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권영수 ETRI 선임 연구원

권영수 연구원<사진=ETRI>
권영수 연구원<사진=ETRI>
코아리버는 MCU(micro-controller unit)를 기반으로 다양한 제품을 생산하는 중소기업이다. 칩 하나에 프로세서, 메모리, 입출력 장치를 모두 갖춘 MCU는 자동차에서 장난감에 이르기까지 쓰이지 않는 분야가 없을 정도로 유용한 존재가 아닐 수 없다.

전 세계 시스템 반도체 시장에서 프로세서 또는 MCU 관련 산업이 차지하는 규모는 200억 달러에 이르는데도 우리나라에 관련 기업이 3~4개에 지나지 않다는 현실은 안타깝기만 하다. 코아리버는 2002년 Turbo 80C52 기반의 MCU를 자체 개발해 프로세서 시장에 뛰어든 우리나라에서 보기 드문 유망 기업이다.

창업 당시 자동차, 보안, 가전 기기 등에 들어가는 소형 프로세서를 만들기 위해 MCU 제품의 양산을 시작했다. 최근에는 터치 센서 제품으로까지 확대 적용해 연간 70억 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ETRI는 시스템 반도체의 핵심 부품인 프로세서 관련 연구를 4년째 하고 있다. 그 가운데 필자는 디지털 신호 처리 기능을 높이는 DSP 프로세서 코어를 개발하고 있다.

DSP는 '디지털 시그널 프로세서(Digital Signal Processor)'의 약자로, 아날로그 신호를 디지털 신호로 변환하여 디지털 연산과 디지털 신호를 처리하는 신호 장치를 의미한다. 음성, 화상, 모뎀 등의 효율성을 높여 주어 SoC(System-on-Chip) 반도체 개발에 응용되는 기술이기도 하다.

코아리버에서는 프로세서 관련 사업을 확장하기 위해 ETRI의 DSP 프로세서 코어를 검토해 2009년부터 공동으로 개발을 시작했다. 그 뒤 사업성을 타진한 코어리버는 DSP 코어를 도입했고 제품 개발을 위해 ETRI에 도움을 요청한 상태다.

필자는 ETRI의 DSP 코어를 코어리버의 주변 장치 및 터치 센서와 통합된 'DTC10'이라는 칩에 적용하는 역할을 맡았다. 단일 칩 집적에서 DSP 코어 기술, DSP 컴파일러 기술, 각종 주변 장치와의 통합·검증 등은 대부분 필자의 몫이었지만, 그밖에 양산 제품에서 중요한 요소인 테스트, 아날로그 IP 집적 등의 업무는 코어리버의 엔지니어와 함께 진행했다.

개발과 생산의 업무는 나뉘어져 있었지만 최종 양산(Mass Production) 과정은 공동 작업이었다. 오늘날 우리나라 반도체 분야 중소기업들은 5~50명 정도의 직원을 기반으로 저가 칩 개발에 앞 다투어 경쟁하는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코아리버는 독자적으로 MCU 코어뿐 아니라 ETRI의 DSP 코어를 도입하면서 프로세서 관련 사업에서 성공 가도를 달리고 있다. 독특한 자체 기술을 개발해 독보적으로 시장을 공략하는 모습은 여느 기업들이 배워야 할 자세가 아닐까 싶다.

그간 ETRI는 연구를 통한 제품을 개발할 때 '시제품' 단계의 결과물을 내놓는 정도에서 멈추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것은 실제 업계 상황과는 조금 엇박자를 이루고 있다 하겠다. 그렇다고 연구소에서 양산 제품을 개발하는 것도 본연의 임무에 어울리는 행보는 아닐 터다. 애초에 중소기업과 공동 연구를 통해 양산 제품을 개발하는 제도가 ETRI와 중소기업의 성공을 위한 협력이 아닐까. 기술 이전의 의미를 좀 더 폭넓게, 그리고 다각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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