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대표연구실①] 아헨공대 섬유연구소
중소기업과 연결···수요 기반 미래형 섬유 연구
젊은 인력 중심···헬스케어·자동차 등 다양한 산업에 적용

독일 북서부에 위치한 아헨시. 벨기에, 네덜란드 국경과 맞닿아 있는 이곳은 카톨릭 문화의 성지 중 하나이자 섬유산업을 기반으로 발전을 거듭해 온 도시이다. 이곳에 위치한 아헨공대(RWTH Aaachen University)는 지역과 밀착해 세계적 공대 중 하나로 발전을 거듭해 왔다. 故 허영섭 녹십자 전 회장이 자신의 호를 딴 목암하우스를 학교내에 지어서 기부해 한인 학생들이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도 알려져있다. 

아헨공대가 지난 1934년 설립한 섬유연구소(ITA)는 연구 인력만 400명을 보유했다. 역사적으로 지역과 밀착하며 지역 성장과 학교 발전을 함께 이끌었다. 섬유는 의복을 넘어 자동차, 의료, 헬스케어 분야 등에 접목되는 첨단 소재 개발로 이어지고 있다.

학교측이 글로벌 컨설팅 업체 맥킨지 등과 별도 법인을 만들어 설립한 디지털생산센터(DCC)는 이러한 분야 생산·연구시설을 도입해 라이센싱, 공동개발, 기술이전을 추진하고 있다. 이곳의 장비들은 함께 연동되고, 개방돼 각종 섬유를 뚝딱 만들어낸다. 센터는 독일 내에서 디지털리더상(Digital leader awards) 2등상도 수상하며 디지털 분야로의 연구 혁신 역량도 인정받았다.

오랜 전통을 갖춘 섬유연구소와 함께 아우쿠스부르크와 같은 독일 지역뿐 아니라 국제적인 연구 네트워크를 확보해 탄소섬유, 바이오 소재 등 첨단 섬유 연구 개발을 본격화하고 있다.

섬유연구소(ITA) 디지털생산센터는 국경 인근에 위치했다.<사진=강민구 기자>
섬유연구소(ITA) 디지털생산센터는 국경 인근에 위치했다.<사진=강민구 기자>
◆ 전통 섬유산업 어려움 겪어···젊은 인력-기업 연계해 연구개발

"역사도 좋지만 생존을 보장하지 않습니다. 미래형 연구실의 가치와 방향에 대해 고민할 필요가 있습니다. 산업, 지역사회와 함께 일하면서 디지털화(Digital Formation)에 대처해야 합니다."

ITA의 디지털생산센터(DCC)를 이끌고 있는 토마스 그리아스 아헨공대 교수는 이같이 변화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토마스 교수는 "지난 1975년경부터 섬유산업 변화를 추구하기 위해 연구소가 설립됐으나 2005년경 디지털화에 직면하면서 섬유산업 펀딩이 기존 15~20%로 줄며 위기에 처하기도 했다"면서 "인건비가 높고, 비교우위를 찾기 어려운 독일이 어떻게 변화에 대처할 수 있는지 고민해야 했다"고 토로했다.

이에 도입된 가치가 '생산·수요자 연결(Matchmaking), 개방형혁신(Open Innovation), 디지털화(Digital Change)이다. 

토마스 교수는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기술개발 과정에서 회사보다 학교와 함께 일하고 싶어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중소기업의 수요와 장비를 활용하고, 대학은 젊은 연구 인력을 제공함으로써 섬유의 디지털 혁신을 가속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개방형혁신은 국내외를 불문한다. DCC안에는 12개 회사가 밀착한다. 맥킨지는 팀을 구성하고, 대학은 인력 수급을 맡았다. 중소기업 연구인력이 상주하며 목표를 설정하고, 회사서 펀딩도 조달한다. 한국의 생산기술연구원과도 전자, 소재 공동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토마스 교수는 "대학 연구실에도 기존과 다른 리더십, 프로젝트를 설정할 필요가 있다"면서 "디지털 세상으로 중소기업이 앞서 가야하고 바뀌어야 해서 연구소가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섬유를 첨단 소재에 활용하기 위한 시도가 계속되고 있다.<사진=강민구 기자>
섬유를 첨단 소재에 활용하기 위한 시도가 계속되고 있다.<사진=강민구 기자>
◆ 젊은 인력 중심 산업체와 연결···자동차·의료 분야 진출도 모색

DCC의 연구개발 원천은 젊은 인력 100여명이다. 주요 연령은 26세부터 36세까지의 인력이 포진돼 있다. 오픈 이노베이션을 지향한다는 점에서 여성 연구직도 많다. 

이곳에서 석·박사 연구를 수행하고, 졸업후 관련 회사, 연구소로 유입되며 선순환 구조를 형성한다. 볼카루츠 박사는 "10개국에서 찾아온 외국인 연구인력 비율이 20% 가량 된다"면서 "주로 섬유 생산 관련 연구개발을 수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존과 비교해 고객이 달라지고, 90%가 산업 분야에서 센터를 찾는다. 기계공학, 컴퓨터공학, 전자공학 등 다양한 부분이 중요해지고 있고, 섬유 외에 자동차, 의료 분야에 진출해 침체된 섬유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센터는 정부기금을 활용하지 않는다. 중소기업, 연구소가 함께 하며 자금을 받는다. 연구장비도 중소기업이 가져오는 장비를 활용한다. 워크숍도 활성화돼 있다. 학교 연구소에서 나온 연구 결과를 갖고 제공해준다. 연구원들이 서로 공유하는 것을 중시한다. 토론하며 도전하는 것을 장려한다. 

연구인력과 자금이 충분치 못한 중소기업이 새로운 기술 개발을 위해 워크숍에서 논의한다. 센터에서 보여주는 기술은 실제로 사용되는 기술이다. 학교의 원천기술과 중소기업의 수요가 맞물려 필요한 연구개발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볼카루츠 박사는 "각자 본인과 사회를 위한 연구를 수행한다"면서 "협력 연구를 수행하고, 의사소통을 배우며 실제 연구가 산업화로 이어지며 시장을 앞서나갈 연구 성과를 창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컨설팅 업체, 지역 기업들과의 협력이 디지털생산센터의 경쟁력이다.<사진=강민구 기자>
컨설팅 업체, 지역 기업들과의 협력이 디지털생산센터의 경쟁력이다.<사진=강민구 기자>

볼카루츠 박사가 소재를 설명하고 있다.<사진=강민구 기자>
볼카루츠 박사가 소재를 설명하고 있다.<사진=강민구 기자>

 

과학기술이 인류의 삶과 더욱 밀접해지고 있습니다. 과학기술의 진화는 연구실에서 시작되죠. 남다른 연구 문화를 보유한 연구실은 연구성과와 인재 배출의 산실입니다. 대덕넷은 올해 '대한민국 대표연구실' 기획 취재를 통해 우리나라의 연구실 문화를 발굴하고 있습니다. 또 과학선진국인 미국, 유럽, 일본 등 연구 현장을 심층 취재해 '과학선진국 100년 연구실을 가다' 기획으로 보도하고 있습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응원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해외 취재가 순조롭게 완료되기까지 도움을 주신 재미한인과학기술자협회, 최우묵 NIH 박사, 카지타 다카아키 도쿄대 교수, 김유수 RIKEN 박사, 스칸디나비아 한인과학기술자협회, 재독과학기술자협회 등 많은 분들께 지면을 통해 감사 인사를 드립니다. 글 싣는 순서 미국 3편-일본 4편-유럽 3편.<편집자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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