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양훈 표준연 행정원, 전체 여직원 상대로 이메일 '발송'

"발렌타인데이를 기념해, 본인에게 초콜릿을 주고자 하시는 분은 오전 10시에서 12시 사이에 본관 대강당 앞으로 와 주십시오. 혼잡이 예상되오니 안내요원의 지시를 잘 따라주시기 바라며, 규격품 이외의 초콜릿은 받지 않습니다." 대덕연구개발특구 한 정부출연연구소 직원이 연구소 전체 여직원을 상대로 '초콜릿 접수' 이메일을 발신해 솔솔한 재미를 주고 있다.

이메일을 발신한 주인공은 한국표준과학연구원에 근무하는 김양훈 행정원. 직원들 사이에서 재미있는 이벤트를 벌이고 싶었다는 것이 김 씨의 설명이다. 김 씨는 표준연에 입사하기 위해 4번이나 이력서를 제출할 정도로 대덕특구에 대한 사랑이 많은 인물이다. 직장에 대한 애정이 높은 만큼, 평소에도 재미있는 이메일도 자주 발송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크리스마스 같은 기념일에는 자신의 얼굴을 플래쉬(인터넷 동영상기술) 화면에 합성해 '춤추는 요정' 동영상을 제작, 발송하기도 했다.

김 씨는 지난해에도 이같은 '초콜릿 접수 안내문구'를 발신해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보낸 메일은 3~4줄 정도로 짧았지만 효과는 높은 편이었다는 것이 김씨의 설명. 짧은 문구에도 불구하고 총 4명의 여직원이 김 씨에게 초콜릿을 전달해 왔다.

이에 김씨는 각오를 새롭게 다지며, '내년에야 말로 정말 많은 초콜릿을 받아보겠다'고 결심했다. 올해는 총 20여줄이 넘는 내용에 사진자료까지 첨부해 안내 문구를 꾸몄다. 이메일 가장 하단에는 '발렌타인데이 대비 김양훈 초콜릿 지정 접수처 협의회 회장' 이라는 그럴듯한 문구까지 집어넣었다. 내용을 살펴보면 지정접수처에서만 초콜릿을 받겠다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 또, '식품위생법 및 미국 FDA 권고에 의해 수제초콜릿은 받지 않습니다'라는 문구가 들어 있다.

김씨는 이에 대해, "본인에게 초콜릿을 전달해 주는 분들이 밤을 새서 수제초콜릿을 만드는 수고를 덜어주고 싶었다"고 웃으며 말했다. 김씨의 이메일을 받은 여직원의 반응은 양 극단으로 갈렸다.

한 여직원은 "정말 재미있는 이메일 이었다"며 "동료들 간에는 '의리상' 나누어 주는, 식상한 선물 문화를 즐겁게 바꾸어 준 것 같다"고 평가했다. 일부 여직원들은 "꼭 초콜릿을 전달해 주겠다"는 답장도 보내왔다. 반면에 또 다른 여직원은 김 씨에게 답신을 보내고 "이런 이메일을 또 한번 보내면 수신거부를 하겠다"며 응수했다.

밉지 않은 장난에 대한 작은 질책이다. 김 씨는 "14일~15일 양일간은 교육에 참석해야 해 현장을 지키지 못하는 것이 아쉽다"며 "옆 자리에 근무하는 동료에게 초콜릿을 대신 받아 달라고 부탁해 두었는데, 얼마나 많은 초콜릿이 접수될지 나도 궁금하다"는 말을 전했다.
 

아래는 김 씨가 발송한 초콜릿 접수 안내 이메일

안녕하십니까? 사업관리팀 김양훈입니다. 금년 발렌타인데이와 관련하여 본인에게 초콜렛을 주실려는 분들로 인하여, 안전사고의 우려 및 혼잡이 예상되는바, '초콜렛 지정 접수처'에 대하여 안내하여 드리오니 각기 시간과 장소를 유념하시어, 접수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아울러, 접수 시 혼잡한 인파로 인한 안전사고의 우려가 있사오니, 안전요원의 안내를 적극 따라 주시기 바랍니다.

1. 지정접수처 - 본관 2층 대강당 (작년과 동일)
2. 접수 시간 - 10:00~12:00 (지정 시간외에는 일체 접수받지 않사오니, 유념하시기 바랍니다.)
3. 기타 유의 사항 - 식품위생법 및 미국 FDA 의 권고사항에 의하여 음식물 안전의 기준에 벗어나는 수제 초콜렛은 받지 않습니다.   (위반시, 현장에서 되돌려 보내질 예정입니다.) - 많은 인파로 인한 현장 안전사고 위험성이 있사오니,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참조-'06 초콜렛 지정 접수처 사진)

- 또한, 초콜렛외의 일체의 편지, 사진 등은 접수되지 않사오니 유념하시기 바랍니다. - 화이트데이를 대비한 초콜릿 선물등은 그 의도가 불손한 경우, 접수를 거부합니다.

- 발렌타인데이 대비 김양훈 초콜릿 지정 접수처 협의회 회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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