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력 갖춘 기업포진…'R&D 차별화'로 태양광산업 이끌어야

"태양광산업이 신성장 동력으로서 제대로 역할하려면 연구개발을 통한 차별화 아이템이 필요하다. 대덕특구는 대구·광주 등 타 지자체에 비해 R&D 기반이 강하다는 점에서 강점을 갖고 있다." 대덕특구에서 출범한 '한국태양광기술사업화연구조합(이하 태양광연구조합)'에 참여하고 있는 김성은 삼성전기 과장의 말이다.

태양광연구조합은 국내 대기업과 정부출연연구원, 벤처기업, 투자·컨설팅 업체 등이 대거 참여, 태양광 관련 공동 기술 개발과 사업화를 추진하는 단체. 대덕의 R&D 역량에 주목, 전국 각지에서 기업들이 참여했다.

태양광연구조합에 참여한 업체들은 "비록 빠른 추세로 발전하고 있지만 태양광산업은 선진국도 기술개발과 시장성을 갖추는데 30년 이상이 걸릴 만큼 장기간 개발과 투자가 필요하다"며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R&D가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들은 우리나라 태양광산업은 현재 선진국인 일본·독일 등과 비교할 때 기술 격차가 현격하지만 대덕특구의 R&D 역량이 산업으로 연계된다면 과거 반도체와 LCD 분야에서 펼쳐졌던 역전 시나리오가 태양광산업에서도 펼쳐질 수 있다고 믿고 있다.

◆특구기업들 '약진(躍進)' 돋보여…"태양광산업 메카 되나?"

대덕특구에 생산·연구 기반을 둔 태양광 기업들의 약진이 계속되고 있다. 대덕테크노밸리에 생산 공장을 두고 있는 국내 최대 태양광발전 모듈 생산 기업인 에스에너지는 자사의 모듈이 이달 초 해외 인증을 통과했다. 에스에너지는 국제 인증 조건을 연달아 획득해 CE(유럽공동체 표준규격제도)마크를 확보하게 됐다. 이로써 기술의 신뢰성이 입증되면서 모듈의 경쟁력이 크게 강화돼 국내 시장은 물론 해외 수출 전망도 더욱 밝아졌다.

이러한 시장 확대에 발맞춰 에스에너지는 현재 30억원을 투자해 100MW(메가와트)급 신규 공장 신설에 들어갔다. 2009년 초 제2공장이 완공되면 태양광발전시스템 설치부문 국내 시장 점유율 1위를 넘어서 해외로도 제품 매출이 큰 성장을 보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국내 최대 태양전지 잉곳·웨이퍼 생산업체인 웅진에너지는 잉곳 생산 설비를 대폭 증설한 데 이어 잉곳 생성의 원재료인 폴리실리콘 사업에 대한 진출도 꾀하고 있다. 전 세계 시장의 폴리실리콘 공급 부족 현상이 2010년 이후까지 계속됨에 따라 폴리실리콘 확보가 태양광산업의 중요한 요소가 됐기 때문이다.

현재는 잉곳·웨이퍼만 생산하지만 향후 태양전지 공정 전체를 소화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웅진에너지는 우선 상반기 중 폴리실리콘 사업에 대한 구체적 계획을 내놓을 생각이다. 웅진에너지는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만큼 신중하게 진행하지만 계획 수립 후에는 공격적으로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태양광 모듈 생산 벤처기업인 모인에너지도 논산 장전리에 생산단지 착공을 준비 중이다. 이번 달 안에 착공에 들어가는 생산단지에는 생산설비와 이용시설을 함께 볼 수 있도록 테마파크 개념을 도입할 예정이다.

내수보다 아랍에미리트연합(UAE)·파키스탄·러시아 등 해외 시장 진출에 주력하고 있는 김석종 모인에너지 대표는 "직접 눈으로 확인하길 좋아하는 해외 바이어들에게 생산설비에서 부터 실제적으로 활용되는 모습까지 한 곳에서 보여줘 마음을 사로잡을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국내 업체들이 사용하는 태양전지 셀은 모두 수입이라 모듈 제조 생산 공정은 거의 균일하다"며 "다른 업체들과 차별성을 갖기 위해 신축되는 공장에 솔라셀 팹을 건설해 경쟁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김 대표는 "최근 대덕특구의 태양광 기업들이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며 "현재는 서로 간에 사업적 연계가 약하지만 언젠가는 특구 안에 공급망이 구축돼 모든 태양광산업 공정이 특구에서 이루어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신규 진출 러시…"과도기 기술개발, 인력수급이 선결 과제"

"LCD 관련 사업을 하고 있는데 태양광 산업으로의 확장을 꾀하고 있다." "건축·설비 분야 일을 하고 있다. 인버터 시스템 설비에 관한 것을 배우려고 왔다." "태양광 발전소 설립 신청을 해놓은 상태다. 모듈의 가격 변동이나 모듈 배치의 최신 정보를 알고 싶어서 왔다."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이 주최한 태양광 전문인력 양성 프로그램이 태양광 산업에 진출하고자 하는 기업들의 열기로 뜨겁다.

태양광발전 시장이 2010년이면 세계 메모리 반도체 시장 규모를 뛰어넘는다는 분석과 함께 새 정부가 현재 0.8%의 신재생에너지 분야 세계시장 점유율을 2012년까지 5%로 끌어올리기 위해 지원을 강화할 것을 밝혔기 때문이다. 이에 대덕특구와 중부권의 기업 뿐 아니라 서울·인천·성남·양주·오창 등의 다양한 지역의 기업들이 태양광산업 진출을 계획하고 있다. 하지만 태양광산업이 기업들의 믿음처럼 '제2의 반도체' 혹은 '황금알을 낳는 사업'으로 발돋움하기 위해서는 풀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

특히 기술의 해외의존도가 높아 사업화를 위한 국산 기술이 필요하며, 관련 R&D 인력도 부족하다. 송규섭 에이팩 대표는 "태양광 쪽에 관심을 가지고 있지만 현재 대덕의 연구개발은 사업화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며 "사업화를 위한 과도기적 기술개발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 한 태양광사업 관계자는 "국내 대학 가운데 태양광기술 전공자를 채용할만한 곳은 몇 개 대학의 극소수 졸업생들이 전부"라며 "태양광반도체 등 전문학과 개설과 해외 교수진 초빙 등의 교육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대덕특구의 태양광 분야 관계자들은 새로 출범한 지식경제부가 연내 발표할 신재생에너지 산업 육성을 위한 10년 종합 계획이 기존에 시행되던 '발전차액지원제도(태양광발전 전력 전량을 사주는 제도)'를 넘어 산·학·연·관을 아우르는 근본적인 종합육성계획이 되길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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