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아닌 누군가 환경 조성 바라는 연구현장?

[신년기획③] '좋은 과학자상' '과학계에 대한 사회적 인식' 설문
STEPI·대덕넷 공동 진행, 주관식 답변 각각 502개·516개 접수
과학기술계 "연구몰입 위해 외풍 막고 비전 제시할 리더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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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한 기자 - 2020.01.29

정부나 기관이나 누군가 나서 해결해주길 원하는 바람이 컸다. '좋은 과학 실현을 위한 과학자상' 설문 결과에서다. 과학기술계는 연구 몰입 환경을 위해 외풍을 막아주고 내부에선 미래 비전을 제시하는 연구자가 필요하다고 갈망했다. 긍정적인 측면에선 과제 확보에 안주하지 말고 바람직한 리더십을 구축해 내부 거버넌스를 구축하자는 의미로 해석된다. 반면 부정적인 측면에선 여전히 나는 나서지 않고 누군가 나서주길 바라는 모양새다.  

지난달 19일부터 31일까지 '좋은 과학을 위한 과학자상'과 '과학계에 대한 바람직한 사회적 인식'에 대해 설문 조사가 진행됐다. 설문 답변은 모두 주관식으로 각각 502개, 516개 접수됐다. 이번 '좋은 과학' 설문은 연구 현장 의견을 수렴해 미래로 나아갈 방향을 모색하기 위한다는 목적이다. 

좋은 과학을 위한 과학자상을 묻는 설문에서는 외부로부터 방패 역할을 하고, 내부에는 비전을 제시할 수 있는 연구자가 필요하다는 답변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미래 비전 제시를 위해선 권위를 내려놓고 연구자 개성을 존중할 수 있는 유연한 사고를 지녀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내·외부에서 의견을 조정할 소통 능력과 결과에 초연하고 솔선수범해 책임지는 연구자상도 이상적이라고 답했다. 

좋은 과학을 위한 과학자상 설문 답변으론 '개별 연구자가 가장 잘하는 전공 연구에 집중할 수 있게 만들어 주는 것' '연구자들이 마음껏 연구할 수 있는 장을 만들어주고 넓혀주는 사람' '과학기술인이 연구개발에만 몰두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리더' '미래 지향적인 과학기술의 수요를 예측하고 이에 제한된 자원을 집중할 수 있도록 방향을 제시하고 솔선수범하는 사람' '올바른 방향 설정과 외부 환경에 굴하지 않는 꿋꿋함' '안정적 예산 확보 능력으로 일관성 있는 목표 제시' 등이 나왔다.  

STEPI(과학기술정책연구원)와 대덕넷이 공동으로 진행한 설문이 발표됐다. <이미지=박옥경 디자이너>STEPI(과학기술정책연구원)와 대덕넷이 공동으로 진행한 설문이 발표됐다. <이미지=박옥경 디자이너>

◆ "중장기적 비전 내놓아야 한다"

"비전과 연구개발에 대한 로드맵을 완성한 후 이를 실현하기 위한 예산 확보에 최대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러나 현재는 과제 예산 확보에만 진력을 다하고 있어 커다란 손실이 아닐 수 없다. 현재 수행하고 있는 과제 1개만 올인해도 될까 말까 한데 연구개발보다는 과제 확보에 주력할 수밖에 없는 우리나라 과학기술 기관의 현실은 안타까울 따름이다."

한 과학자의 답변이다. 과학기술계 목적은 명료하다. 개인·사회·국가·인류에 공헌하는 과학을 하겠다는 의지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선 꾸준한 연구 활동이 필요한데, 그동안 축적이 안되는 연구 환경에선 단기 성과, 인건비 확보에만 급급했고 중장기적 비전을 내놓지 못했다는 의견이다. 때문에 외부로부터는 방패가 되어 주고 내부에는 비전을 제시하는 연구자가 필요하다고 다수가 답변했다. 

과학기술은 미래에 다가올 난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향을 제시해야 하기 때문에 개방·수평적 태도의 필요성도 요구된다는 의견이 다수 나왔다. 이외에도 연구 목표에 대한 공감대를 만들어서 팀의 협력을 끌어내고 연구 활동의 성과물에 대해선 공정하게 나눌 수 있는 연구자가 필요하다고 했다. 또 솔선수범해서 연구를 이끌면서도 결과에 대해선 책임질 수도 있어야 한다고도 했다. 

◆ "극소수 연구 부정으로 불신 팽배···국민 소통 능력 필요하다"

'과학계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묻는 질문에선 다수가 부정적 의견을 냈다. 과학기술을 수단, 도구로 치부하는 경향도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한 설문 답변자는 "극소수가 저지르는 연구 부정을 과학기술계 전체로 보고 있다"면서 "과학기술계의 불공정, 불신의 이미지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언론·정치·시민 모두 과학계를 믿지 못하기 때문에 과도한 행정 처리, 감사 등이 이어진다는 지적이 나왔다. 불신이 만든 악순환이 팽배해졌다는 의미다. 이를 위해 과학자들은 과학계와 시민사회를 잇는 네트워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과학기술에 대해 국민을 이해시킬 수 있는 연구자는 물론 전문 미디어가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과학계가 앞장서서 과학기술의 필요성을 국민에게 설득하고, 정치권과 언론에도 적극적인 태도를 보여야 한다는 의지도 내비쳤다. 

이번 설문 성과는 과학기술계가 현재 처한 문제를 제대로 인지하고 있고, 개선하려는 의지도 명확하다는 점이다. 내부 거버넌스를 구축해 선진 제도를 무조건 모방하지 않고 우리 여건에 맞는 중장기 비전을 제시하자는 것이다. 

좋은 과학자 상 설문의 한 답변은 그동안의 연구현장 한계를 압축 표현해 나아갈 방향을 제시한다. "리더는 실천하고 행동한다." 환경은 누군가 만들어주는 것이 아니고 내가 만든다는 것이다.

* 설문답변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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