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박창규 POSTECH 겸임교수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은 2003년 연두교서에서 깨끗한 수소 연료를 사용하는 수소자동차를 연구하기 위해서 12억 달러의 연구개발비를 투입하겠다고 발표했다. 이후 수소 경제의 유행이 일었으며 마치 지금까지의 모든 화석연료는 일시에 없어지고 공해가 전혀 없이 깨끗한 수소가 우리의 일상에서 자리 잡을 것이라는 환상에 잠시 빠져들기도 했다. 그런데 16년이 지난 지금 세계의 수소 경제는 어디가고, 미국의 수소 자동차는 어디까지 왔는가?

미국이 당시 수소에 빠진 것은 크게 세 가지 정도의 이유가 있었다. 우선은 미국의 자동차 산업이 일본, 유럽 그리고 한국 등에 밀려 경쟁력을 상실하고 있었다. 따라서 수소 자동차라는 완전히 새로운 판에서 역전을 일으키고 싶었던 것이 아닌가 한다. 

두 번째로는 외국, 주로 중동에 의존하고 있는 에너지 문제를 확실하게 타개하고자 하는 의도가 있었다. 이는 부시 대통령의 연두교서에도 적시돼 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지구 온난화의 주범으로 되어 있는 탄산가스의 배출을 획기적으로 줄이기 위한 것이었다. 미국은 세계기후변화협약에 가입하지 않아서 국제적인 비난을 받아오고 있었다. 그러면서 핑계는 가입은 하지 않더라도 실질적으로 탄산가스를 비롯한 온실가스를 줄이면 되지 않느냐고 항변하고 있었다.

부시 대통령의 수소자동차에 대한 연두교서 이후 미국의 상황이 매우 달라졌다. 우선 셰일가스의 발견이다. 엄격하게 말하면 셰일가스의 발견이 아니라 셰일가스를 생산하는 기술을 미국이 세계 최초로 실용화한 것이다. 미국의 셰일가스 매장량은 세계 1, 2위를 다툰다. 따라서 부시 대통령의 두 번째 이유가 사라졌다. 

자동차의 경쟁력 문제도 많은 외국 회사들이 미국 내에 공장을 지으며 일자리가 많이 생겼다. 미국의 자동차 3사도 경쟁력을 다소 회복해 첫 번째 이유도 해결됐다. 세 번째 이유는 단기간의 문제가 아니라서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 또 미국 혼자 해결할 문제도 아니라서 그럭저럭 넘어가고 있다.  16년 전에 있었던 문제점들이 대충 해결 되고나니 미국의 수소 경제와 수소자동차는 흐지부지되고 말았다.

'대통령을 위한 에너지'라는 책을 쓴 미국 버클리 대학 물리학 교수인 뮬러 박사는 애시당초 수소 자동차는 경쟁력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 이유는 두 가지 이다.  우선 수소는 그 스스로가 에너지원이 아니다.  에너지를 전달하는 역할을 할뿐이다. 수소를 석탄처럼 땅속에서 캘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석유처럼 펌프로 뽑아낼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수소를 어딘가에서 만들어 내야 한다. 

그리고 두 번째 이유로는 수소가 세상에서 가장 가벼운 원소이기 때문에 가장 큰 부피를 차지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수소 자동차는 상대적으로 단거리용이거나 아니면 매우 큰 연료통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수소 자동차가 경쟁력이 있으려면 수소 생산을 경제적으로 하는 것이 우선이다.

셰일가스를 비롯한 에너지원이라고는 거의 전무한 우리나라에게 수소에너지가 매력적인 이유는 바로 '기술에너지'라는 점이다. 즉, 누구나 기술만 있으면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수소를 만들 수 있는 방법은 물을 분해하거나 아니면 화석연료와 같은 탄화수소를 분해하는 방법이다. 

우선 탄화수소를 분리하는 방법은 매우 간단하고 수소를 생산하기 위한 에너지도 가장 적게 든다.  그런데 가장 큰 단점은 수소도 생산되지만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탄산가스도 동시에 발생한다.  깨끗한 에너지인 수소를 생산하면서 그것보다 훨씬 많은 탄산가스를 생산한다면 이것보다 더 큰 모순은 없을 것이다.

물을 분해해서 수소를 얻는 방법이 가장 환경 친화적이다.  물을 구성하는 원소는 수소와 산소인데 이들의 결합력이 매우 강해서 물을 분해하는 데 에너지가 많이 든다.  현재까지 알려진 가장 경제적이고 환경 친화적인 수소 생산방법은 원자력에서 나오는 고온을 이용하는 공법이다.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먼저 원자력을 이용해서 경제적으로 물을 분해해 수소를 생산하는 기술을 실용화 하면 된다. 이렇게 하면 우리나라가 수소자동차 분야에서 세계적인 강자가 될 수 있다.

◆박창규 포스텍 겸임교수는

박창규 POSTECH 겸임교수.<사진=대덕넷 DB>
박창규 POSTECH 겸임교수.<사진=대덕넷 DB>
서울대와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에서 석사학위, 미국 미시간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1997 한국원자력연구원 미래원자력기술개발단 단장과 신형원자로개발단 단장을 거쳐 제16대 한국원자력연구원 원장을 지냈다. 또 제19대 ADD 소장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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