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윤리' 확보 시급…글로벌 스탠더드 도입·마케팅 선진화·M&A 촉진해야

이코노미스트는 올 연말을 결산하고 2002년 벤처의 진로에 대해 논의하는 좌담회를 열었습니다. 좌담회에는 이경수 대덕밸리벤처연합회장, 정회훈 E-커뮤니티 대표, 장흥순 벤처기업협회 회장, 이장우 경북대교수, 고정석 일신창업투자 대표, 변대규 휴맥스 대표이 참석했습니다. 정회훈 대표의 사회로 진행된 이번 좌담회를 전재합니다.

▶사회:2001년도 어느덧 저물었습니다. 2001년 우리 벤처기업들에게는 많은 일들이 일어났습니다. 지난 4월 이미 벤처기업 숫자가 1만을 돌파해 양적인 성장을 이루었습니다. 반면 벤처기업의 침체기라 할 만큼 어려운 시기였습니다. 한해를 간단히 결산해 주시죠.

▶장흥순 회장:벤처기업들에게 매우 어려운 한해였습니다. 지난 10년간의 미국 IT(정보기술)산업의 성장 사이클이 성장 일변도에서 침체기로 접어들면서 미국 경제 등 외생변수에 어느 해보다 민감히 반응한 한해였다고 봅니다. 이 과정에서 시장 자체가 줄고 있고, 코스닥 시장의 어려움으로 인해 벤처기업들은 자본조달에 곤란을 겪었습니다. 또한 비즈니스 모델 부재로 인한 어려움도 많았죠. 하지만 우리 벤처기업들이 양 중심에서 질 중심으로 한 단계 성숙되는 과정에서 겪는 필연적 시련기라고 보입니다. 이를 통해 체질 개선·체력 강화가 이뤄질 것이라 믿습니다. 특히 지난 한해는 벤처산업이 과연 어떤 것인가에 대해 이해하고 학습할 수 있는 시기였다고 봅니다. 벤처기업뿐 아니라 벤처캐피털·투자자·정부 유관 기관·국민 등 모두 벤처에 대해 좀더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그간 우리 경제는 일반 제조업 분야에서는 많은 성공모델을 만들어봤지만, IT로 대표되는 신산업 시장에 안착하는데는 1, 2년으로 부족합니다. 시간이 필요합니다. 지난 몇년 사이 모든 게 갑자기 이뤄졌습니다.

▶이장우 교수:벤처는 본질상 도전과 함께 성숙되는 것입니다. 올해는 시련도 많았던 반면 벤처기업들이 이를 긍정적으로 활용한 측면도 많았다고 봅니다. 내년에 그 성과들이 속속 가시화될 것입니다. 우선 벤처기업들이 중국·일본·유럽·동남아 등 시장 다변화를 위해 해외로 눈을 돌렸다는 것은 고무적인 일입니다. 올해 아마 중국 한 번 안 가본 벤처기업인이 드물 겁니다. 비록 당장 가시적인 성과는 없더라도 닥친 시련에 긍정적으로 돌파구를 찾은 것으로 해석됩니다. 업종도 전통적인 IT분야에서 탈피해 영화 등 문화 산업으로 진출이 활발했던 한해였습니다. 덕분에 한국 영화 대박이 이어지고, 영화계에는 투자자금이 넘치고 있는 상황입니다. 벤처의 비즈니스 양태가 영화산업을 키우는 데 기여한 바 큽니다. 이로써 벤처가 효과적인 비즈니스 모델임이 입증된 것이죠. 또한 벤처의 지역적인 다변화도 컸던 한해였습니다. 지방의 생존 몸부림 속에 지역 벤처기업들이 나름대로 결실을 이루고 있습니다. 종합해 볼 때, 벤처 1세대들이 지난 10년간 겪은 시련에 비하면 올해 우리 벤처들은 그나마 상황이 좋았다는 생각도 듭니다. 올해의 경험을 더욱 긍정적으로 살려가는 것이 필요합니다.

