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담]서상희 충남대 교수·정대균 생명연 책임연구원 초청
"미래 감염병 예측해 선제적 대응 나서야···국제 협력 중요"
"질본으로부터 샘플 분양 절차 너무 늦어···절차 신속해야"


21일 정대균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책임연구원과 서상희 충남대 수의과대 교수를 초청, 좌담회를 개최했다. <영상=대덕넷·대전MBC>

'코로나 19'에 대한 위기 경보 단계가 최고 단계인 '심각'으로 격상됐다. 이에 따라 국무총리를 본부장으로 하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서 총지휘를 맡게 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23일 이와 관련 화상회의로 전국 지자체장들이 화상 회의로 참석하는 범정부 대책회의를 주재하고 "지금부터 며칠이 매우 중요한 고비"라며 규정에 얽매이지 않는 전례없는 강력한 대응을 천명했다.

코로나19가 이처럼 수그러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맹위를 떨치는 가운데, 지난 21일 대덕넷과 대전 MBC는 전문가를 초청해 과학적 대응 방안에 대한 좌담회를 가졌다. 세계적 바이러스 전문가인 서상희 충남대 수의과대학 교수와 정대균 한국생명공학연구원 감염병연구센터 박사를 초청해 과학계 대응 및 국내외 협력 방안 등을 들어봤다.

이날 정 박사와 서 교수는 바이러스에 선제적 대응 필요성을 강조했다. 문제 발생 뒤 진단 기술과 치료제 개발에 나설 게 아니라, 국가 차원에서 미래 발생할 수 있는 바이러스를 미리 연구해 대응책을 마련하자는 취지다. 그러기 위해선 국가의 투자, 환경 조성과 지속적 관심이 필요하다는 것이 공통된 의견이다. 

정 박사는 바이러스 등 감염병이 해외에서 유입되는 경우가 다수이기 때문에 국제 협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서 교수도 국제 협력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하면서도, 현재 질병관리본부에서 바이러스 샘플을 분양하는 과정이 더디다고 지적했다. 해외에선 백신 개발을 위해 확진환자로부터 분리한 바이러스를 연구진에게 며칠 안에 분양하는데 비해 국내에선 절차상 1개월 이상 소요된다는 것이다. 국가와 인류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치료제 개발을 위해 신속성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국민들의 코로나19 불안감 해소 차원에서 과학계가 적극적으로 발신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긴급 상황에서 과학자들이 연구 결과보다도 바이러스 진전 상황을 공유해 과학의 필요성을 전달하자는 것이다. 과학의 중요성을 알려 위기나 긴급시 과학기술을 기반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환경을 만들자는 의견이다. 

정 박사가 속한 생명연 감염병연구센터는 출연연 내 일종의 신속대응팀이다. 국가 재난형 바이러스 연구를 중점적으로 하면서 진단과 백신 개발 연구를 지속하고 있다. 연구 책임자는 15명가량 되고, 총 60명이 함께 연구를 진행 중이다. 서 교수는 2000년대 초부터 조류 인플루엔자, 사스(SARS), 메르스(MERS) 등 감염병 연구를 지속해오고 있어 관련 분야에서 권위를 인정받고 있다. 

아래는 두 연구자와의 일문일답.
 

 

대전MBC와 대덕넷은 21일 정대균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책임연구원과 서상희 충남대 수의과대 교수와의 좌담회를 유튜브 생방송을 통해 진행했다. <사진=대전MBC>
대전MBC와 대덕넷은 21일 정대균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책임연구원과 서상희 충남대 수의과대 교수와의 좌담회를 유튜브 생방송을 통해 진행했다. <사진=대전MBC>
Q. 바이러스라는 존재에 대해 국민은 어떻게 인식하고 받아들여야 할까.

정 = 바이러스는 예측 불가하다. 그렇기에 세계보건기구(WHO)나 미국 국립보건원(NIH) 산하 국립 알러지 및 감염병 연구소(NIAID)는 매년 출현·재출현하는 바이러스나 세균성 감염병을 리스트업한다. 한 마디로 저수지 물을 퍼 물고기를 잡는 식이다. 우리는 2015년 메르스 바이러스를 거쳤기에 그때의 메뉴얼이나 연구결과가 지금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 하지만 이미 전조 증상이 있었던 코로나19에 대해서도 세계국제기관들처럼 미리 대응했었다면 더 좋은 결과를 가져오지 않았을까 싶다.

서 = 현재까지 중동 지역에선 메르스 바이러스 관련한 사망자가 지속해서 발생 중임에도 백신 개발이 되지 않았다. 그만큼 백신 개발은 어렵고 꾸준한 과학적 투자가 있어야 가능하다. 다양한 연구와 과학자 배출, 관련 분야의 협업만이 바이러스 대비에 가장 중요한 요소다.

Q. 선진국은 바이러스에 꾸준한 대비를 하는 반면 우리는 코앞에 닥쳤을 때 그제야 방안을 모색하는 것 같다. 이에 대한 의견은.

정 = 선진국은 바이러스에 대해 선제적 대응하고 있다. 이미 가축 연구 국제기구인 국제수역사무국(OIE)은 원헬스(환경·가축·인체는 하나)라는 개념을 갖고 연구 한다. 2015년부터 감염병 연구 패러다임이 미국에서부터 바뀌고 있다. 그들은 환경이나 가축의 바이러스를 인간과 연계해 꾸준히 모니터링한다. 우리나라도 이같은 선진 체계를 빨리 도입해야 하지 않을까.

서 = 결국 병은 동물에서 오기 때문에 선진국은 꾸준한 동물 연구를 한다. 사스만 해도 국내는 현재까지 사스 관련 연구자가 한 명도 없다. 하지만 미국은 아직까지도 사스에 대해 연구한다. 바이러스는 지금이 아니더라도 언젠간 우리에게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지속적인 투자와 연구가 필요하다.

