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라 코리아!-기업탐방]국내 최대 태양전지용 잉곳생산 '웅진에너지'

먼지 하나 없는 깔끔한 공장 내부. 푸른색 작업복을 입은 직원들이 잉곳(Ingot:금속 등을 녹인 뒤 주형에 넣어 굳힌 덩어리) 성장 장치(그로워)를 확인하고 있다. 그로워마다 설치된 디스플레이를 통해 모든 상황들을 한 눈에 볼 수 있다.

잉곳을 뽑아내는 주형(鑄型) 안은 1420도의 상상도 못할 만큼 뜨거운 열기로 가득 차 있지만 공장 안은 여유롭다. "한 사람이 한번에 8대의 장비를 볼 수 있도록 동선(動線)을 고려해 공장을 설계했습니다. 다른 공장들은 일인당 5대까지, 중국은 1대를 맡고 있죠. 웅진에너지의 일인당 생산성은 그만큼 뛰어납니다." 유학도 웅진에너지 대표의 설명에 자부심이 묻어난다.

유 대표는 태양전지 생산업체인 미국 썬파워(SunPower)사의 부사장으로 재직하며 전 세계 잉곳 생산 회사를 직접 둘러봤다. 당시에 파악한 타 회사의 장단점은 웅진에너지 공장을 설립할 때 모두 반영됐다. "잉곳의 길이는 바로 생산성을 가늠하는 척도입니다. 일본이 썬파워에 공급하는 것은 95cm이고, 유럽 공장의 최대 길이도 1.2m입니다. 웅진에너지는 유일무이하게 1.8m의 단결정 잉곳을 한번에 만들어냅니다." 유 대표는 이러한 경험과 정보를 바탕으로 웅진에너지의 잉곳 생산 기술력을 '세계 최고'라고 확신한다.

◆썬파워를 놀라게 한 생산력…비결은 '기술'
 

▲태양광 분야 연구·경영 전문가인 유학도 웅진에너지 대표 ⓒ2008 HelloDD.com
"실리콘 잉곳은 형상 안에서 조건이 계속 바뀌기 때문에 같은 조건을 줘도 다른 결과가 나옵니다. 태양전지를 만드는 실리콘도 작은 변화에도 미세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정확히 설계된 장비와 고도의 기술이 필요합니다." 실리콘 잉곳은 원재료인 폴리실리콘을 녹여 원기둥 모양의 결정을 만드는 것. 태양광전지 셀은 잉곳을 다시 얇게 절단해 만든 웨이퍼로 만들어 진다.

웅진에너지가 다른 곳보다 긴 잉곳을 만들 수 있는 것은 화학공학을 전공하고 삼성에서 반도체 관련 프로젝트를 진행한 실리콘 전문가 유 대표가 직접 설계한 장비 덕이 크다.

유 대표는 "잉곳의 모든 품질이 장비에서 결정된다"며 "잉곳을 길고 빨리 당기는 모든 기술이 다 여기에 들어있다"고 설명한다. 유 대표는 장비 제작업체에 디자인한 장비 제작을 주문, 장비가 들어오면 일주일간 조립 과정을 통해 직접 조건을 잡는다.

웅진에너지는 단 2번의 테스트로 조건을 잡아 바로 실제 제품 생산에 들어갔다. 덕분에 지난해 썬파워에 약속한 공급 물량이었던 18톤의 2배가 넘는 37톤을 보내줬다. 지난 해는 52억원 적자를 예상했으나 27억원으로 줄어들었다.

투자 초기이다 보니 어느 정도 출혈을 감안했지만 벌써부터 수율이 눈에 띄게 좋아지고 있는 것이다. 웅진에너지는 올해 3월 흑자로 전환됐다. 소재 공장이 대부분 생산 3년차부터 실질적 매출을 발생 4~5년 지나야 흑자가 되는 것을 생각하면 놀라운 기록이다.

웅진에너지는 나스닥에 상장된 태양전지 셀(Cell)과 모듈(Module) 제작업체인 썬파워와 웅진그룹의 합작회사(joint venture)이다. 생산한 잉곳 전량을 썬파워사에 공급한다. 웅진에너지가 창립된 데는 유 대표의 공이 크다.

유 대표는 썬파워사의 부사장으로 재직하며 잉곳의 50% 정도를 자체 공급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회사에 제의했다. 이에 회사측은 잉곳 생산 공장을 인건비와 전기료가 저렴하다는 이유로 중국과 필리핀에 지으려 했지만 유 대표는 "중요한 것은 기술력"이라며 한국을 고집했다. 그는 "생산 기술력이 5%만 향상돼도 인건비나 전기료는 문제가 아니다"라며 "기술과 전기 안정성 등을 생각할 때 한국에 짓는 것이 최적"이었다고 강조한다.

웅진에너지는 6월이면 그로워가 32대에서 64대가 되며, 2009년 2월이면 128기까지 늘어나 국내 최대 규모의 공장을 갖추고 생산에 들어간다.

◆'에너지 절감'과 '친환경'도 주요 특징…"전기절약으로 마음가짐 다져"
 

▲ 웅진에너지가 생산한 첫번째 잉곳 ⓒ2008 HelloDD.com
유 대표는 장비 설계 뿐 아니라 다른 공정도 전부 직접 디자인했다. 웅진에너지는 3000톤 규모의 수축열조를 설치해 비교적 가격이 저렴한 심야전기를 축적, 낮에 사용하며 냉각수 역시 적게 사용할 수 있는 시스템을 적용했다.

생산된 잉곳을 절단·가공해 웨이퍼를 제작하는 공장에서도 하루에 300톤 이상 배출되는 폐수를 재활용하도록 설계했다. 잉곳을 절단하며 나온 실리콘 톱밥과 가루는 원심분리기를 통해 회수, 재판매하거나 재생해서 쓴다. 또 잉곳 가공 장비도 자동화돼있어 한 사람이 6대를 볼 수 있다.

모든 과정에서 화공약품을 하나도 안 쓰는 '케미컬프리(Chemical free)' 공정이라는 것도 장점 중의 하나다. 유 대표는 "태양광에너지의 장점이 친환경인 것인데 생산 과정에서 환경을 더 오염시켜서는 청정에너지가 될 수 없다"며 "깨끗하고 효율적으로 생산하기 위한 설계를 바탕으로 전력 소모, 냉각수 낭비 등을 최소화하고 있다"고 말한다.

웅진에너지에서 인상적인 것 하나는 건물 안 복도의 전등이 모두 꺼져있는 것. 유 대표에게 이유를 물으니 "우리가 잉곳을 생산하며 전기를 워낙 많이 쓰니 조금이라도 아끼려 노력한다"며 "전등이나 히터를 잠깐 끈다고 큰 절약효과는 없을지라도 그러한 마음가짐이 중요하다"고 설명한다.

국내 최대 규모, 최대 생산량을 자랑하는 웅진에너지는 뛰어난 기술과 친환경적 공정, 섬세한 경영 등을 무기로 기술진입장벽이 높은 소재 분야에 진출, 국내 태양광산업에 청신호를 켜고 있다.

▲대덕테크노밸리에 자리한 웅진에너지 본사·공장 건물 ⓒ2008 HelloDD.com

 

▲웅진에너지 회사 안쪽에는 태양광발전시스템이 설치돼 있다. ⓒ2008 HelloD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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