▶고정석 사장:벤처시장의 침체는 전세계적인 현상입니다. 미국 시장의 경우 2000년 2백50개 기업이 나스닥에 상장되어 2백50억 달러의 신규 자금을 조달할 수 있었던 반면, 2001년 상반기에는 불과 21개 기업이 나스닥에 상장됐고 조달 금액도 1백17억 달러에 불과했습니다. 또한 미국 벤처시장의 M&A(인수·합병)성사 건수도 지난해 2백75건에 그 규모가 총 6백80억 달러에 달했던 반면, 2001년 상반기는 1백39건의 M&A가 이뤄졌고 그 규모는 총 90억 달러였습니다. 우리뿐 아니라 미국도 어려움을 겪은 것은 마찬가지란 얘기죠. 하지만 미국 시장은 나스닥 상장이 줄어든 반면 기업 M&A가 활발했음이 특이한 점입니다. 침체기를 M&A를 통해 풀어간 것이죠. 반면 우리 상황은 좀 다릅니다. 2000년 2백50개 기업이 코스닥에 등록해 21억 달러 규모의 자금이 조달된 데 반해 2001년 9월까지는 1백16개 기업이 등록되어 5억 달러가 모집되었습니다. 주식공개만 놓고 보면 침체가 미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한 것 처럼 보입니다만, 기업들의 내용을 한 꺼풀 벗기고 보면 튼튼한 기업은 별로 많지 않습니다. M&A성사 건수도 손에 꼽을 정도입니다. M&A는 양적 팽창으로 인한 부실을 해결할 수 있는 좋은 대안입니다. 제대로 된 M&A가 아직 우리에겐 요원한 것이지만요.

기술 우위, 마케팅 열세

▶사회:벤처들이 침체기를 겪으면서 이제 본격적인 구조조정이 진행되고 있는 느낌입니다. 덕분에 내년엔 많은 도약 예상되는데요, 우리 벤처들이 지금껏 코스닥만 바라보고 발전해왔다면 이제 국제화된 해외 시장에 나아가는 것이 과제라 하겠습니다. 해외 시장에서의 경쟁력은 어떤가요.

▶변대규 사장:우리의 IT기술이 경쟁력 있는 것은 틀림없습니다. 비록 세계 최첨단은 아니더라도 그보다 조금 낮은 단계의 기술들은 세계적 경쟁력이 있습니다. 우리 회사 제품을 영국에서 생산해보니, 우리와 영국의 양산 환경은 하늘과 땅 차이입디다. 노동력·연구 개발(R&D) 능력·시장 환경 등이 모두 우리가 낫습니다. IT관련 기술 제품들을 양산하기는 우리나라가 더없이 좋은 환경이죠. 하지만 세계적인 제품으로 키워낼 수 있는 마케팅이나 경영능력은 부족합니다. 우리 제품이 외국 제품에 비해 5∼10% 가격 경쟁력이 있다면, 이를 마케팅이나 경영 차원에서 다 까먹는 양상입니다. 최근 중국이 우리의 양산 환경·기술력을 다 따라잡고 있습니다. 우리가 경영 역량과 마케팅력의 선진화를 이룬다면 기업들의 평균 이익률을 2∼5% 정도는 더 올릴 수 있을 겁니다. 주문자 상표부착 방식(OEM)에서 벗어나 자기 브랜드를 갖고 독자적인 유통망을 확보해야만 경쟁에서 이길 수 있습니다. 우리 벤처들이 기술 경쟁력에 걸맞는 마케팅력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가 우리 제품이 해외 시장에서 성공할 것인가, 아니면 중국에 추월당할 것인가를 결정한다고 봅니다.

▶사회:말씀대로 우리 벤처기업들의 경영이나 마케팅에서도 글로벌 스탠더드 도입이 필요한 시기라고 봅니다.