Q. 국민은 바이러스에 대한 현재 연구 상황이나 앞으로의 대응 방안을 알고 싶어하는데 전문가들은 전면에 나오지 않는 것 같다.

서 = 새로운 전염병에 대한 백신 개발은 과학자가 중심이어야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그게 안 되고 있다. 일반 백신 제약회사들과 연구개발(R&D) 회사들이 부족하다. 국내 대기업들이 백신 개발에 뛰어들고 투자하고 있는 반면 백신 회사들은 카피수준에 머물고 있다. R&D부서가 제대로 작동이 안 되고 있다.

Q. 미국의 경우 코로나19 사태가 그리 크지 않음에도 바이러스 분야가 아닌 사람들도 계속해서 발신한다. 그에 비해 우리나라는 각자의 연구에만 몰입하는 것은 아닌가. 국민과의 소통도 생각해야 하지 않나.

정 = 정부 출연연의 수요자는 국민이다. 국민에게 발표할 만한 결과를 내놓는 것이 출연연 역할이지만 그 과정은 많은 시간이 걸린다. 

서 = 이번 코로나19의 백신 개발은 상당히 어려운 과제다. 2009년 신종인플루엔자도 1~3월 발생하다 사라지고 9월에 다시 발생했다. 코로나19도 무증상감염을 봤을 때 이같은 경우가 올 수 있다. 결국은 과학자들이 머리를 맞댈 수밖에 없다. 백신 개발만이 코로나19를 대응할 수 있다. 

Q. 질병관리본부에서 국내 환자 샘플을 받는 분양 방식은 어떻게 이뤄지는 건가.

서 = 일반 실험실은 불가하고 정부의 허가를 받은 BL3시설을 보유한 과학자들은 누구나 분양 가능하다. 코로나19 백신 개발은 반드시 3등급 시설에서 연구해야 하는 어려운 프로젝트지만 그만큼 도전할 가치가 있다.

정 = 현재 질병관리본부에서 인터넷 신청을 통해 2월 17일부터 공식 분양을 하고 있다. 현재 27개 기관이 신청해, 총 9개 기관이 분양받았다. 생명연도 포함돼있다. 생명연의 본원은 대전이지만 전북 정읍과 충북 오창에 분원이 하나씩 있다. 두 분원은 BL3보다 한 단계 위인 동물 실험도 할 수 있는 ABL3시설이다. 현재 두 분원 모두 신청했고 전북 정읍에 먼저 분양을 받아 놓은 상태다.

Q. 현재 코로나19에 대해 국내 연구진들은 서로 협업 상태인가 경쟁 상태인가.

서 = 지금은 협력도 경쟁도 아닌 누구라도 빨리 연구를 하는 게 우선이다. 협력은 좋지만 과학자들은 국가 컨소시엄 프로젝트가 없으면 협력을 못한다. 현재 백신 연구에 대한 그런 긴급 프로젝트가 없다. 도전적인 백신 연구엔 국가 세금이 필수인데 지금 그런 자원 또한 없다. 현재 가장 중요한 것은 백신 개발이다. 백신 개발에 많은 아이디어와 자원이 필요한데 그런 프로젝트가 없는 게 실정이다.

정 = 코로나19가 예측된 게 아니기 때문에 정부는 미리 예산을 갖고 있진 않다. 최근 긴급대응 R&D 50억원 예산도 사실 코로나는 10억 정도 뿐이다. 2015년도에 백신과제가 국내에서 4~5개 구성됐는데 다양한 백신이 작년까지 개발됐다. 그런 분들이 이번 코로나19 백신도 잘 만들거라 확신한다.

Q. 미국은 중국으로부터 코로나19 샘플을 직접 받아 연구했다는데, 우리나라의 국제적 네트워크는 어떤가.

정 = 대부분 감염은 해외로부터 유입되기 때문에 국제적 협력은 상당히 중요하다. 과거엔 유럽이나 동남아시아 국가들과 국제협력이 잘 됐다. 현재 코로나19는 중국과 협력이 안 돼 우리를 포함한 주변국들이 이번 코로나19 대응을 잘하지 못한 것 같다.

서 = 국제협력도 중요하지만 국내협력이 우선이다. 국내 환자가 발생하면 그 샘플을 질병관리본부에서 전문가에게 최대한 빨리 분양 해줘야 하는데 우린 그 과정이 너무 복잡하다. 사실 대부분 연구소들이 분양 신청을 통해 분양을 받으면 세포 배양하는데만 일주일이 걸린다. 그러다 보면 연구 시작이 선진국에 비해 몇 달이나 늦춰진다.  국제협력은 미래 문제고 우리는 빠른 샘플 분양을 통한 협력이 중요하다.

Q. 국내 협력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정 = 선진국들은 바이러스 샘플도 먼저 분양받고 최근 논문들을 보면 이전부터 코로나19에 대해 연구한 게 아닐까 의심될 정도로 뛰어나다. 며칠 전 출연연 기관장들과의 간담회 때도 나왔듯이 우리들도 서로 공유하고 협력하면 좋은 시너지를 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Q. 코로나19에 대한 앞으로의 계획은 어떤가.

서 = 이번 코로나19는 대한민국뿐만 아닌 국제 인류의 문제다. 대한민국의 대응체계가 다소 늦은 것 같아 아쉽지만 시작이 반이라고 앞으로 더 해내 가면 될거라 생각한다.

정 = 출연연은 국민에게 도움이 되는 연구를 항상 생각한다. 코로나19뿐만 아닌 국민의 안전과 건강을 책임질 수 있는 지속적 연구에 최선을 다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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