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STAR 10주년 기념공동인터뷰' 3국 핵융합 관계자 참석
新 장치 마련부터 다채로운 연구 등 기술확보 매진

'KSTAR 10주년 기념공동인터뷰'에 각 국 핵융합프로젝트 담당자들이 자리했다. 왼쪽부터 유타카 QST 부소장, 토니토네 매니저, 스티븐 코울리 PPPL 소장.<사진=핵융합연 제공>
'KSTAR 10주년 기념공동인터뷰'에 각 국 핵융합프로젝트 담당자들이 자리했다. 왼쪽부터 유타카 QST 부소장, 토니토네 매니저, 스티븐 코울리 PPPL 소장.<사진=핵융합연 제공>
"일본 핵융합장치 JT-60SA를 유럽과 협력해 내년 완공시킬 계획이다. 한국의 KSTAR(핵융합연구장치)보다 2배 크면서 ITER의 절반크기다. 장치들의 크기가 다 다르기 때문에 장치 간 리스크에 대비해 효율적운영이 가능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유타카 카마다 일본 국립양자과학기술연구개발기구(QST) 나카 핵융합연구소 부소장)

"유럽은 2050년 데모(DEMO, 핵융합실증로)완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데모 건설을 위해 두 가지 블랭킷 기술(핵융합에너지의 열에너지로 전환 기술)을 ITER에서 테스트 할 예정이다."(토니 도네 유로퓨전 프로그램 매니저)

"미국에서는 NSTX와 같은 장치들을 운영해 핵융합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다. 2050년대에는 파워플랜트를 건설하는 계획을 갖고 있다."(스티븐 코울리 미국 프린스턴플라즈마물리연구소(PPPL) 소장)

인공태양 핵융합 상용화 기술 선점을 위한 과학선진국들의 행보가 구체화되고 있다.  지난 20일 코엑스에서 열린 'KSTAR 10주년 기념공동 인터뷰'에 참석한 미국, 유럽연합(EU), 일본 핵융합관계자들이 자국의 핵융합 현황과 정책에 대해 이 같이 밝혔다.

각국의 진행 과정은 조금씩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핵융합 상용화는 2050년께로 예상했다. EU, 미국, 일본은 한국과 같이 국제핵융합실험로(ITER) 건설 참여국. 핵융합 기술 선진국으로 평가된다. 이들은 "각국이 핵융합 연구에 협력하지만 상용화 기술을 선점하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면서 "무한한 원료, 적은 폐기물과 폭발위험이 없는 궁극의 미래에너지 중 하나인 핵융합이 인류에게 꼭 필요한 에너지원이 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日, 내년 대형 초전도 토카막 장치 설치 운행···연구 인력 양성 상용화 박차

일본이 2020년 설치를 목표로 하고 있는 JT-60SA개념도.<사진=핵융합연 제공>
일본이 2020년 설치를 목표로 하고 있는 JT-60SA개념도.<사진=핵융합연 제공>
핵융합 상용화를 위해 선진국 간의 협력과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는 가운데 일본은 EU와 BA(Broader Approach) 협정 체결 통해 2007년부터 ▲JT-60SA 건설 ▲IFMIF·EVEDA 건설 ▲DEMO 개념설계 및 기반 R&D 등 3대 과제 추진 중이다.

특히 내년에  완공되는 대형 초전도 토카막 장치 JT-60SA는 기존에 사용했던 JT-60U를 초전도 자석으로 업그레이드하는 것으로, KSTRA보다 2배 크면서 ITER의 절반정도의 크기로 구축된다. 도쿄 이바라키(茨城)현에 짓고 있으며 내년 3월에 모든 조립을 마치고 9월 첫 플라즈마를 발생시킬 예정이다. 

유타카 카마다 부소장은 "크기가 다 다른 KSTAR, JT-60SA, ITER 장치들의 융합과 활용이 핵융합에너지 상용화를 위한 공동연구의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일본이 핵융합장치를 지속적으로 업그레이드 하는 이유는 후배연구자 양성이다. 유타카 박사는 "일본은 차세대 연구진을 배출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연구 장비 구축도 매우 중요한 미션 중 하나"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2050년대 핵융합에너지가 상용화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며 "이를 위해 블랭캣 장치를 통합하는 것이 중요하기에 더욱 집중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美, 연구의 다양성···다채로운 핵융합연구

미국의 핵융합장치 NSTX-U. <사진=핵융합연 제공>
미국의 핵융합장치 NSTX-U. <사진=핵융합연 제공>
미국 역시 2050년대 파워플랜트를 만드는 건설하는 계획을 갖고 있다. 새로운 시설 건설보다 미국 상전도 토카막 핵융합장치인 NSTX와 같은 기존 장치를 운영해 핵융합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해외 선진장치를 적극 활용해 선행연구를 주도한다는 전략이다. 자국의 핵융합 실험로를 효율화하는데 자원을 집중하는 추세다. 