▶이장우 교수:마케팅이나 경영 능력 배양은 학교 교육만으로는 부족합니다. 경험으로 배워야 합니다. 글로벌 스탠더드에 익숙한 해외 인력들, 예를 들면 재미교포나 MBA(경영학 석사)학위 소지자들과 함께 근무하는 것도 빠른 학습에 도움이 됩니다. 또한 국내에서도 우수한 MBA 프로그램을 많이 만들 필요가 있습니다. 국내 대학들의 MBA 프로그램은 수요에 비해 공급이 턱없이 부족합니다. 글로벌 경영자 과정 등 정부가 지원하는 프로그램들도 늘려야 합니다. 벤처들의 글로벌 스탠더드 학습과 관련해 앞으로 가장 좋은 실험 무대는 아마 중국이 될 것입니다. 우리 벤처기업들의 중국 진출 양상은 대기업이나 전통 제조기업들의 독자 진출과 달리 현지 기업과의 ‘파트너십’방식을 보이고 있습니다. 중국 기업과의 원만한 협력관계를 위해 글로벌 기준에 대한 학습과 경영방식 연구가 자연스레 이뤄질 것으로 봅니다.

▶사회:2001년에는 테헤란밸리가 쇠퇴한 반면, 글로벌한 잠재력을 인정받은 곳이 대덕 지역의 벤처기업들이었던 것 같습니다.

▶이경수 회장:올해 정치의 빅 이슈는 서울과 지방 간의 격차와 갈등이 될 것 같습니다. 지방은 매우 소외되어 있습니다.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진 기업들이 경영은 촌스럽게 하고 있는 경우를 대덕에서 많이 봅니다. 서울 지역 기업들과 연계도 안 되는 등 답답한 면이 많습니다. 대덕 밸리의 기업들은 올해 어려운 환경에도 불구하고 두배 이상 양적으로 늘어났습니다. 기술 중심의 기업들이 대부분이죠. 이들 중 몇몇 선두 기업들은 올해 코스닥에 진입하고, 해외 비즈니스에서 수백억 매출을 올리는 등 실질적인 성과를 거두고 있습니다. 이 같은 성공 모델이 다른 기업들에게 좋은 자극제가 되고 있습니다. 대덕밸리는 자생적으로 형성된 벤처단지입니다. 이로써 대덕에 몰려있는 연구소들의 기술력·연구 기능이 산업화되는 물꼬가 자연스레 형성되고 있습니다. 과거같으면 그냥 지나쳐버리던 연구 주제도 산업화를 통해 돈으로 변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특정 지역이 가진 잠재력을 서울이나 다른 지역 기업들이 어떻게 공유할 것이냐가 숙제입니다.

▶이장우 교수:지방마다 벤처 센터 만든다고 하지만, 정치적 안배 차원에서 이뤄진 게 많아 실효를 거둘지 의문입니다. 우리나라 국민총생산(GDP)이나 정부의 재정 규모에 비해 벤처에 투입되는 정책자금은 작은 돈이 아닙니다. 차별화되지 않는 지역별 벤처단지 양산은 명백한 중복·과잉 투자입니다. 인위적으로 지방화를 한다고 서울의 벤처 지원 모델을 카피해 지방에 내려보내는 것은 백이면 백 실패합니다. 지방 정부와 지역 주민 간의 컨센서스가 기초가 돼야 합니다. 과거 공급자 중심의 발상으로 전국에 조성한 공단들 1천만평이 현재 놀고 있습니다. 수요자 중심의 단지 조성이 되어야 합니다. 시장경제 논리에 따르지 않고 정치 논리에 휘둘려 지방 벤처단지를 만드는 것은 하루빨리 재고되어야 합니다. 부산 지역에 관광·문화 벤처들이 입주하는 것이 좋은 모델입니다. 이들은 자생적으로 형성되고 있고, 잘되다 보니 정부도 팔 걷고 지원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처럼 지역적 특성을 살린 벤처 클러스터(cluster)가 필요합니다.

