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체험기31]글 : 문승진 ETRI 선임연구원

지금은 그립기만 한 7월의 뜨거운 태양을 필자는 프롬투정보통신에서 맞이하고 있었다. 본래 프롬투정보통신의 사장님은 ETRI에서 연구원으로 활동하던 인재 중의 인재였다. 1999년 프롬투정보통신을 창업한 이래 네트워크, 통신 관련 제품을 생산해 오며 기반을 다지고 있었다.

최근에도 몇 가지 신제품을 개발해 출시를 앞둔 상태로, 이들 제품에 혹시라도 남아 있을 문제점을 찾느라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었다. 그 해결책을 찾는 과정에서 필자에게 도움을 요청한 것이다.

필자가 졸업 후 맞은 첫 직장은 ETRI다. 연구소에서만 일해 온 터라, 이번 중소기업 파견 체험이 좋은 경험으로 남지 않을까 하는 기대로 흥분되고 있었다. 하지만 주변의 많은 선후배들이 창업이나 때로 이직을 통해 살아가고 있는 치열한 산업 현장으로 뛰어든다는 점은 약간의 두려움으로 남아 있었다.

삶이 그렇듯이 언제나 위기와 희망은 함께 공존하는 법. 무서움에 떠느니, 혹시 모를 위험을 감수하며 떠나는 미지의 세계로의 모험이 더 의미 있을 듯했다.

아직 한창 일할 나이이고, 젊은 패기로 가득 차 있는 데 무엇이 무서우랴. 프롬투정보통신은 서울과 대전에 각각 사무실과 연구소를 두고 있는 기업으로, 보안 관련 장비를 개발·생산하고 있다. 인력이나 매출 면에서 제법 규모를 갖추고 있고, 제품 양산을 위한 시설도 잘 마련되어 있는 등 자타가 공인하는 우량 기업이다.

필자의 역할은 프롬투정보통신 직원들에게 하드웨어 설계에서부터 기능의 오류를 찾고 그 원인을 밝히는 디버깅(debugging) 노하우 전수에 있었다.

그리하여 필자는 방문 첫날부터 프롬투정보통신의 다양한 제품을 살펴보며, 기업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개발 회의에까지 참석할 수 있었다. 그 가운데서도 10G급 전송 보안 장비를 전담하기로 했다. 하드웨어 설계, 디버깅 문제 등을 풀어 가며 노하우를 전수하는 식이다.

그 과정에서 요즘 새로이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는 프로세서도 접할 수 있었다. 연구원에서 좀체 사용할 기회가 없던 터라 새로운 툴(tool)도 익힐 수 있었고, 필자의 전공 외에도 다른 분야로까지 눈을 돌릴 수 있었다.

아직 개발 단계에 있지만 끊임없이 변하는 시장의 요구에 적절히 대응하기 위해 새로운 사양에 적용하며 문제점은 없는 지 검토해야 했다. 당연히 연구진들 모두가 밤샘 작업을 수없이 되풀이해야만 했다.

5개월 동안 밤낮으로 애쓰며 개발했던 제품들은 고스란히 필자의 자산으로 남아 있다. 격의 없이 대화하며 신기술에 대한 거친 토론을 일삼았던 연구원들, 시장 경험이 부족한 필자에게 다양한 조언을 아끼지 않았던 많은 프롬투정보통신 선후배들은 지금도 그리운 대상으로 남아 있다.

문득 지난 1994년 처음 연구원에 발을 디디며 밤을 지새웠던 무수한 날들이 주마등처럼 떠오르고 있다. 기술적 난제로만 여겼던 문제들이 실타래 풀리듯 해결될 때 찾아오는 기쁨과 희열을 함께 느꼈던 동료들의 얼굴들이 겹쳐지고 있었다.

잠시나마 잊고 있었던 열정과 야성이 조금씩 회복되는 느낌이다. 프롬투정보통신을 떠난 지 두 달 가까이 지났지만 지금도 회식 때마다 연락이 오는 것을 보면 파견 기간 5개월 동안의 흔적이 밉상으로 남아 있지는 않은 모양이다.
 

문승진 ETRI 선임연구원은.

대학에서 자동 제어 및 로보틱스를 전공한 필자는 1994년 '페트리 네트를 이용한 자카드머신 컨트롤러의 설계'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졸업과 동시에 ETRI에 입사하면서 ATM 교환기 개발, 광가입자망, All-IP 기반 통합 네트워크 서비스 제어 기술을 개발하는 등 주로 네트워크 관련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 혹시 대덕넷 콘텐츠를 활용하고 싶은세요? 콘텐츠를 무단으로 복제하거나 상업적인 목적으로 사용할 경우 저작권법에 의해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콘텐츠를 다른 사이트나 인쇄물에 사용하실 경우 대덕넷에 문의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042-861-5005.
저작권자 © 헬로디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