미국의 특징 중 하나가 토카막 외에도 레이저 핵융합 방식 등 다양한 방법으로 핵융합을 연구해오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토카막 방식에서 다양한 성과들이 나오고 있어 미국 연구진 사이에서도 많은 논의가 활발하다.

스티븐 코울리 소장에 따르면 레이저 핵융합은 핵융합 실험시설인 NIF에서 진행하고 있는데 토카막 방식보다는 좋은 성과를 보여주지는 못하고 있다. 그 외에 다른 방식들은 미국의 산업체를 중심으로 다양하게 시도 중이지만 현재 토카막이 1억도의 운전을 하는 정도라면 민간기업에서 진행하는 핵융합 프로그램들은 0.1억도 정도의 플라즈마 운전을 하는 정도다. 그는 "현재로서는 토카막 방식이 가능성이 가장 높은 방식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그는 2050년대 파워플랜트 건설에 대해 "블랭킷 기술이 매우 중요하게 부각될 것이지만 해당 연구를 일본이나 EU에 비해 많이 못한 것이 사실"이라며 "타국의 연구 과정을 참고하여 앞으로 더욱 심도 있는 연구를 수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EU 2050년 실증로 건설...블랭킷 기술 확보 매진

EU의 공동 핵융합실험장치 JET는 14개국과 공동으로 연구할 수 있는 장치다.<사진=핵융합연 제공>
EU의 공동 핵융합실험장치 JET는 14개국과 공동으로 연구할 수 있는 장치다.<사진=핵융합연 제공>
EU는 1977년 공동 핵융합실험장치 JET를 건설해 14개국과 공동연구를 진행 중이다. JET는 세계 최대 토카막으로 핵융합 연료인 중수소-삼중수소 혼합물로 운전할 수 있는 장치다. 특히 EU는 총 28개국과 함께 2050년 데모를 공동 건설한다는 목표를 가지고 유로퓨전 컨소시엄을 공식화했다.

앞으로 EU는 2050년 데모에 적용할 수 있는 최적의 방식을 찾기 위해 두 가지 방식의 블랭킷을 ITER에서 테스트할 예정이다. 토니 도네 매니저는 일본과 마찬가지로 "실증로 건설을 위해서도 블랭킷 기술을 확보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그는 2035년 이후 ITER에서 연소실험 후 상용화의 가능성을 높게 평가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그는 "이를 통해 실제 핵융합이 가능하다는 것을 확인하게 되면 정책관계자들도 핵융합에너지에 더 많은 투자를 할 것으로 보고 있다"며 "그 이후에는 예산을 확보하는 것도 더욱 수월해지고 더 많은 예산이 투입되면 핵융합 상용화도 가속화 될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국민의 세금을 이용한 연구인만큼 국민들에게 필요한 연구임을 설득시키는 것도 중요한 미션 중하나다. EU는 핵융합에너지 연구가 일반인들에게 와 닿을 수 있도록 대중홍보도 아끼지 않고 있다. 

토니 도네 매니저는 "토카막과 관련된 어플도 만들고, EU의 JET 연구 장치에는 1년에 약 1만명 정도의 학생들이 견학을 하는 등 대중과 관계를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면서 "그러나 다른 연구성과에 비해 핵융합 에너지 성과에 대해서는 대중의 공감대를 상대적으로 얻어내는 것이 어려워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 지 계속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韓, 대학 수준서 세계 선두로···"인력양성부터 핵융합 실증로까지 준비해야"

국내 핵융합 전문가들은 한국이 짧은 역사속에서도 빠른 성장을 이뤄냈다고 평가했다. 김영철·최원호 KAIST 원자력·양자공학과 교수는 대학 수준에서 머물러 있던 핵융합 연구가 KSTAR를 발판으로 세계 선두 반열에 올랐다고 강조했다. 

KSTAR 이전 국내 핵융합 연구는 국내 대학을 중심으로 연구가 이뤄졌다. 지난 1970년대 서울대 연구진이 국내 최초 토카막 실험장치인 'SNUT-79'를 만들었다. 이후 1980년대 원자력연에서 소형 토카막인 KT-1 장치를 만들었으며, 90년대 KAIST-TOKAMAK 장치 연구가 진행됐다.