정치 논리 휘둘린 지역 벤처단지

▶사회:지난 한해 동안 코스닥 등록 기업의 사장들이 모두 1백90명이 바뀌었습니다. 1세대 벤처인들의 퇴진도 줄을 이었습니다. 아름다운 은퇴도 있었지만 유동성으로 위기를 겪다가 물러난 경우도 있었습니다. 벤처의 급성장 과정에서 생긴 문제들이 자연스레 해결되는 일종의 구조조정 과정으로 보입니다만.

▶이장우 교수:벤처 1세대의 퇴진은 자연스런 현상입니다. 이전까지는 볼 수 없던 CEO들에 대한 기업 외부의 평가에서 이같은 퇴진이 촉발된 것입니다. 덕분에 기업들의 통치시스템이 건전화되고 있다고 해석해볼 수 있겠죠. 이를 통해 배울 점은 이와 같습니다. 먼저 성장의 기회가 왔을때 이를 제대로 관리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기업들이 성장의 유혹을 받을 때가 중요한 순간입니다. 기업 내부자들이 무조건적 성공·빠른 성장만을 외치며 CEO를 유혹하는 경우도 있고, 외부 투자자들도 단기 승부에 집착해 압력을 넣는 경우도 있습니다. 결국 CEO는 원칙과 윤리를 지켜나가기 힘들게 되고 무리한 성장 전략으로 부담을 떠안는 경우가 많습니다. 부채에 의한 성장을 거부하고, 자기자본에 의한 성장을 원칙으로 삼았던 벤처기업의 전범(典範) 휴렛팩커드의 사례를 기억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성장의 질적 측면에 대한 고려도 필요합니다. 과연 어디까지가 성공이냐는 것이죠. 진정한 의미의 성공은 CEO가 윤리적으로 건전할 때 이뤄집니다. 성공의 가장 큰 힘은 바로 윤리입니다.

▶변대규 사장:지금까지 중소기업 창업자는 기업과 한몸으로 인식되어 왔습니다. 경영의 리스크도 사장 혼자서, 이로 인한 책임도 사장이 모두 떠안는 방식이었습니다. 초기 자본도 주변 친지들에게서 빌리거나 자기가 담보를 잡히고 마련해 시작하는 방식이었습니다. 덕분에 회사가 힘들어져도 어느 누구도 물러나라고 사장에게 얘기할 수 없었죠. 지금은 벤처캐피털·개인투자자 등 이해 관계자가 많은 상황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사장이 능력이 부족할 경우 물러나는 것은 당연하고 바람직한 현상입니다. 창업자는 거의 강박적으로 다음 사업에 대해 고민을 하게 되어 있습니다. 항상 새 사업을 고민하는 창업자에 비해 전문 경영인은 현재의 사업이 더 큰 고민이죠. 이 둘을 잘 조화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장흥순 회장:그간 CEO는 ‘수퍼맨’이길 요구받았습니다. 기술·마케팅·영업 등 모든 것을 책임져야 했습니다. 이제는 실적으로 경영자를 평가하는 시대입니다. 미국식 성공 모델은 창업자와 성장형 CEO가 다른 것입니다. 창업자가 물러나고 그후 성장을 도울 수 있는 기업가가 오면 회사로서도 좋은 거죠.

▶사회:대기업의 벤처 투자 열기도 많이 식었습니다. 어떤 협력 모델이 바람직할까요. 지난 한해 동안 벤처와 대기업간 협력의 공과도 정리해 주시죠.

