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이! 김 사장! 왼발 올리고....오른손 뻗어봐요. 그렇지! 조금만 더......" "땡땡땡...와∼∼∼" 26∼27일 양일간 개최된 '2002 대덕밸리 CEO 워크숍'의 프로그램 가운데 하나인 챌린지 코스 '암벽등반'의 풍경이다.

우리정도 장태순 사장은 날렵한 몸놀림으로 10m의 암벽을 올라 종을 두들겼다. 밑에서 '장태순', '화이팅' 등을 소리높여 외치며 지켜보던 팀원들은 환호를 보냈고 이에 장사장은 화답하듯 멋진 포즈와 함께 '야 -호, 기분 쬐집니다'라고 내질렀다. 이렇듯 대덕밸리 CEO들은 어느새 하나가 되어 가고 있었다. 이들은 동료 CEO가 성공해내면 큰 박수를 실패해도 위안과 격려를 아끼지 않는 등 탄탄한 팀워크를 형성해 나갔다.

엔바이오의 서정인 소장은 "비록 종을 치지 못하고 내려 왔지만 팀원들의 성원이 있었기에 최선을 다할 수 있었다"며 팀원에게 감사를 표시했다. 서 소장은 자신에 이어 암벽등반을 하고 있는 나노신소재 고영표 이사를 향해 힘찬 박수와 이름을 외쳤다. 

인근의 '벽을 넘어서'라는 코스에 모인 '대덕'팀. 대덕밸리 맏형 임채환 사장을 비롯 에이스랩 김광영 사장 등 대덕밸리 노익장(?)들이 대거 포진해 있었다. 이들은 벌써 나이를 잊은채 10m가량의 나무벽을 넘기 위해 전략회의를 나누고 있었다. "나와 이 사장이 밑에서 받칠테니. 김 사장이 올라가 또 하나의 무등을 만들어요. 그런 다음에 이 팀장이 올라가는 방법으로 벽을 넘어 봅시다." 5분가량의 회의 끝에 나온 전략이다. 1층과 2층을 만들고 가벼운 이 팀장이 올라 팀원들을 계속 끌어올리는 방법이다. 무게가 나가는 팀원 4명이 맨 밑을 받치고 그 팀원 등을 2명의 CEO들이 올라가 또다른 무등을 만들자 이 팀장은 가볍게 벽을 넘을 수 있었다. 자신들의 계획이 성공하자 '대덕'팀은 더욱 바쁘게 몸을 움직였다. 예상시간을 15분으로 정했기 때문이다.

계속해서 밑에선 받쳐주고 위에선 땡겨 벌써 팀원의 절반이 넘는 사람들이 벽을 넘어 갔다. 하지만 예정시간을 넘은 관계로 '벽을 넘어서' 코스는 성공하지 못했다. 그래도 팀원들의 사기를 꺾을 수 없었다. 서로의 몸을 털어주고 어깨를 주무르며 이들은 '다른 코스에서 꼭 성공하자'며 외친 뒤 다음 코스로 향했다.

챌린지코스 중 가장 어렵고 험난해 실패률이 가장 높다고 악명높은 '통나무 점프' 코스. 조교의 설명을 들은 뒤 바이오알앤즈 조성복 사장이 나섰다. 9m 높이의 난간을 올라가 점프를 해서 2.5m앞에 있는 봉을 잡아야 성공하는 것이다. 조 사장이 엉금엉금 난간을 올라가는동안 팀원들은 '조성복, 힘내라'를 연신 외쳐대며 용기를 복돋았다. 발판이외에는 아무의지할 것 없이 없어 사람 겁주는 허공에서 조 사장은 한참동안 바로 서지 못했다. 그럴수록 팀원들은 외침은 더욱 높아갔고 작정을 한 듯 조사장은 자세를 바로 할 수 있었다.

