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청년, 부탁해㊾]김선교 KISTEP 부연구위원, 평가분석본부서 기관평가 담당
합목적성과 공평함 추구···"과학자의 좋은 친구 될 것"

"수능만 5번 볼 정도로 진로 고민이 컸습니다. 실패한 인생이라고 생각했는데 경험들이 쌓이니 새로운 길이 열리더라고요." 

정책전문가와 번역가로 인정받고 있는 만큼 순탄한 길을 삶을 살아왔겠다는 예상과 달리 의외의 첫마디다. 요즘 핫 이슈인 드라마 'SKY 캐슬' 속 주인공이라도 된 것일까. 학생과 학부모 사이에 '재수는 필수, 삼수는 선택'이라는 말이 나오기도 하지만 수능을 5번이나 본 사연이 궁금해졌다.

반복된 입시 실패는 그에게 열등감으로 작용했다. 아버지의 사업 실패는 또 다른 열등감이 됐고 그에게 패배 의식을 안겨줬다. 그런 속에서도 그가 무너지지 않았던 것은 반복적인 도전 의식. 주저 앉기보다 작지만 새롭게 길을 만들어 간 노력들이 쌓였기 때문에 가능했다.

'과학청년 부탁해' 49번째 주인공은 KISTEP 평가분석본부에서 기관평가를 담당하는 김선교 부연구위원. 김 위원은 "엘리트가 아니더라도 실패해도 노력하면 길이 충분히 열릴 수 있다는 측면에서 제 이야기가 도움이 될 수도 있겠네요"라며 자신의 경험을 털어놨다. 

KISTEP에서 기관 평가 업무를 담당하는 김선교 부연구위원.<사진=강민구 기자>
KISTEP에서 기관 평가 업무를 담당하는 김선교 부연구위원.<사진=강민구 기자>
◆의학계열 진학 꿈꾸며 다수 입시 실패 경험···열등감 극복하며 공학자 길로

중학교 3학년 때는 정의로운 기자가 되고 싶다는 생각에 외고 진학을 꿈꿨다. 몇 문제 차이로 낙방하면서 일반고에 진학했다. 입시 실패의 시작이다.

문과를 원했던 그와 달리 부모는 그가 한의학, 의학 계열에 진학해 전문직에서 종사하기를 바랐다. 이과를 선택했다. 

고교 시절 성적은 운이 좋으면 의대를 갈 수 있는 수준을 유지했다. 하지만 수능 성적은 원하는 수준이 나오지 않았다. 수순처럼 재수를 했다. 그러나 재수 결과는 좋지 않았다. 부친 사업이 어려워졌고 진로 고민도 커졌다. 등록금을 적게 낼 수 있는 대학 건축과에 진학했다.

대학에서 건축학 수업을 들으면서도 입시 실패에 따른 우울감이 느껴졌다. 매일 도서관을 찾아 역사, 경제, 문학 책들을 읽었다. 대학생활도 온전히 즐기지 못했다. 2학기 때 학교에 가지 않고 세번째 입시에 도전했다. 나름 성적이 나왔지만 의대 진학은 실패했다.  

대학을 못 갈 수도 있다는 불안감까지 엄습했다. 의대 대신 그는 한양대 기계공학과에 입학했다.

집안도 경제적 여유가 없어 아르바이트를 하며 생활비를 벌어서 써야 했다. 대학에서는 재수, 삼수생 그룹(그들에게 미안하지만 나름 실패자 그룹이라고 생각)과 어울렸다. 대학 도서관에서 수능 공부를 하며 다시 수능을 봤다. 1% 이내 성적을 받았지만 의학계열 성적이 더 오르면서 네번째 실패를 겪었다.

기계과에서 전자전기컴퓨터공학부로 전과한 그는 2학년이 되며 스스로를 인정하고 학교에 적응하는데 집중했다. 1학년 때 같이 수능을 준비했던 소위 재수 그룹도 해체됐다. 군복무를 하며 영어를 배우고 싶다는 생각에 카투사도 지원했지만 선택받지 못했다.

여름 방학 무렵 마지막으로 모의고사를 봤다. 좋은 성적이 나왔다. 혹시나 하는 생각에 다시 수능에 도전했다. 5번째 수능은 결과에 상관없이 인정하기로 다짐했다. 수험생으로 살아 온 과거와 단절하겠다고 생각했다. 결과는 좋지 못했다.  더 이상 수능에 미련을 두지 않기로 마음 먹었다.

3학년이 되면서 비로소 공대생으로 정체성을 찾았다. 그동안 반복된 대학 입시 준비 덕분에 성적은 좋았지만 아는 것이 없었다. 부족함을 채우기 위해 대학원 진학을 준비했다. 막연히 경제, 경영과 전자전기 분야를 아우르는 분야를 원했다.