▶변대규 사장:대기업에서는 벤처가 일종의 초계함 역할을 해준다고 보고 있습니다. 대기업이라는 거함이 나서기 전에 벤처가 앞장서서 적진에 뛰어드는 것이죠. 대기업 입장에서는 하기 힘든 많은 실험들을 벤처가 대신하는 것입니다. 대기업들이 그 모든 실험을 해서는 투자비를 감당하지 못할 겁니다. 따라서 벤처기업들의 실패도 중요하게 생각해야 합니다. ‘벤처는 기술을 대고, 대기업은 벤처가 부족한 마케팅 능력을 제공한다-. ’이것이 흔히 생각하는 벤처와 대기업 간 협력 모델인데요, 제 경험으로는 이것이 제대로 안 맞더라구요. 이처럼 도식화된 벤처기업과 대기업과의 관계는 실제 아무런 효과를 내지 못한다는 것을 경험으로 느끼고 있습니다. 대기업의 마케팅 방식은 중소벤처기업의 그것과는 다릅니다. 대기업식으로 물건 갖다 팔아봐야 안 먹힙니다. 종합상사-벤처기업 간 협력관계에서 아직 제대로 성공 케이스가 나오지 않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무명의 벤처기업에게 대기업이란 브랜드는 큰 힘이 되지만, 그들의 마케팅 역량까지 필요한지는 따져볼 문제입니다. 특히 시장 변화·기술 변화가 빠른 곳에서는 이런 협력 모델이 잘 안 맞습니다. 가능하면 벤처기업 스스로 마케팅 능력을 가져야 합니다.

▶장흥순 회장:그간 협력의 방식도 대기업이 주가 되고 벤처기업이 이를 따르는 ‘탑-다운’에서 ‘수평적 구조’로 바뀌고 있습니다. 이제 우리가 대기업을 찾아다니는 것이 아니라 대기업들 스스로가 벤처기업과 리스크를 공유하는 것이 효율적이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공동 발전을 모색하는 쪽으로 패러다임이 변하고 있습니다.

▶이경수 회장:대기업들이 탑-다운 방식으로 협력을 해서야 주변에 협력하겠다는 회사가 생길 수 없습니다. 세계적으로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런 회사와 손잡길 다 꺼립니다. ‘협력’과 ‘네트워킹’은 세계적인 흐름입니다. 자신들이 제일 잘 아는 부분, 최고로 만들 자신이 있는 부분은 직접 하고, 잘 모르는 부분은 과감하게 다른 파트너와 협력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 대기업과 벤처기업이 서로 만나고, ‘연애’하는 기회도 많이 늘려야 합니다.

기업 윤리 확보해야

▶사회:벤처캐피털들도 침체된 모습입니다. 숫자에 비해 실제 활동하는 벤처캐피털은 많지 않아 보입니다. 일부 벤처캐피털들은 컨설팅 전문업체에 전략 전설팅까지 받았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벤처캐피털 업계의 전망은 어떻습니까.

