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와 싸우는 과학자들⑫]재료연구소 박성규·이승훈 연구팀
바이오센서 칩으로 질병 '진단', 병원체 제거필터로 '제거'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와 같은 질병을 얼마나 빠르게 진단해 누가 어떤 질병을 보유하고 있는지 파악할 수 있느냐에 따라 향후 늘어날 2차, 3차 감염을 방지하고 사회적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질병 진단 속도 이슈는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현재 의료 현장에서 사용되는 진단기기들은 그 결과까지 빠르면 수 시간에서 늦으면 며칠까지 소요되는 경우가 많다. 신속한 진단이 어려워 사회적 대응이 늦어지고 이에 따라 피해가 커질 수도 있다.
 
창원에 위치한 재료연구소의 박성규 박사 연구팀의 도전은 이러한 질병 진단 속도 문제로부터 시작됐다. 박 박사팀은 '초고감도 다중 질병진단용 바이오센서 칩'을 연구개발 중이다. 이미 미국 하버드 의대·영국 임페리얼 공대와의 국제 공동연구를 통해 '초고감도 패혈증 및 조류독감 바이오센서 칩' 기술을 개발했다. 연구성과는 재료분야 최고 국제학술지인 'Advanced Materials', 'Advanced Functional Materials' 표지 논문으로 게재된 바 있다.

박성규 재료연 박사 연구팀의 모습 <사진=홍성택 기자>
박성규 재료연 박사 연구팀의 모습 <사진=홍성택 기자>
 
이 기술은 3차원 고밀도 금속 나노 구조체의 플라즈몬 공명 현상을 이용해 극미량(ppb이하)의 패혈증과 조류 인플루엔자 등 바이러스 감염에 따른 생체 내 바이오마커 검출이 가능하다. 이에 따라 바이러스 감염 여부를 현장에서 2시간 이내에 확인할 수 있다. 연구팀은 30분까지 앞당긴다는 목표로 연구를 추진중이다. 

호흡기 전염병 조기진단용 초고감도 바이오센서 칩 개발 개요. <사진=재료연 제공>
호흡기 전염병 조기진단용 초고감도 바이오센서 칩 개발 개요. <사진=재료연 제공>
연구 과정에서 박 박사팀은 세계 최초로 금속 나노입자를 진공에서 구형으로 합성할 수 있는 원천기술을 개발했다. 이 기술은 이종 소재 간의 표면 에너지 차이를 극대화함으로써 절연 소재의 표면상에서 귀금속 나노입자를 구형으로 진공상태에서 형성한다.

특히 진공증착 공정을 이용해 형성된 금속 나노입자는 표면에 계면활성제와 같은 화학물질을 포함하지 않아 면역분석법을 통한 형광 분석 수행 시 형광 신호의 세기와 민감도 등을 향상시킬 수 있다.
 
관련 원천기술은 국내 특허 등록 21건, 해외 특허 등록 6건을 통해 특허 맵을 구축해 지적재산권을 확보했다. 재료연구소의 바이오센서 칩 상용화와 브랜드 향상을 위해 'KIMStrateTM' 해외 상표 등록도 완료한 바 있다.
 
박 박사팀은 이같은 원천기술로 삼성서울병원 스마트헬스케어 연구소 의공학연구센터와 공동연구를 통해 '고체상 유전자 등온증폭 및 표면형광증폭 기술 기반 호흡기 바이러스 다중 분자진단법'을 개발, 호흡기 감염균 4종을 2시간 내에 검출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올해는 현재 문제가 되는 코로나19를 포함해, SARS, MERS 등 호흡기 바이러스 8종을 현장에서 1시간 내 동시 다중 검출할 수 있는 기술 개발을 이어나갈 예정이다.

다중 진단을 할 수 있는 초고감도 바이오센서 칩. <사진=홍성택 기자>
다중 진단을 할 수 있는 초고감도 바이오센서 칩. <사진=홍성택 기자>
박성규 박사는 "현재 개발되는 진단 키트들은 현장현시검사(POCT)를 목표로 검출 소요시간 단축, 진단 신뢰성 향상을 위해 전처리, 에세이 간소화, 새로운 유전자 증폭법 적용 등 기술 경쟁이 치열하다"면서 "우리 연구팀은 광 신호를 증폭하는 3차원 기능성 나노소재를 이용해 극미량의 항원 검출, 감도 극복을 통한 유전체 증폭 시간 단축, 위치기반 동시 다중 검출법 적용을 통해 기존 연구개발들과 차별화된 전략으로 면역분석과 분자진단법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연구과정을 설명했다. 

◆ 감염 바이러스, 오염 공기… '병원체 제거필터'로 완벽제거

(왼쪽부터)하장훈, 이승훈, 최준환, 박홍현 박사. 이들은 각자의 분야에서 '병원체 제거필터' 기술을 연구 중에 있다. <사진=홍성택 기자>
(왼쪽부터)하장훈, 이승훈, 최준환, 박홍현 박사. 이들은 각자의 분야에서 '병원체 제거필터' 기술을 연구 중에 있다. <사진=홍성택 기자>
재료연에는 박성규 박사 연구팀 외에도 감염 질병을 극복하고자 또 다른 차원의 노력이 진행되고 있다. 이승훈 박사를 포함한 네 명의 박사(박홍현, 최준환, 하장훈)가 함께 '병원체 제거소재' 연구팀을 구성해 '공조용 병원체 제거필터'에 관한 연구를 하고 있다.
 