대학원에서는 고민 끝에 윤용태 서울대 전력경제연구실 교수의 지도를 받았다. 윤 교수의 '우리 연구실은 답을 찾지 않고, 방향을 고민한다'는 것과 '전기과 유일의 인문사회 영역과 결합된 전공'이라는 설명에 주저없이 대학원에 진학했다.

대학원은 그가 잘하는 것을 찾기보다 자신의 부족함을 깨닫는 시간이 됐다. 김 부연구위원은 "연구자는 한 분야에 집중해서 깊게 나아가야 하는데, 세부 전공분야에서 다양한 분야에 관심이 있었다"면서 전력산업의 다양한 분야 프로젝트를 경험하면서 스스로 연구자보다 정책, 기획에 가가운 기질과 재능이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석사를 마친 후 박사 과정을 이수할 자신은 없었지만 교수 설득으로 박사과정에 진학했다.

박사 과정에서도 방황은 지속됐다. 학교 내 투자연구회에 가입해서 여러 산업을 분석하고, 보고서를 썼다. 주 3일은 밤을 새며 연구할 정도로 흥미를 느꼈다.

박사 2년차부터 연구로 돌아오니 부족한 점이 많았다.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가지면서 상대적으로 논문 작성법을 제대로 익히지 못했기 때문이다. 김 부연구위원은 "결혼도 하게되고 졸업논문 주제도 바뀌게 되면서 박사 과정이 길어졌다"면서 "힘들고, 한계를 느끼는 순간들이 많았다"고 토로했다. 

과정 끝에 학위는 '전력시장 설계'로 받았다. 김 부연구위원은 "전력산업의 미래 방향과 이에 부합하는 시장을 설계한 경험은 현재 과학기술 영역에서 어떤 정책을 기획하고, 어떻게 과학기술 R&D 기관이 발전할 수 있을까를 생각하는데에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어려움 겪을 때마다 독서···"과학자가 더 좋은 연구하도록 지원"

"인생의 어려움은 모든 변화 과정에 있었습니다. 입시생활을 종료하기로 결심했던 과정, 박사 졸업 과정, 회사를 옮기기로 결정했던 과정 모두 어려움이 있었죠. 그때마다 독서하며 스스로 생각을 정리했습니다."

학위 후 그는 한전 경제경영연구원을 거쳐 KISTEP에 합류했다. 아직 김 위원에게 롤모델은 없다. 다만 자신의 분야에서 '올바른 역할'을 하는 사람이 되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자신의 판단이 과학기술계에 누가 되지 않도록 스스로 경계하고 조심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 위원은 독서를 즐긴다. 스스로 돌아보고, 남의 생각을 읽을 기회를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읽는 책 분야도 가리지 않는다. 과학기술, 에너지, 철학, 경영, 경제에 두루 관심이 있다. 최근에는 페이스북, 유튜브, 블로그 등 다양한 채널에서 지식을 얻는다.

지난 2년 동안 '에너지 전환, 전력산업의 미래' 책을 번역했고, 최근에는 'The Grid'라는 책도 번역하고 있다.

김 위원은 자신을 에너지 분야 전문가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다만 전체적인 틀에서 전력 산업계나 에너지산업계가 미처 보지 못하는 시야를 제공할 수 있다고 자신한다. 전공분야 서적과 논문을 꾸준히 읽고 과학기술 분야에서 알게 된 새로운 지식을 활용해서 전체 사고의 틀을 확장시키겠다는 의지도 갖고 있다. 

KISTEP에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소속 기관의 평가 업무를 맡고 있는 그에게 '평가'는 기관 발전을 위한 개선책과 미래방향성을 수립하기 위해 고민하고 노력하는 과정이다.

김 위원은 "평가에서 중요한 덕목은 합목적성과 공평함"이라면서 "자신의 성향이나 가치관에 따라 평가의견을 유도하기 보다 목적에 부합하는 절차적 타당성을 갖고, 좋은 연구가 지속될 수 있는 기반을 만드는데 기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 위원은 "KISTEP에서 제 역할과 비전은 과학기술자의 좋은 친구가 되는 것"이라면서 "적어도 민폐를 주지 않는 올바른 역할 수행자로서 과학자가 더 좋은 연구를 할 수 있는 방향을 고민하겠다"고 덧붙였다.  

◆김선교 KISTEP 부연구위원은?
서울대 전력시스템·경제 연구실에서 공학 박사학위를 받고, 한국전력공사에서 선임연구원으로 근무했다. 현재 KISTEP 기관평가팀에서 과학기술 일자리 정책 수립 관련 업무 등을 담당한다.  

김선교 KISTEP 부연구위원은 학업, 사회생활 과정에서 실패를 겪어도 다양한 기회를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젊은 과학은 열려있다'라고 적었다.<사진=강민구 기자>
김선교 KISTEP 부연구위원은 학업, 사회생활 과정에서 실패를 겪어도 다양한 기회를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젊은 과학은 열려있다'라고 적었다.<사진=강민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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