몫했다. 드라이브스루 선별진료소는 검사 시간을 줄이고 의료진과 방문자의 접촉을 최소로 하는 방식이다. 경기도 고양시가 최초로 적용해 미국 CNN 등 외신에서 호평을 받고 있다.

독일에서는 이미 한국의 드라이브스루 진료소 검진 사례를 받아들였다. 독일 헤센주 마부르크 지역에서는 4명의 의사가 최근 드라이브 스루 선별진료소를 설치했다. 감염이 의심되는 시민이 병원 뒤쪽의 출입구에서 차량에 탑승한 채 진료받을 수 있도록 했다.

조군호 대전테크노파크 바이오융합센터장은 "한국이 IT 강국답게 IT 기술을 활용한 코로나 대응부터 드라이브스루 선별 진료소 등등 다양한 형태로 바이러스 전쟁에 맞서고 있다"라며 "코로나 사태 이후에도 더욱 철저한 국가 위기관리 전략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다수의 바이오 기업인들은 코로나 이후에 찾아올 다른 감염병에 대해 경고하며 "정부의 제도정비 뿐만 아니라 과학강국 답게 국가재난 과학적 해결 시나리오가 마련돼야 한다"라며 "과학기술 분야의 융합으로 과학기술인들이 더욱 뭉쳐야 할 것"이라고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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