90년대 중반 이후 핵융합 진흥정책이 추진되면서 KSTAR의 기초·공학 설계가 진행됐다. 애초 2002년 월드컵 즈음을 맞아 완공될 예정이었으나 IMF 사태 등으로 5년 연기된 끝에 2007년 완공됐다. 

최원호 KAIST 원자력·양자공학과 교수는 "한국이 빠른 시간내 상위권으로 도약하기 위해 이른바 '중간 진입 전략'을 사용하면서 기존 구리자석대신 초전도자석을 활용한 KSTAR를 구축하게 됐다"면서 "국내 연구진이 선진국 연구자보다 2~3배 노력하면서 70여개 참여기업과 함께 성과를 이뤘다"고 말했다.

현재 KSTAR는 전세계에서 가동중인 EAST(중국), 프랑스(WEST), 인도(SST) 대비 우수한 성능을 자랑한다. 인도 SST는 건설됐으나 실험을 하지 못하고 있다. 그만큼 핵융합 실험장치는 거대과학이고, 만만치 않은 기술이라는 의미다.

최원호 교수는 "KSTAR는 기존 장치중에서 완성도가 높고, 사고 없이 정상작동하고 있다"면서 "미국, 일본, 유럽 연구자들이 KSTAR에서 공동연구를 수행하기를 원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영철 교수는 "2000년대 초반 영국 유학 당시 동료들은 한국에 핵융합 시설이 없다며 귀국을 만류할 정도로 연구에서 뒤쳐졌다"라면서 "한국은 KSTAR를 발판으로 그 어떤 국가도 이뤄내지 못한 핵융합 실증로를 현실화할 가능성이 가장 높은 국가가 됐다"고 말했다.

한국은 KSTAR 건설부터 함께 하며 산업체의 기술력도 축적됐다. 플라즈마 기술을 활용한 파생기술도 반도체, 디스플레이, 식품, 의료 등 다양한 분야에 접목되어 활용되고 있다. 

다만 KSTAR 장치로는 삼중수소 실험을 수행하지 못한다는 한계점이 있다. 핵융합에너지는 원료로 중수소, 삼중수소를 활용하는데 이에 대한 실험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한국이 참여하는 국제핵융합실험로 ITER에서는 해당 실험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앞으로 이 장치를 활용해 실험이 이뤄져야 한다.  

핵융합에너지는 극한의 환경을 견딜 수 있어야 한다는 점에서 전문가들은 재료, 전기, 중성자, 초전도 기술 등 요소기술 발전, 타분야와의 협력, 인력양성을 해나가면서 핵융합 실증로 건설을 준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원호 교수는 "핵융합에너지는 미래에너지로서 핵융합 상용로 건설까지 이뤄내야 한다는 목적이 분명하다"면서 "아직까지 실증로 연구는 핵융합연에서 제한적으로 하고 있는 상황이나 앞으로 실증로 규모, 크기, 형상, 자기장 세기 등을 고려해 준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기술 외적으로 시급한 부분으로 인력양성을 꼽았다. 기술이 축적되고, ITER(국제핵융합실험로)를 활용해 실험도 추진되는 가운데 앞으로 이 과정을 함께하며 핵융합 실증로 건설까지 구현할 인력 확보가 절실하다는 것이다. 

최원호 교수는 "핵융합 연구의 성공을 위해 필요한 것은 투자와 인내"라면서 "연구 예산부터 인력, 규모 등 현실적 문제에 대한 개선이 이뤄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일본의 핵융합·플라즈마 커뮤니티는 한국과 비교해 10배 차이가 난다"면서 "한국이 KSTAR, ITER로 기술력을 확보하고 있는 만큼 앞으로 경험을 축적하며 한국에 실증로 건설을 이끌 연구 인력을 양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영철 교수도 "국내에 아직 핵융합 전문 학과가 없고, 학생들도 핵융합연구로 마땅히 갈 곳이 없는 것이 현실"이라면서 "인력양성과 연구의 선순환체계를 갖춰나갔으면 한다"고 말했다.

원자력, 재료, 소재 등 다양한 분야와의 협력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지속됐다. 핵융합 반응기뿐만 아니라 전기, 초전도, 극저온기술 등 다양한 분야 엔지니어링 기술이 결합될 필요도 있다.

최원호 교수는 "핵분열과 핵융합 반응물이 중성자"라면서 "국내 원자력 기술이 이와 관련해 세계적 수준이기 때문에 앞으로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영철 교수도 "중성자 연구, 핵융합 가열장치 분야 등에서 원자력과 핵융합 연구자의 연대가 강화돼야 한다"면서 "이와 함께 핵융합연구를 신재생에너지 분야에 포함해 고려할 필요성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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