▶고정석 사장:98년 60∼70개에 달하던 벤처캐피털 수가 2년 만에 1백46개로 늘었습니다만, 양적 팽창에 비해 질적 내실이 따라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들 중 현재 30%만이 투자 활동을 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특히 1백억원 정도의 자본으로 벤처 붐 후반기에 우후죽순처럼 창업한 소규모 개인 펀드들은 거의 휴업 상태입니다. 벤처캐피털들의 투자액수도 올 들어 현격히 줄고 있습니다. 지난해 1조3천억원가량이던 투자액수는 올해 4, 5천억원으로 줄었습니다. 미국도 마찬가지입니다. 조그만 벤처 펀드들은 다 죽을 것이라 얘기되고 있습니다. 또 인큐베이션 모델은 이제 더 이상 성공 못한다고 얘기되고 있습니다. 우리도 똑같습니다. 컨설팅을 받아서라도 글로벌 스탠더드에 따라갈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 벤처캐피털들의 가장 시급한 문제로 두 가지를 지적하고 싶습니다. 먼저 한 회사에 사람이 너무 많다는 겁니다. 홍콩상하이은행의 투자펀드에서는 아시아에 투자하는 15억 달러를 단 33명의 인원이 운영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대표적인 모 벤처캐피털사가 2백명의 캐피털리스트를 두고 있습니다. 아마 세계에서 가장 많은 숫자일 겁니다. 이처럼 효율성이 떨어지는 조직체계를 과감히 고쳐야 합니다. 또한 국내에서는 펀딩 소스 대부분을 정부가 주도하고 있습니다. 기왕 정부가 개입할 바에야 제대로 할 필요가 있습니다. 여기에는 싱가폴의 예를 참고하면 좋겠습니다. 싱가폴 정부는 연간 10억 달러를 벤처기업 투자에 배정하는 데 이중 5억 달러는 싱가폴 투자성을 통해 자국 내 벤처 펀드에 주고, 나머지 반은 세계적인 벤처케피털 펀드에 투자해 외부에서 국내로 투자하게 하거나 싱가폴에 오피스 열게 하는 등 외부로부터의 자금 조달을 용이하게 환경을 만들어 줍니다. 우리는 정부가 각 투자조합의 투자 실적에만 연연해하고 있습니다. 또한 외국 캐피털들이 국내로 진출하기 어렵게 법제를 만들어 두고 있습니다. 외국과 기준 자체가 다릅니다. 벤처캐피털들에게 2002년은 지난해보다 더 어려운 한해가 될 전망입니다. 국내 캐피털들이 투자한 벤처기업이 약 3천개에 달합니다. 모두 코스닥 등록을 기대하고 투자한 것들이죠. 이들 중 이미 부실화해 혹 코스닥에 가더라도 제대로 이익을 환수 못할 기업도 수두룩합니다. 부실 투자로 인한 캐피털들의 어려움은 여전할 것으로 보입니다. 벤처캐피털들의 투자액수는 올 들어 현격히 줄고 있습니다. 지난해 1조3천억원가량이던 투자액수는 올해 4, 5천억원으로 줄었습니다.

▶사회:각종 게이트들로 벤처가 국민들로부터 손가락질받는 한 해였기도 했습니다. 물론 이들 게이트에 연루된 사람들을 진정한 벤처인이라 부르기 어려운 것은 사실입니다. 덕분에 벤처기업 전체가 힘이 빠지기도 했습니다.

▶이장우 교수:비리 연루 벤처들을 벤처인 스스로도 손가락질할 게 아니라 이를 벤처업계 전체에 대한 문제로 생각하고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합니다. 벤처기업들 개개의 윤리의식을 강화하고, 리딩 벤처들도 이 문제에 대해 자신있게 목소리를 내야 합니다. 자성의 시간도 필요합니다.

▶변대규 사장:비록 사건의 파장은 크지만, 벤처의 근간을 무너뜨릴 정도라고는 보지 않습니다. 이미 기업하는 패러다임이 바뀌었습니다. 과거 같으면 거들떠도 보지 않았을 조그만 벤처기업에서 사업 아이템만 좋으면 돈도, 고급 인력도 구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자본과 고급 인력이 일부 대기업으로 집중되던 과거의 패러다임은 이제 변하고 있습니다. 비즈니스 생태계가 바뀐 것이죠. 이제 과거 행태로 돌아가지 않을 겁니다. 비록 관성이 일부 남아 있어 최근의 게이트들처럼 부정적인 사건이 일어나긴 하지만, 크게 걱정할 단계는 아니라고 봅니다.

▶장흥순 회장:코스닥 등록기업 수가 7백개를 돌파해 거래소 시장을 이미 앞질렀습니다. 코스닥은 일일 거래량 기준으로 세계 17위입니다. 전세계 유래없는 빠른 성장이죠. 우리 벤처들의 성공은 코스닥 시장 활성화 덕이 큽니다. 주가 감시체계 확충 등 정부의 투명한 코스닥 만들기 노력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미 벤처산업 자체가 하나의 큰 시장을 형성한 만큼 더 이상 정부에 우는 소리하며 기대기보다는 벤처기업 스스로가 좋은 기업 만들기에 노력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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