조교의 구령과 함께 점프를 한 조사장은 그네봉을 잡을 수 있었다. 조사장은 먼 산을 바라보며 팀원들에게 감사의 표시로 멋진(?)포즈를 취하는 여유를 보였다. 내려오자마자 팀원들의 격려를 받은 조사장은 연신 팀원들과 하이 파이브를 하며 즐거워했다. 조사장은 "불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했으나 팀원들의 격려가 있어 성공할 수 있었다"면서 "꼭대기에서 내 마음이 흔들리자 통나무가 흔들렸고,긴 호흡과 과단성이 봉을 잡게했는데 이러한 것을 사업하는 한 교훈으로 삼겠다"고 피력했다. 챌린지코스를 모두 마친 대덕밸리 CEO들은 소폭히 쌓인 눈을 뭉쳐 서로에게 던지는 등 어린시절에 했던 '눈싸움'을 하는 진풍경을 연출했다.

대덕밸리 CEO 네트워크 에피소드 우리 같이 한 번 해봅시다

"황 사장, 그 기술 갖고 있어요? 우리 같이 한 번 해 봅시다." 평소 기술적인 문제로 고심해오던 아이티의 신임CEO 서승관 사장은 대덕밸리 CEO워크숍 1일차 마지막 프로그램인 '네트워크의 시간'에서 만난 충남 천안의 실텍 황인성 사장의 두 손을 꼭 잡았다. 실텍과 아이티는 모두 광송수신 모듈에 관한 기술을 갖고 있다.

아이티 서승관 사장은 "실텍의 황 사장이 우리가 그간 고심하던 기술을 갖고 있다는 말에 술이 확 깼다"며 "실텍과 아이티가 서로 협조해 간다면 상당한 시너지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텍의 황인성 사장도 "지금은 우리 기술을 필요로 해서 만났지만 앞으로 아이티의 고급 기술도 배울 것이 많을 것 같다"며 "더구나 코스닥 등록회사인 만큼 마케팅과 영업, 재무 등에서 도움을 받고 싶다"고 밝혔다. 한편 CEO들은 삼삼오오 모여 자신과 회사소개를 하고 술잔을 주고받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미끄러운 길도 문제없다

"길 미끄러운 게 대순가요?" 예상보다 많은 눈이 내린 26일. 워낙 바쁜 일정탓에 출발과 복귀를 함께 하지 못한 CEO들이 많았지만 그들에게 미끄러운 길 따위(?)는 문제되지 않았다. 서울에서의 교육탓에 26일 저녁 10시쯤에서야 겨우 도착한 도담시스템스의 엄영준 사장은 "경부고속도로가 막혀 중부고속도로로 왔는데도 3시간여가 걸렸다"며 "비록 모든 일정을 함께 하지는 못했지만 동료CEO들과 어울렸다는 것만으로도 얻은 것이 많다"고 말했다. 엄 사장은 '네트워크 시간'에 굵직한 중저음으로 'My way'를 동료 CEO들과 어깨동무한 채 멋들어지게 불러 많은 박수를 받기도 했다.

27일 오전의 미팅 약속으로 눈 내리는 새벽에 서둘러 대전으로 돌아오는 이들도 있었다. 이경수,구본탁,김광영,이상지 사장 등 4인은 새벽 2시쯤 대전으로 내려가면서 "더 함께 있으면서 우정을 다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아쉽다"며 "훗날 다시 만나면 꼭 술 한 잔 하고 싶은 CEO들을 점찍어 놓고 간다"고 밝혔다.

◆ 톡톡 튀는 디오 김태현 사장

술잔이 오고가면 노래가 흘러나오는 것은 당연지사. 워크숍 '네트워크의 시간'에서도 이 법칙은 깨지지 않았다. 대부분의 CEO들이 이른바 '뽕짝'이나 '발라드'를 부른 반면 디오의 김태현 사장은 신나는 댄스음악으로 분위기를 주도하기도. 특히 김 사장은 워크숍 참가전 2인 1실의 방배정을 두고 색다른 주문을 하기도 했다. 밤에 신체조건상 큰소리를 내는 만큼 룸 메이트를 방해하지 않도록 반드시 독방을 달라는 것. 하지만 다음날 여명이 밝을 때까지 계속된 네트워킹 자리로 인해 이런 주문도 별반 도움이 되지 않았다는 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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