박 박사팀이 질병을 조기 진단할 수 있는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면, '병원체 제거소재' 연구팀은 실내 공기 중 병원체를 포집해 살균할 수 있는 기술을 연구한다.
 
코로나19, 결핵, 메르스 등 이름만으로도 공포심을 유발하는 감염 질병들은 보균자의 직접적인 접촉 외에도 실내 공기를 통해 전염될 수 있다. 2018년 이후 환경부는 바이오 에어로졸인 곰팡이를 포함한 '실내공기질 관리법' 내 관리 권고사항으로 이를 지정한 바 있다.

하지만 현재 건물 공조시설에 사용되는 필터로는 세균과 바이러스 제거에 있어 분명한 한계를 보인다. 예를 들면 필터에 포집된 균류가 습기와 먼지의 유기물을 먹고 증식하는 것도 그러한 이유에 해당한다.
 
항균 소재를 이용한 필터와 항균 물질이 코팅된 필터들이 다양하게 개발되고 있지만 세균 포집과 증식 억제를 장기간 유지하기가 어렵다. 자외선 살균법도 적용되고 있으나, 이 역시 자외선 광 흡수 거리가 짧아 다수의 램프를 설치해야 하는 단점을 가지고 있다. 플라즈마와 오존의 경우 살균 효과는 좋지만 오존 배출로 인해 사용상 제약이 발생한다.

이 박사를 포함한 네 명의 재료연구소 박사들은 이런 문제를 근본적으로 개선하고자 새로운 '병원체 제거필터'를 개발 중이다.

병원체 제거필터의 내부. 저온촉매, 다공성 세라믹, 저온 플라즈마로 구성된다. <사진=재료연 제공>
병원체 제거필터의 내부. 저온촉매, 다공성 세라믹, 저온 플라즈마로 구성된다. <사진=재료연 제공>
저온 플라즈마, 다공성 세라믹, 저온 촉매 소재를 활용한 이 기술은 병원과 지하철 같은 다중이용시설의 실내 공기에 존재하는 병원체를 제거한다.
 
병원체 제거필터는 크게 플라즈마 발생부와 오존 제거부로 구분된다. 플라즈마 발생부에는 플라즈마를 생성하는 전극과 병원체 포집, 그리고 플라즈마 발생용 유전체 기능을 동시에 하는 다공성 절연 세라믹이 교대로 배열된다. 플라즈마 발생부의 전극에 전압을 인가하면 다공성 세라믹 표면에 강한 전기장이 유도되면서 플라즈마를 형성하게 된다. 이때 플라즈마는 다공성 세라믹을 통과하는 산소를 이용해 수 ppm급의 오존을 발생시키고 공기를 타고 유입된 병원체는 이 오존과 플라즈마에 의해 살균 또는 비활성화가 된다.
 
오존 제거부는 다공성 세라믹 지지체 표면에 저온 촉매가 코팅된 구조를 이루고 이다. 오전 제거부는 병원체를 파괴하고 남은 오존을 산소로 전환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연구팀의 유전체필터방전 기술은 초속 1m 이상의 고풍속에서도 안정적으로 플라즈마를 생성해 포집된 병원체를 살균·비활성화 할 뿐만 아니라 상용 HEPA필터 수준의 낮은 압력손실을 구현할 수 있는 등 다방면에서 높은 성능을 발휘한다.
 
이 박사는 "병원체 제거필터의 특수 설계된 넓은 표면적의 오존 제거용 촉매소재는 고풍속 환경에서도 대부분의 오존을 제거한다"며 "병원체 제거필터는 상온과 대기압 환경에서 작동하는 필터로서 복잡한 특수설계 없이 기존 공조 설비에 설치할 수 있도록 개발되고 있다"고 말했다.
 
병원체 제거필터는 병원, 교회, 학교와 같이 대중들이 많이 모이는 다중이용시설의 공조시설의 규모와 특성에 맞게 응용이 가능하다. 또한 모듈이 수명을 다하거나 고장이 발생 하더라도 해당 모듈만 교체할 수 있어 경제성 또한 뛰어난 편이다.
 
이 박사는 "코로나19 뿐만 아니라 SARS, MERS, 결핵과 같은 호흡기 감염 질병에 대처하기 위한 소재기술을 개발해 다중이용시설을 통한 2차 감염 예방은 물론, 깨끗하고 안전한 공기를 제공함으로써 국민건강 증진에 이바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박사들의 연구실에서는 자신의 분야에 해당하는 활발한 연구가 진행 중이다. <사진=홍성택 기자>
박사들의 연구실에서는 자신의 분야에 해당하는 활발한 연구가 진행 중이다. <사진=홍성택 기자>
연구팀의 연구는 지난 2019년부터 시작해 2023년까지 상용화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약 30여 명의 연구인력에 약 135억원의 연구비가 투입되며, 결핵전문기관인 국립마산병원과의 협력을 통해 고병원성 병원균을 대상으로 한 실증평가를 수행할 예정이다.
 
박성규 박사팀과 병원체 제거소재 연구팀의 이러한 연구는 오로지 국익을 위해 진행되고 있다. 재료연 연구팀들이 생각하는 연구의 가장 큰 가치는 공익성이다.
 
"연구에 있어서 공익을 무시할 수 없다. 개발한 제품이 경제적 가치가 있는 것도 좋지만, 사회적으로 활용됐을 때 얼마나 가치가 있느냐가 더욱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저희와 같은 연구가 활발해져 국민들이 조금 더 나은 삶을 영위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박성규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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